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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비수기 뚫은 '알짜 흥행작'…우리가 살아남은 법

[빅픽처] 비수기 뚫은 '알짜 흥행작'…우리가 살아남은 법
'그것만이 내 세상'(341만), '리틀 포레스트'(150만), '사라진 밤'(131만), '지금 만나러 갑니다'(242만), '곤지암'(173만). 장르도 주연배우와 감독도 다른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올 상반기 개봉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는 것이다.

2018년 1/4분기 한국 영화의 성적표가 꽤 괜찮다. 지난해 동기간(1월 1일~4월 2일 기준)개봉한 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공조'(781만), '더 킹'(531만), '프리즌'(293만), '재심'(242만), '해빙'(120만) 5편이었다.

작년과 올해 손익분기점 돌파작 수는 같다. 그러나 이 수치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 바로 제작비 대비 수익이다. 지난해 초 극장가 흥행을 주도했던 '공조'와 '더 킹'이 제작비 100억 원에 육박하는 대작이었고, '프리즌' 역시 60억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였다.  

그러나 올해 1/4분기 최고 흥행작인 '그것만이 내 세상'이 58억,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75억으로 만들어졌을 뿐 '리틀 포레스트' 15억, '사라진 밤' 40억', '곤지암', 11억으로 만들어진 중·저예산 영화다. 이 중 봄날의 공포 영화로 주목받은 '곤지암'은 개봉 첫 주 12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역대 3월 한국 영화 개봉 주 최고 스코어를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1/4분기는 전통적인 극장가 비수기다. 국내 4대 투자배급사들이 '숨 고르는 시기'로 꼽는 만큼 개봉 전 관객의 관심을 부르는 기대작도 적다.

'대작 아니면 독립영화'라고 할 정도로 한국 영화의 양극화는 심해졌다. 그 때문에 한국 영화의 허리를 탄탄하게 할 저예산 혹은 중량급 영화의 흥행이 더없이 반갑다. 작은 영화들은 어떻게 비수기 극장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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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즈 다이어트…위험 부담 줄였다

지난해 동기기 개봉작과 비교해 올해 영화들은 사이즈가 확 줄었다. 순제작비 50억 미만의 영화들이 비수기 극장가에 쏟아졌다. 손익분기점이 낮으니 흥행에 대한 위험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나 제작비를 무턱대고 낮출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제작비가 낮으면 낮은 대로 핸디캡이 생긴다. 전자의 경우 표준 계약서 도입으로 인한 제작비 증가과 나날이 상승하는 배우 출연료가 걸림돌이다. 후자는 "제작비 낮은 영화=작은 영화"라는 이미지가 생겨 마케팅하기가 여의치 않다.

15억의 제작비로 만든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와 11억짜리 저예산 영화 '곤지암'(감독 정범식)은 영화의 개성과 컨셉으로 성공을 거뒀다. '리틀 포레스트'는 88만 원 세대의 현실을 비관하는 내용이 아닌 '휴식'과 '힐링'이라는 테마로 풀어낸 영화다. 사계절을 실제 시간의 흐름대로 모두 담는다는 영화의 특색에 따라 배우와 제작진은 계절마다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제작진을 묶어놓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이합집산 식으로 촬영했기 때문에 제작비 상승도 막을 수 있었다.

'곤지암'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를 표방하며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실재 기록이 담긴 영상을 누군가 발견해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가장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의 일종)기법을 공포의 동력으로 삼았다. '체험형 공포 영화'라는 기획은 1020 관객의 취향과 호기심에 부합하며 개봉 초반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무명 배우를 기용하고, 한정된 공간에서 짧은 기간 동안 경제적으로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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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증된 콘텐츠의 힘…똘똘한 리메이크

지난해부터 시작된 리메이크작 강세는 올해 상반기에도 이어졌다. '사라진 밤'(감독 이창희)은 스페인 영화 '더 바디'를,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와 '리틀 포레스트'는 동명의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단순히 '다시 만들기' 차원은 아니었다. 나라색과 고유의 정서가 가득한 원작을 한국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 '사라진 밤'은 시체가 사라진다는 흥미로운 설정은 유지하면서 과정과 결말은 다른 색깔을 냈다. 원작이 복수에 관한 이야기라면 리메이크는 시체를 찾는 것에 방점을 찍고 캐릭터 간 대립을 강조했다.

투자배급사 씨네그루 마케팅팀의 한수민 팀장은 "'사라진 밤'은 싸이더스가 오랫동안 기획 개발한 작품인데 스토리 자체가 흥미로워 우리가 함께하면 시너지가 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작이 아니면 흥행이 어렵다는 것이 요즘 업계의 분위기지만 스토리의 참신함으로 승부한다면 충분히 시장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대신 예산은 50억 미만으로 맞춰 흥행 부담을 줄였다."고 전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2004년 일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멜로 영화다. 리메이크작은 일본 영화 특유의 담백함 대신 웃음과 눈물 조미료를 가미해 '한국형 멜로'로 거듭났다. 원작과 같은 듯 다른 리메이크는 원작 팬을 흡수하면서 신규 관객을 유입하는 원동력이 됐다. 게다가 '멜로의 여왕' 손예진과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미남배우 소지섭이라는 강력한 흥행 카드를 투입해 관객의 기대감을 높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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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톱스타의 힘 vs 배우보단 기획

톱스타의 힘으로 큰 성공을 거둔 영화도 있었다. 바로 1/4분기 최고 흥행작인 '그것만이 내 세상'이다. 영화는 진부한 가족 드라마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이야기와 연출이었지만 이병헌이 다채로운 매력으로 극의 재미를 풍성하게 했고, 박정민이 놀라운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반대로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을 기용해 성공을 거둔 영화도 있다. '곤지암'이다. 영화에 나오는 7명의 주인공은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부분 지명도가 낮은 배우들이었다. '곤지암'은 기획과 컨셉으로 승부를 본 영화다. 유투버들이 '공포의 성지'로 소문난 정신병원을 체험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배우보단 설정과 상황이 주는 재미에 많은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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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제작비 11억으로 만든 '곤지암'은 제작비보다 많은 비용을 마케팅에 투입해 홍보 효과를 확실하게 누렸다. 공포 영화 주요 소비층인 1020 관객을 타겟팅하기 위해 SNS, 유튜브 등을 이용한 마케팅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 그 결과 영화에 대한 화제성은 개봉 전 이미 100억 대작 '7년의 밤'과 스티븐 스필버그 신작 '레디 플레이어 원'을 제쳤다. 

올 상반기 작은 영화의 약진은 다양한 컨텐츠와 준비된 기획에 힘입은 결과였다. 영화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개봉이 지연된 창고 영화나 빈집털이를 노리는 급조된 기획 영화들이 비수기 시장을 노렸다면 올해는 참신한 개성과 어느 정도 재미와 완성도를 갖춘 영화가 줄이어 개봉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이같은 추세가 하반기 비수기에도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올해 1/4분기 흥행작들이 비수기 공략법의 좋은 예가 될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SBS funE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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