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구속영장이 또 기각됐습니다.
서울서부지법 박승혜 영장전담판사는 서울서부지검이 지난 2일 청구한 안 전 지사의 구속영장을 5일 오전 1시 30분쯤 기각했습니다.
박 판사는 전날 오후 2시부터 2시간 40분가량 안 전 지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9시간 가까이 관련 내용을 검토한 다음 이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박 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해 다퉈 볼 여지가 있고, 피의자가 도망할 우려가 있다거나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점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습니다.
안 전 지사는 영장실질심사 후 서울남부구치소에서 대기하다가 기각 결정과 함께 구치소를 벗어났습니다.
이로써 안 전 지사를 구속한 상태에서 수사를 이어가려던 검찰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앞서 검찰은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 씨에 대한 형법상 피감독자 간음과 강제추행,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안 전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지난달 23일 처음 청구했으나 28일 심사에서 기각됐습니다.
당시 영장실질심사를 맡았던 곽승섭 영장전담판사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 자료와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등 제반 사정에 비춰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지금 단계에서는 구속하는 것이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이후 검찰은 고소인 추가 조사 등 보강수사를 벌인 다음 "사안이 중대하고 증거인멸 정황이 있다"며 지난 2일 영장을 재청구했으나 또 한 번 법원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검찰은 앞으로 두 번째 고소인인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직원 A 씨 고소 내용에 대한 조사를 보강해 안 전 지사를 불구속 상태로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습니다.
안 전 지사는 그간 "(두 사건 모두) 합의에 의한 관계였고 증거를 인멸하지도 않았다"며 혐의와 구속 필요성을 반박했고 박 판사는 이를 인정했습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6월부터 8개월에 걸쳐 외국 출장지와 서울 등에서 총 4차례 김 씨를 성폭행하고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김 씨는 이 같은 내용을 지난달 5일 폭로하고 이튿날 안 전 지사를 고소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