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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손흥민은 이번 여름 '위대한 선수'가 될 수 있을까?

"팀을 위해 이기적으로 굴어야 한다. 그래야 팀도 함께 산다"

[취재파일] 손흥민은 이번 여름 '위대한 선수'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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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지만 특출한 성과를 낸 팀을 들여다보면 '위대한 선수'가 팀 전체를 일으켜 세운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대한민국 월드컵사에선 2010년 남아공월드컵 대표팀을 이끌었던 주장 박지성, 2002 한일월드컵의 베테랑 황선홍과 홍명보가 대표적입니다.

공통점이 있습니다. 조직력이 아닌 개인 기량으로 경기 결과를 바꿀 수 있었던 선수였습니다. 신태용호 주장 기성용은 남아공 월드컵을 떠올리며 "당시 경기장에 서면 등번호 7번(박지성의 등번호)이 그렇게 크게 보였다. 어떻게 할 지 모를 때는 지성이 형이 어디 있는지부터 확인했고 형에게 공을 건네면 경기가 풀렸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박지성이 단지 공을 잘 뺏기지 않거나 공격 전개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박지성과 홍명보, 황선홍은 모두 팀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이었습니다. 항상 자신보다 팀을 위했고 팀은 이 선수들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습니다.

● '위대한 선수(great player)'란 어떤 선수인가?

세계적인 기량을 지닌 선수를 꾸미는 말 중에 '월드 클래스(world class)'가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월드 클래스 선수들이 '위대한 선수(great player)'로 평가받지는 못합니다. 역대 최고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역시 유로 2016 결승전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위대한 선수'로 불렸습니다.

호날두는 당시 부상으로 일찌감치 벤치로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영국 공영방송 BBC의 축구 수석기자 필 맥널티는 결승전에서의 호날두를 '분노' '리더' '감독' '영감'이라는 키워드로 분석하며 "그는 위대한 선수가 됐다"고 극찬했습니다.
BBC 기자 필 맥널티는 '유로 2016 포르투갈의 우승으로 호날두가 진정 위대한 선수가 됐다 (Euro 2016: Cristiano Ronaldo becomes true great with Portugal)'고 분석했다
포르투갈이 대회 정상에 설 수 있었던 원동력을 ‘마치 감독처럼 벤치에서 함께 분노하고 응원하며 선수들에게 큰 영감을 준 리더’ 호날두에게서 찾은 겁니다. 덕분에 포르투갈의 호날두는 라이벌 메시가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이루지 못한 메이저 대회 우승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위대한 선수란 ‘높은 기량을 갖추고도, 온전히 팀에 헌신해, 팀의 목표 달성을 이끈 리더’일 겁니다.

● 월드 클래스 등극을 앞둔 손흥민

2018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손흥민은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손흥민이 월드 클래스로 성장할 수 있느냐’는 우리만 궁금해 하는 주제가 아닙니다.

지난달 축구대표팀 유럽원정기간 ‘종주국’ 영국 기자들은 “프리미어리그 스타 손흥민이 아시아인이란 이유로 저평가 되고 있다”고 의심했습니다. 세계 최고 리그 중 하나로 꼽히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두 시즌 연속 20골 달성을 앞두고 있고, 소속팀 토트넘을 리그 선두권으로 이끌고 있는 손흥민이 기량에 어울리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손흥민을 인터뷰하는 월드컵 조별예선 상대국 멕시코와 스웨덴의 언론, 케빈 바란테스와 마이클 바그너 기자
북아일랜드와 폴란드전엔 러시아월드컵에서 대한민국과 만날 상대국 언론도 동행했는데, 이들의 관심도 모두 손흥민에게 쏠렸습니다. 스웨덴 일간지(아프톤블라데트) 마이클 바그너 기자는 “손흥민이 아시아 선수라는 한계를 넘어 호날두와 메시같은 ‘메가스타(megastar)’가 될 수 있을지 몹시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북미 방송사 유니비전 데포르테스의 케빈 바란테스 기자는 “손흥민이 폭발하면 팀 전체를 깨울 수 있다”며 “한 발만 더 내디딘다면 진짜 세계적인 선수가 될 것이다”고 치켜세웠습니다.

● 손흥민이 풀어야 할 숙제 : 이타적인 이기심

여기서 한계를 넘는 ‘한 발’은 팀을 승리, 나아가 조별예선 통과로 이끄는 ‘결승골’일 겁니다. 바그너 기자는 “손흥민은 늘 발전을 꿈꾸는 겸손한 선수라 그와 인터뷰하는 게 무척 즐겁다”면서도 “공격수라면 조금 더 이기적(egotistic)일 필요가 있다. 그런 성격이 아니라면 일부러라도 좀 더 골 욕심을 부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교롭게도 폴란드와 A매치에서 손흥민은 동료들에게 적극적으로 패스를 요구하며 때론 다소 불만 섞인 표정을 짓기도 했습니다. 소속팀 토트넘에선 지난달 본머스와 경기에서도 그랬고, 최근 첼시와 경기에서도 패스하지 않고 슛을 고집하다 ‘절친’인 알리, 에릭센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대표팀에선 조금 낯선 모습이었습니다.
손흥민은 요즘 대표팀과 소속팀 경기에서 골 욕심을 내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손흥민 선수도 마음에 걸렸던 모양입니다. 폴란드전이 끝난 뒤 “경기장에서는 우리끼리 도와야한다. 코칭 스태프가 도와줄 수 없다. 나이는 어리더라도 경험 있는 선수들이 이끌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안 될 때 짜증도 낼 수 있지만 선수들이 짜증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정말 팀을 위해서 한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이번 원정 기간 손흥민 선수는 한 골도 넣지 못했지만 팀을 이끌어가려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습니다. 북아일랜드전을 앞두고는 선수들을 모은 뒤 “지난 유럽 원정 때와 같은 망신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서 “단단히 준비해줬으면 좋겠다”고 팀 전체를 독려했습니다. 그라운드 안에서와 같이 밖에서도 구심점 역할을 자처한 겁니다. 세 살 더 많은 주장 기성용, 또 아홉 살이나 더 많은 맏형 염기훈이 있지만 손흥민은 신태용호의 또 다른 ‘리더’로 자라고 있습니다.
월드컵을 앞두고 손흥민이 스스로 풀어내야할 숙제가 많습니다.
월드컵까지 손흥민이 풀어야할 숙제가 많습니다. 신 감독은 “손흥민을 중심으로 전술을 짜, 그를 살려 볼 수도 있겠지만 손흥민 스스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상대 밀집 수비를 뚫고 골을 넣어 팀을 승리로 이끄는 방법을 깨우쳐야 합니다. 이기적인 골 욕심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경기장 밖에서는 또 다릅니다. 전 세계 미디어의 집중된 관심을 의연히 받아들여야 하고, 무엇보다 팀을 위해 희생하면서도 선수단에 활력을 불어 넣을 줄 알아야 합니다.

역설적이지만 이타적인 이기심 필요합니다. 이기심이라도 팀을 위한 마음에서 나왔다면 팀 안에서 서로 부닥치더라도 팀은 더 강해질 겁니다. 이 난제를 풀어낸다면, 그래서 32개 본선 진출국 중 최약체라는 평가를 딛고 16강 이상의 성적을 낸다면 손흥민은 한국 축구사에 ‘위대한 선수’로 기억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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