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김금숙 작가가 직접 말하는 제주 4·3사건 만화 '지슬'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방송 :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주영진 앵커
■ 대담 : 김금숙 만화가
---------------------------------------------

김금숙 / 만화가
"4·3 언급도 못 하는 피해자 삶 보고 '지슬' 출판"
"4·3 진상규명·유골발굴·주민명예회복에 힘써야"


▷ 주영진/앵커: 주영진의 뉴스 브리핑. 오늘(3일) 제주 4.3 70주년 이야기로 시작을 했습니다. 마무리도 제주 4.3으로 마무리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피해자와 유족들이 바라고 계신 것은 무엇보다도 진상규명이었을 것 같습니다. 이 제주 4.3이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참 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예술하시는 분들, 소설 쓰시는 분들, 영화 만드시는 분들, 또 그래픽노블이라고 하죠? 만화를 통해서 소설을 쓰시는 분들의 노고가 있었는데 이 가운데 제주 4.3을 그린 만화, 지슬을 그린 작가님을 특별히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김금숙 작가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금숙/작가: 안녕하세요?

▷ 주영진/앵커: 제가 지슬이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저는 찾아봐서 압니다. 지슬이 제주도 방언인 거죠?

▶ 김금숙/작가: 네, 제주도 말입니다.

▷ 주영진/앵커: 어떤 뜻이죠?

▶ 김금숙/작가: 제주도 말로 감자라는 뜻입니다.

▷ 주영진/앵커: 감자. 감자를 지슬이라고 하는군요? 그러면 이 지슬이라고 하는 그래픽노블이라고 하는데 지금 책을 갖고 나오신 것 같습니다. 한번 보여주시죠, 이렇게 직접 드시고. 이게 우리 김금숙 작가님께서 원작이세요? 아니면 다른 분이 쓰신 작품을 그래픽노블로 이렇게 바꾸신 겁니까?

▶ 김금숙/작가: 원작이 따로 있습니다. 원래는 영화 지슬이라고 오멸 감독님께서 만드신 영화를, 그 원작을 가지고 제가 만화책으로 다시 만들었습니다.

▷ 주영진/앵커: 지금 화면에 영화가 나오고 있는데 저 영화가 바로 지금 지슬이라는 영화인 거죠?

▶ 김금숙/작가: 네, 네.

▷ 주영진/앵커: 어떤 내용입니까? 이제 책은 편하게 놓고 말씀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어떤 내용입니까, 지슬.

▶ 김금숙/작가: 지슬은 1948년에 미 군정에 의해서 소개령이 내려지는데요. 마을 주민들이 산으로 피난을 갑니다. 피난을 가는데 산에서 동굴에 숨어 있죠. 그런데 마을 주민들이 생각하기를 우리는 아무 죄가 없으니까 곧 내려갈 수 있어, 곧 내려갈 거야라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길어지죠. 그래서 그 안에서 뭐 내려간다는 희망을 가지고 뭐 돼지 키우는 이야기도 하고 일상사를 이렇게 유머스럽게 이야기하는 그런 생존자들의 이야기입니다.

▷ 주영진/앵커: 일단 동굴로 왜 피신을 했을까. 군경이 사람들을 내려갔더니 막 죽이더라. 그러니까 일단 피해야 한다. 그래서 이렇게 갔다는 게 작품 속에서 나오는 거죠?

▶ 김금숙/작가: 네, 네, 나옵니다.

▷ 주영진/앵커: 그리고 이 동굴에 피신한 게 잠깐이면 된다. 그러니까 돼지도 좀 놔두고 왔는데 하루이틀 지나니까 돼지 걱정을 너무 해서 가서 먹을 걸 주고 와야 한다고 가려고 하면 못 가게 막고.

▶ 김금숙/작가: 그렇죠.

▷ 주영진/앵커: 그러면 원작을 보시고 왜 이걸 내가 그래픽노블로, 만화로 이거 바꿔서 내가 꼭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왜 하시게 됐습니까?

▶ 김금숙/작가: 제가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고요. 제가 당시에 아버지 노래라고 80년대 우리 한국사를 제 가족의 이야기로 풀어낸 그래픽노블이 있습니다. 그게 나와서 존경하는 이희재 선생님이라고 만화가 선생님께.

▷ 주영진/앵커: 압니다.

▶ 김금숙/작가: 드리러 갔는데 그 선생님께서 지슬 영화 시사회에 갔었다. 4.3에 대한 영화인데 꼭 금숙이 네가 가서 봐라 이러시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며칠 후에 출판사에서 저에게 컨택이 왔습니다. 그리고 혹시 김금숙 작가가 이 지슬을 만화로 좀 만들 생각이 없느냐. 아버지의 노래를 읽고 감동을 받았는데 적격할 것 같다 이렇게 제의를 받았습니다.

▷ 주영진/앵커: 지슬을 그리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고 가장 가슴이 아팠고 그래서 도저히 그림을 더 못 그리겠다고 했던 어떤 지점이 있다고 한다면 어느 지점이세요?

▶ 김금숙/작가: 굉장히 많았는데요. 지슬 영화의 가장 강점은 사실은 폭력적인 장면이나 학살 장면을 아주 잔인하게 보여주지 않아요. 굉장히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람객들이 오히려 상상을 하고 그것이 더 잔인하게 느껴지는 거죠, 더 슬프게. 그런데 그중에서도 사실은 한국의 어머니들에 대한 대표적인 예가 나와요. 본인은 아파서 갈 수가 없지만 자식들을 피난시켜야 하기 때문에 감자를 삶아서 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장면에서 굉장히 뭉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 주영진/앵커: 아들은 뭐 이딴 거 주느냐고 내팽개치고 가죠. 제가 오전에 지슬, 직접 그리신 그래픽노블을 봤습니다. 역시 그래픽노블이라서 쉽게 읽히고 예전에 영화 지슬은 못 봤는데 스토리는 대충 알고 있었는데 보면서 그래픽노블, 지슬 안에 나오는 등장인물 가운데 저는 순덕이, 또 그다음에 순덕이를 짝사랑했던.

▶ 김금숙/작가: 만철이.

▷ 주영진/앵커: 만철이 그 이야기도 나오고 맨 마지막에 생이인가요? 생이 엄마와 생이 아버지의 가슴 아픈 이별 장면 이런 부분들도 상당히 기억에 남더라고요. 그렇다고 한다면 이번 지슬이라는 영화, 오멸 감독님의 그 작품 보시기 전에는 제주 4.3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셨습니까?

▶ 김금숙/작가: 알기는 알았는데 아주 단편적으로 알았죠. 그리고 깊게 제가 이렇게 인연이 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 주영진/앵커: 그리고 지슬, 어쨌든 그래픽노블 완성하시고 세상에 내놓으셨어요. 제주 4.3에 대해서 지슬이라고 하는 이 작품을 통해서 김금숙 작가께서 말씀하고 싶었던 이야기 어떤 거였습니까?
 
▶ 김금숙/작가: 제가 지슬을 그리면서 유족들을 만난 적이 있어요. 그리고 이 지슬을 그린 이후에도 한 2년 정도 전시 순회전을 했어요, 원화전을. 그러면서 유족들을 만났는데 그분들이 굉장히 사실은 마음이 아팠던 게 가족들을 많이 잃었잖아요. 죄 없는 가족들을 잃었는데 연좌제와 국가보안법에 의해서 아주 오랜 시간 그거를 말조차 할 수 없었고 취직도 안 됐고 그런 세월을 살았습니다, 그냥 빨갱이의 자식이라고 그런 판명을 받고. 그래서 그것이 우리 국가가 저지른 범죄, 국가 권력에 의해서 저질러진 일이 아닙니까? 그래서 국가가 배상을 해야 하고 그분들의 명예훼손을, 명예를 훼손한 것을 인정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이 만화를 보고 많은 사람들에게 좀 제주 4.3에 대해서 알려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 주영진/앵커: 국가 권력, 이념. 사실은 아직도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추념사를 통해서도 짚었듯이 아직도 이념의 잣대로 세상을 보고 그래서 이념이 다른 진영과 사람들을 향해서 적대적인 언어를 쏟아내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인 건 맞습니다. 제주 4.3에 대해서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같은 경우도 남로당, 그 당시 제주도당 책임자가 무장 폭동을 일으킨 날이 4.3 아니냐 이렇게 또 오늘 이야기도 했고요. 또 그게 팩트가 맞다고 또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요. 그렇다고 한다면 김금숙 작가가 생각하시는 제주 4.3의 본질, 우리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알아야 하는 제주 4.3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조금 전에 얼핏 말씀하신 것 같은데.
 
▶ 김금숙/작가: 제주 4.3은 1948년부터 1954년까지 국가가 미 군정에 의해서 일어난 대학살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요. 그것은 지금 제주 4.3이 아직 이름이 없지 않습니까? 어떤 때는 사건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어떤 때는 사태라고 부르기도 하고 아니면 항쟁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진보 쪽에서는. 그렇기는 한데 그거에 대해서 이름을 분명히 이제 역사가들도 해야 할 거, 이름을 붙이는 게 시급한 것 같고요. 문재인 대통령께서 오늘 말씀하셨듯이 진상규명과 그리고 유골 발굴 그리고 피해 보상이라든지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 주영진/앵커: 피해 보상과 명예회복. 진상 규명은 당연한 이야기고요. 우리 국민들이, 우리 시청자분들께서 진실,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그 말씀이신 거겠죠?
 
▶ 김금숙/작가: 네.
 
▷ 주영진/앵커: 7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제주 4.3의 진실, 사실은 세상에 그 모습을 다 드러내지 않았다 이런 말씀이신 것 같고요. 4.3 이야기 저희가 나누고 있습니다만 사실 저는 우리 김금숙 작가님과 SNS 친구예요. 저는 오늘 직접 뵌 건 처음인데. 그 4.3 말고 사실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을 그린 작품을 많이 쓰셨다고 제가 거기서 봤어요. 프랑스에서도 그런 활동도 많이 하시고 그랬는데.

▶ 김금숙/작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저의 인연은 굉장히 깊습니다. 제가 프랑스에 1994년도에 유학을 갔었는데 그전부터 있었는데요. 2013년에 제가 이용수 할머니의 증언을 바탕으로 비밀이라는 작품을 했습니다. 단편인데 그거를 하면서 일본 정부에도 비밀이었고 당시에. 그리고 우리 할머니들도 굉장히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아주 오랫 동안 그 사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어요. 그것도 할머니들에게 또 비밀이었죠. 그래서 비밀을 작업을 하고 난 후에 굉장히 제 작가적 양심에도 걸렸고 할머니들의 이런 아픈 이야기를 단지 10페이지 안에 담아낸다는 것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한 번도 만나지 않고 이 작업을 했다는 것 자체도 그랬고요. 그래서 제가 직접 할머니를 만나서 취재를 하고 중국 위안소 답사를 하고 그런 3년 정도의 작업 과정을 거쳐서 풀이라고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 주영진/앵커: 김금숙 작가님은 그렇다고 한다면 대중적인 소재라기보다는 우리 역사의 아픔을 직시하고 역사의 아픔을 그대로 그리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이런 작품 활동에 지금 집중하시는 거네요, 그러면?

▶ 김금숙/작가: 네, 그렇죠. 왜냐하면 또 제가 우리나라 원폭 피해자에 대한 그런 작품도 그림책을 또 만들었고요. 왜냐하면 우리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고 역사를 떠나서는 살 수가 없어요, 직접,간접적으로.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 내가 오늘 무슨 옷을 입고 무엇을 먹고 이런 것도 사실은 역사 속에서 그런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이런 거거든요.

▷ 주영진/앵커: 어제 제주 4.3 전야제와 오늘 추념식 잠깐 보고 오셨죠? 전야제는 다 보셨을 거고. 어떤 분위기였는지 간단하게 좀 전해 주시겠습니까?

▶ 김금숙/작가: 아침 7시 반에 제가 허영선 작가님이라고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 그 작가님하고 같이 그 역사적인 현장을 보기 위해서 오늘 아침 일찍 갔습니다. 그런데 유족들이 좀 많이 나오셨으리라고 생각을 했는데 아무래도 대통령도 오시고 하시니까 어제랑 며칠 전에 오셨다고 먼저 하시고요. 일단은 제가 유족도 만나고 했는데요. 굉장히 잘 안 우시는 편이시래요, 어떤 할아버지께서는. 그런데 오늘 같은 날은, 오늘은 정말 문재인 대통령께서 말씀하시면 눈물이 날 것 같다. 이날을 너무나 기다렸다. 이제는 오래 살고 싶다. 4.3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고 싶다.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 주영진/앵커: 알겠습니다. 김금숙 작가님 오늘 말씀 들으면서 또 많은 분들이 많은 것을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금숙/작가: 고맙습니다.

▷ 주영진/앵커: 김금숙 작가님과의 인터뷰를 들으면서 저는 이런 생각 들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오늘 4.3의 진상규명, 명예회복 지속해 나가겠다고 약속을 했고요. 이제는 이념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자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4.3.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이 말씀드리겠습니다. 국회를 통과한 제주4.3특별법이 있습니다. 이렇게 돼 있어요. 제주 4.3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이 사건과 관련된 희생자와 그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줌으로서 인권 신장과 민주 발전, 국민 화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바로 이 부분에 제주 4.3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담겨 있는 것 아닌가?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제주4.3특별법 제1조에 이렇게 돼 있습니다. 제주 4.3을 그리는 노래, 안치환 씨가 작사, 작곡한 노래. 그리고 노찾사가 부른 잠들지 않는 남도 여러분께 들려드리면서 주영진의 뉴스 브리핑 여기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주 4.3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