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감사원의 양동작전…추락하는 軍 정찰위성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8.04.03 16:22 수정 2018.04.03 18:0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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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환수의 전제조건 중 하나가 대북 선제타격 작전인 킬 체인(Kill Chain)의 완벽한 구축입니다. 킬 체인이 되려면 먼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실시간으로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확정된 킬 체인의 탐지 자산은 글로벌 호크와 정찰위성 등입니다. 글로벌 호크는 올해 하반기부터 들어올 예정이고 정찰위성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그런데 감사원의 '양동작전'으로 정찰위성 사업이 좌초 일보 직전입니다. 사업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감사원이 정찰위성 사업을 감사하더니 "군은 배제해야 한다"는 잠정결론을 내렸습니다. 감사원은 "정찰위성 전력화를 늦추고 항우연이 정찰위성을 개발해야 한다"는 과기정통부와 항우연(항공우주연구원)의 입장을 그대로 추종하고 있습니다. 방사청에 파견된 감사원의 과장급 인사는 정찰위성 사업자 선정 과정을 문제 삼아 개발 업체와의 본계약을 막고 있습니다.

방사청 파견 감사원 과장이 본계약 체결을 붙들고 있는 사이, 감사원의 감사위원회를 열어 잠정결론을 의결하면 군의 정찰위성 사업은 공중분해됩니다. 청와대가 국방부, 방사청, ADD 뿐 아니라 국정원, 과기정통부, 항우연을 불러 교통정리한 사업을 감사원 끼어들어 백지화하는 꼴입니다. 군 정찰위성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 연쇄적으로 킬 체인 구축이 늦어지고 전작권 조기 전환도 물 건너가게 됩니다.

● 감사원 "정찰위성 사업은 우주개발진흥법 위반"

감사원은 6개월 간의 정찰위성 사업 감사를 마치고 지난 2월 27일 마감회의라는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피감사 기관에게 감사 잠정결론을 통보하고,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입니다. 잠정결론의 요지는 "정찰위성 사업은 현재 위법하게 진행되고 있다" "군이 부처간 합의를 깨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항우연이 정찰위성 개발을 맡아야 한다"입니다.

감사원의 '군 정찰위성사업 관련 관계기관 간 의견 차이 및 확인 결과' 즉 감사 잠정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은 "정찰위성 사업은 국가우주위원회 심의 없이 추진되고 있어 우주개발진흥법을 위반했다", "군은 항우연이 체계 종합 및 본체를 개발하기로 한 부처간 합의사항을 위반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감사원은 청와대와 국방부, 방사청, ADD의 말은 기각하고 과기정통부와 항우연, 국정원의 주장만 잠정결론 보고서에 고스란히 옮겨 놓았습니다. 그런데 감사원의 결론은 틀렸습니다. 현재 부처간 합의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북 전력 강화와 전작권 환수를 위해 정찰위성을 제때에 띄워야 하니 이번 정부의 청와대가 개입해 국가우주위원회 대신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통해 사업을 하도록 양허했습니다. 감사원 뿐 아니라 항우연, 과기부, 국정원도 잘 아는 일입니다.감사원● 항우연의 밥그릇 욕심

군이 4년 전 정찰위성 5기의 독자개발을 결정하고 발표했더니 국정원과 항우연이 번갈아 자기들 몫도 내놓으라고 달려드는 통에 사업 착수에만 3년 이상을 허비했습니다. 국정원은 정찰위성의 수신권을 요구했었고 항우연은 "사업을 가져갈테니 전력화 시기를 몇 년 뒤로 늦추라"는 황당한 욕심을 냈습니다.

북한 정보에 목 마른 국정원이 킬체인의 정찰위성에 군침 흘리는 건 그나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항우연입니다. 항우연은 위성 개발에 특화된 기관이 맞지만 현재 떠맡고 있는 일이 많습니다. 개발 중인 위성이 9기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연된 정찰위성 사업을 항우연이 주관하면 몇 년을 더 허송세월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항우연은 아랑곳 않고 "우리가 할테니 정찰위성 전력화를 늦추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사업을 멈추게 했었습니다.

청와대가 작년 가까스로 국정원과 항우연을 진정시킨 뒤 군과 국정원이 정찰위성을 공동운용하고 항우연은 정찰위성 5기 중 EOIR 위성 1기의 개발을 맡도록 결정했습니다. ADD는 4기의 SAR 위성을 개발합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감사원은 항우연과 국정원의 과거 트집 잡던 논리를 그대로 옮겨와서 '군 정찰위성 사업의 중단', '항우연 주관 정찰위성 사업'을 꾀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에 대한 항명입니다. 

● 감사원의 '양동작전'

감사원이 뭐라 지적하든 본계약이 체결돼 개발이 본격적으로 착수되면 정찰위성 사업은 굴러갑니다. 그런데 방사청 방위사업감독관실에 파견됐던 감사원 박 모 과장이 올초부터 의외의 초식으로 본계약 체결을 가로막았습니다. 정찰위성 개발 우선협상대상 1순위로 선정된 LIG 넥스원이 군의 ROC(작전요구성능)보다 과도한 성능을 제안했는데 업체 주장 성능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겁니다. 이른바 '오버 스펙'입니다.

'오버 스펙'으로 사업을 제안하는 게 정당하다고는 못해도 법적으로 허용됩니다. ROC를 충족하고, ‘오버’한 스펙 만큼은 돈으로 갚으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방사청 관계자는 "국내외 업체들이 예외없이 제안서에 '오버 스펙'을 써낸다"며 "사업 과정에 다 걸러지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과장은 또 ADD가 LIG넥스원에게 '2년 하자보수' 의무를 면제해준 것도 시비를 걸었습니다. 특혜라는 주장입니다. 위성은 우주로 올라가면 하자보수 못합니다. 우주를 날아다니는 위성을 어떻게 고치겠습니까. 그래서 '위성 보험'에 가입하는 게 상례입니다. 하지만 정찰위성은 위성 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습니다. 보험에 가입하려면 위성의 상세 제원을 민간 보험사에 제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군사기밀이 통째로 민간 보험사에 넘어가는 일이라 정찰위성은 보험 가입 못합니다.

박 과장 후임으로 감사원에서 새 인물을 방위사업감독관실에 보냈습니다. 그 역시 계약 체결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안은 ① LIG 넥스원과 계약, ② 우선협상 2순위 KAI-한화시스템과 계약, ③ 사업 재공고입니다. 첫 번째 안은 감사원 과장들이 결사 반대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안 즉 KAI-한화 시스템과의 계약은 LIG넥스원과 똑같은 구도가 형성돼서 불가합니다. 한화도 '오버 스펙'을 써냈고 '2년 하자 보수'가 면제됩니다. 남은 건 세 번째 대안인 사업 재공고 즉 원점 회귀입니다.

감사원이 파견한 과장들이 본계약 체결을 막는 동안 감사원이 잠정 감사결과를 감사위원회에 회부해서 의결하면 군 정찰위성 사업은 무산됩니다. 아니, 항우연 쪽으로 넘어갈테지요. 정찰위성 전력화는 현재 계획인 2020년대 초중반이 아니라 2030년이나 돼야 가능해집니다. 전작권 조기 전환은 포기해야 합니다. 한 위성 전문가는 "항우연이 정찰위성 사업에 목을 매는 이유는 단 한가지, ADD의 위성 개발을 막아서 국내 위성 개발시장의 독점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일침했습니다.  

정찰위성 사업은 국가의 안보와 생존뿐 아니라 전작권이 걸린 일입니다. 항우연은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할 게 아니라 위성 개발 노하우와 장비를 ADD에 전폭 지원해야 마땅합니다. 정찰위성 사업은 예산도 과기정통부가 부리는 R&D 예산이 아니라 국방 예산으로 편성된 터라, 과기정통부의 국가우주위원회가 아니라 국방부의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다룰 사안입니다. 감사원의 판단은 잘못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