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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가습기 살균제 첫 단추 잘못 꿰는 바람에…"면죄부 줬다"

각종 잡음 끝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로 공을 넘겼던 SK케미칼·애경 가습기살균제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이 끝내 불기소 처분됐다.

공소시효가 이미 지나 두 업체의 형사 책임을 판단할 근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공소시효 만료 전 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할 기회가 있었지만, 외압 논란 등과 함께 시기를 놓쳐 면죄부를 줬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후 뒤늦게 외부 전문가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사건처리 과정을 평가하고 두 업체를 검찰에 고발했지만, 모두 공소시효가 지난 뒤의 일이라 헛심만 쓴 셈이 됐다.

결국 두 업체의 형사 책임 판단이 검찰이나 법원에서 다뤄지지조차 못하게 된 것은 공정위의 책임이라는 지적이다.

2일 검찰과 공정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박종근 부장검사)는 지난달 29일 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 처분하고 재판에 넘기지 않기로 했다.

불기소 처분의 이유는 공소시효(5년) 만료다.

검찰은 법리 검토 끝에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2016년 9월 만료됐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한 소매점에서 2013년 4월 2일까지 문제의 제품이 판매됐다는 기록을 찾아내 공소시효가 연장된다고 봤지만, 검찰은 해당 업체의 행위일 뿐 SK케미칼·애경까지 판매에 관여한 것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형사 책임을 따질 근거가 이미 19개월 전 사라졌다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이 공소시효 도과 시점은 공정위가 이 사건과 관련해 첫 번째 결론을 내린 한 달 뒤다.

공정위는 이 사건을 한 차례 조사했지만, 2016년 8월 사실상 무혐의 처분인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다.

당시 공정위는 공소시효가 지났고,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에 대한 인체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들었다.

하지만 '외압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 결정의 신뢰는 타격을 입었다.

당시 이 사건 소회의 주심위원이었던 김성하 전 상임위원이 이 사건을 전원회의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뜻을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정 전 위원장은 전원회의로 상정하면 공소시효를 넘길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소회의에서 결론을 내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전원회의 상정은 무산되고 심의절차가 종료됐지만, "정 전 위원장의 개입은 외압"이라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이 첫 판단으로 두 업체에 대한 처벌 가능성은 사라진 셈이 됐다.

각종 내부 반론이 나왔음에도 움직이지 않던 공정위는 작년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하고서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외부 전문가 TF(태스크포스)를 통해 절차의 문제점을 따져보고, 공소시효를 연장할 수 있는 논리를 찾아내 재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지난 2월 SK케미칼 김창근·홍지호 전 대표이사와 애경 안용찬·고광현 전 대표이사, 각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된 후 진행된 절차로, 모두 무의미한 일이었다.

고발 결정 과정에서 SK케미칼의 분할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추가 고발한 실수는 차라리 한 편의 촌극처럼 보일 뿐이다.

공정위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 결정을 존중하며, 공정위의 권한인 시정조치와 과징금 조치 등 행정 처분과 관련해서는 업체의 항소가 들어온다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윤수현 공정위 대변인은 "검찰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공소권 등 형사 문제는 검찰이 판단하는 사항이라 공정위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전했다.

최예용 전 가습기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은 "공정위가 SK케미칼과 애경에 완전히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위원장이 바뀌고서 재조사를 해 믿어볼까 했지만 또 한 번 속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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