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재정 정책, 중장기 건전성 훼손 않고 생산성 높여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재정정책은 중장기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고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총재는 오늘(2일) 한은 본관에서 취임식 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재정 역할이 중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2014년 임기를 시작한 이 총재는 지난달 청문회를 통과하고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청문회에서 정부에 쓴소리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쏟아진 것을 의식한 듯 취임사에서 "경제 현안 조언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그는 이날 실제로 한국 경제 현안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이 총재는 "지금은 경기를 살리고 금융 안정을 지켜야 하는 등 통화정책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그러나 금리만 가지고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하느냐"며 재정 역할이 중요함을 시사했습니다.

그는 "미국도 감세 등 확대 재정을 하고 있고 지금도 재정 확대 방향은 맞는다고 본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통화 당국의 부담이 컸다"고 돌아봤습니다.

이어 "다행히 우리나라는 재정 건전성이 양호한 편"이라고 재정 여력이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최근 외환시장의 환율 개입 내용 공개 추진을 두고는 "그동안 경상수지 흑자가 크다 보니 외환시장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며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미국은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이상을 환율조작국 요건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데,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GDP 대비 7%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 총재는 "환율은 가급적 시장에서 정해지는 것을 원칙으로 지켰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은 내부적으로는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습니다.

이 총재는 "민간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라고 하고 그러려면 생산성 향상이 중요한데, 우리부터 효율적이고 스피디하게 일하자고 했다"며 "중앙은행 특성상 신중을 잃지 말아야 하지만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은 꽤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4년 전에는 경영개선 TF를 꾸리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각 부서가 자율적으로 비효율을 걷어내기 위한 과제를 찾아내자는 차원에서 별도의 TF를 구성하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