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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프랑스와 외교갈등…"우리 땅서 이민자 검문하다니"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양국 접경 지역에서 벌어진 난민 검문 행위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사법 당국은 지난달 30일 프랑스 접경 도시인 북서부 바르도네키아의 기차역에 무장한 프랑스 세관원들이 무단으로 침입해 월권을 행사한 사건에 대해 1일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제복을 입은 프랑스 측 관리들은 파리행 열차에 타고 있던 나이지리아 이민자를 마약 밀수범으로 의심하고, 그에게 소변 검사를 요구하느라 바르도네키아 역사 내부에 있는 비정부기구(NGO)가 운영하는 난민 지원 센터에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알프스를 넘어 프랑스로 밀입국하려는 난민들에게 상담 등을 지원하는 이탈리아 인도주의단체 '아프리카를 위한 무지개'가 "무장한 프랑스 요원 5명이 사무실로 난입해 우리 의사와 다문화 상담가, 변호사를 위협하고, 나이지리아 승객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시 정부에 신고하며 사건이 알려졌습니다.

목격자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식 체류증을 소지하고 있는 이 나이지리아 이민자는 나폴리발 파리행 정식 열차표를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프란체스코 아바토 바르도네키아 시장은 "프랑스 요원들이 난입한 사무실은 우리 시 당국이 NGO와 공조, 난민들이 목숨을 걸고 알프스 산맥을 넘어 프랑스로 향하는 것을 막도록 설득하기 위한 공간"이라며 "프랑스 관리가 이런 시설에 들어올 권리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논란이 일자 지난 31일 로마 주재 프랑스 대사를 전격 초치했습니다.

외교부는 주이탈리아 대사인 크리스티앙 마세를 불러들인 자리에서 "이번 일은 주권침해에 해당하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단호히 항의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유럽연합(EU) 다른 나라들이 난민 분산 수용에 난색을 보이고 있는 탓에 주변국에 대한 이탈리아의 반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어난 것이라 파장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대륙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인접한 이탈리아는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들어오는 난민 부담을 몇 년째 거의 '나 홀로' 떠안으며 정치적·사회적인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4일 실시된 총선에서는 대중에 광범위하게 퍼진 반(反)난민 정서에 편승, 적대적인 난민 정책을 공약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극우정당 동맹이 약진했습니다.

"집권 시 불법 체류 난민 60만 명 모두를 본국에 송환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는 이번 사건과 관련,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하는 대신 프랑스 외교관들을 내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탈리아는 영국에서 벌어진 러시아 이중 스파이 독살 미수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서방이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한 것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최근 러시아 외교관 2명에게 추방을 통보한 바 있습니다.

지난 5년 동안의 집권 세력인 민주당 소속의 엔리코 레타 전 이탈리아 총리도 이번 일은 유럽 내 이탈리아 동맹국들이 저지른 또 하나의 실수라고 지적하며 "그러면서 유럽은 왜 이탈리아 총선 결과가 이렇게 나왔는지를 궁금해하는 것이냐"고 개탄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프랑스를 비롯한 EU 회원국들이 당초 약속한 대로 난민 분산 수용에 나서지 않고 있는 데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등 이탈리아 인접국은 이탈리아에 발이 묶여 있는 난민들이 혹여라도 자국으로 넘어올까봐 국경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을 꼬집는 것입니다.

한편, 프랑스 정부 측은 자국 관리들은 1990년 이탈리아와 맺은 협정에 의거해 이탈리아 국경에 위치한 시설에 들어갔다며 이번 일에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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