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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검은색 7부 바지 입어라" 리듬체조 경기복 논란

[취재파일] "검은색 7부 바지 입어라" 리듬체조 경기복 논란

'리듬체조 선발전 복장 규정' 놓고 갑론을박

최희진 기자 chnovel@sbs.co.kr

작성 2018.03.30 16:45 수정 2018.03.30 17:1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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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조협회가 올해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발전부터 복장 규정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액세서리가 부착된 공식 경기복을 입고 출전했는데, 올해부터는 검은색 7부 상·하의 복장만 입고 출전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는 선수들이 공식 경기에서 입는 의상이 아니라, 연습할 때 입는 복장입니다. 그러니까 연습복을 입고 선발전에 출전하라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공식 경기에서 하는 메이크업도 올해 선발전부터 금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달 10일 강원도 양구에서 열린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서 모든 선수가 똑같이 검은색 복장을 입고 출전했습니다. 이를 두고 리듬체조계에서는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 체조협회 "동등한 조건에서 평가하기 위해 선발전 복장 통일"

먼저 체조협회는 리듬체조인들로 구성된 경기력 향상위원회에서 이 같은 복장 규정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 리듬체조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김주영 경기력 향상위원장으로부터 복장 규정을 도입한 이유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주영 위원장은 "선수들을 최대한 동등한 조건에서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라고 도입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열리는 공식 대회에서는 기존처럼 공식 의상을 입고 출전하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에 한해서는 상·하의 검은색 복장으로 통일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리듬체조 경기복 논란 8뉴스 캡쳐'선발전'과 '공식 대회'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선발전은 말 그대로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엄선해야 하는 무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기량은 떨어져도 의상이나 메이크업으로 교묘하게 커버를 해서 선발된 선수들이 있었고, 이 때문에 기량이 뛰어나도 선발되지 못하는 피해를 보는 선수들이 나왔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의상으로 몸매를 예쁘게, 그리고 다리를 길게 보이게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 연습복을 입고 연기하면 난도와 리스크 동작을 할 때 얼마나 깨끗하게 구사하는지 더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더욱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입니다.

기존 국가대표들도 안주하지 않고 더욱 긴장하고, 국가대표가 아닌 선수들도 다음 선발전에서 얼마든지 대표에 뽑힐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서 기존 국가대표 4명 가운데 2명이 탈락하고, 새로 2명이 발탁되는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김주영 위원장은 또 앞으로 선발전 이후에도 한 달에 한 번씩 대표팀 자체 평가전을 치르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리듬체조 경기복 논란 8뉴스 캡쳐이 평가전에는 국가대표가 아닌 선수들도 참가할 수 있게 해서 대표 선수들과 끊임없이 경쟁하게 하고, 성적에 따라 기존 대표를 탈락시키고 새로운 선수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선발전에서 복장을 통일해 동등한 조건에서 평가하고, 선발전 이후에도 활발한 경쟁을 유도해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입니다. 

● 반대 주장 "의상도 예술성을 평가하는 중요 요소…경기력 향상에도 도움 안 돼"

이러한 체조협회의 복장 규정 신설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리듬체조인들 사이에서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리듬체조에서 의상은 선수의 예술성과 개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의상을 온통 검은색으로 규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의상과 수구, 음악, 그리고 연기가 어우러져 그 선수의 예술성을 보여주는 것인데 어떻게 의상을 배제하고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리듬체조에서는 어떤 의상을 입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습니다. 우아하거나 깜찍하거나 발랄하거나 강렬하거나 하는 등의 분위기를 말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리듬체조라는 종목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이번 선발전에서도 선수들이 연기 도중 상의가 들려서 속살이 드러나는 장면이 나왔는데 보기에 민망했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어차피 국제 대회에는 공식 의상을 입고 출전하는데, 국내 선발전에서는 이와 달리 연습복을 입고 출전하는 것은 경기력 면에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리듬체조 경기복 논란 8뉴스 캡쳐선발전과 달리 액세서리가 부착된 의상을 입고 출전하는 국제대회에서는 수구를 다루는 방법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선수 입장에서는 공식 의상을 입고 연기할 때와 연습복을 입고 연기할 때는 완전히 느낌이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선발전은 대회가 아니다"라는 체조협회의 인식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선발전도 심판들의 채점으로 순위를 가리는 엄연한 실전이기 때문에, 실전처럼 공식 의상을 입고 연기해야 온전히 기량을 발휘하고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선발전 복장 따로, 공식 경기 복장 따로'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체조협회가 얘기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이렇게 선발전에서 복장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더 많은 국제 대회에 출전해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합니다.

국내 리듬체조는 손연재 이후 새로운 스타 발굴이 시급합니다. 이를 위해 체조협회에서는 선발전 복장 규정 도입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는데, 이를 두고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어쨌든 논란 속에서 치러진 지난 10일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서 임세은, 서고은, 김주원, 김채운 등 모두 4명의 국가대표가 선발됐습니다.

이 가운데 1, 2위를 차지한 임세은, 서고은은 이번 주말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출전하고, 다음 달 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 대회에는 4명 모두 참가합니다. 그리고 오는 5월 19일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통해 8월 아시안게임과 9월 세계선수권에 나설 선수들을 확정합니다.

체조협회의 기대처럼 선발전 복장 규정 도입이 선수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획기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반대하는 측의 우려처럼 이해할 수 없는 미봉책에 그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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