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문가 "비핵화에 미-북한 간 입장차 여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전격적인 중국 방문을 통해 '비핵화'를 언급했지만 비핵화의 의미에 대해서는 아직 미국과 북한 간에 심각한 격차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비핵화 발언은 기존의 체제보장 요구에 비춰 새로운 내용이 아니며 중국 관영 신화통신 외에 북한 관영 매체들이 아직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고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은 28일 시사지 애틀랜틱에 김정은의 비핵화 발언과 관련, 북한으로부터의 핵무기 제거가 아닌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언급한 데 주목하면서 이는 북한 측 요구로서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국전 공식 종전을 위한 평화협정 체결이나 주한 미군 철수, 한미군사동맹 파기, 결과적인 핵우산 철수 등 기존의 체제보장 요구 속에 수반돼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한국 분석관을 지낸 수미 테리 연구원은 김정은이 체제안전보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만큼 자체 검열을 거친 중국 관영 매체의 짤막한 보도만으로 판단하기 힘들다면서 북한 측의 추가적인 성명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김정은이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와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평화 실현을 위해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이는 한미의 양보, 곧 트럼프 행정부에 의한 가혹한 국제제재가 완화, 해제될 경우에만 비핵화로 움직일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언제라도 (약속을) 번복할 수 있다는 보험성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수미 테리 연구원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을 유예하고 미국과 직접적인 핵 협상을 모색하고 나선 것은 미국의 경제제재와 군사적 위협에 당혹한 김정은이 일단 시간벌기용으로 전술을 변화한 것이라면서 그러나 핵 포기라는 전략적 변화를 시사하는 유력한 징후들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도 28일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를 언급했으나 그가 (비핵화에 대해) 무엇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면서 현재로선 미 본토에 도달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는 것을 저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나 존 볼턴 신임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주장하고 있다면서 특히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리비아식 핵포기 의사가 없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협상을 중단하고 핵무기 제거를 위한 군사력 사용을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애틀랜틱은 결국 김정은의 비핵화 용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비핵화의 정의에 대한 미국과 북한 간 입장차는 여전히 크게 벌어져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