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누가 진실 규명에 협조하고 있는가?

- 최교일 의원과 서지현·임은정 검사의 공방

류란 기자 peacemaker@sbs.co.kr

작성 2018.03.29 11:43 수정 2018.03.29 18:0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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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건 서지현 검사의 글이 계기였다. 최 의원은 과거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사건을 은폐한 의혹을 받고 있다. (추행 피해자는 알려진 것처럼 서지현 검사다.) 의혹이 제기된 2010년 당시 최 의원은 법무부 핵심 실세 중의 실세, 검찰국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안 전 검사장 사건에서 최 의원이 등장하는 대목은 다음과 같다. 2010년 12월쯤 (사건 발생은 10월) 법무부에 근무하던 임은정 검사는 한 수도권 여검사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제보를 듣고 수소문 끝에 접촉한다. 피해자와 사건 관련 대화를 하고 있던 임 검사는 같은 시각, 법무부 고위직으로부터 호출을 당해 '가만히 있으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주장한다. 훗날 당시 상황을 전해 들은 피해자- 서지현 검사-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폭로할 것을 결심한다.
안태근 전 검사장● 서지현 검사의 글 (2018.1.29.)- 검찰 내부 게시판에 게재
서지현 검사...납득하기 어려운 이 모든 일들이 벌어진 이유를 알기 위해 노력하던 중 (그들의 결속력은 매우 견고하여, 명확히 전 과정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였으나) 인사발령의 배후에는 안태근 검찰국장이 있다는 것을, 안태근의 성추행 사실을 당시 검찰국장이던 최교일이 나서서 덮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임은정 부부장님의 여러 글에 등장하는 검찰간부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불이익을 받은 여검사 사건이 이 내용입니다)

...나는 평범하게 성실히 일하는 검사이고, 내가 겪은 일련의 일들은 부당하다고 법무부 등에 조용히 의사를 표시해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들은 답변은 '검사 생활 얼마나 더 하고 싶냐, 검사 생활 오래 하고 싶으면 조용히 상사 평가나 잘 받아라' 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이제는 알겠습니다. 저의 믿음이 얼마나 어리석고 순진한 것이었는지, 그들에게 힘없고 빽없는 일개 검사가 얼마나 우습고 하찮은 존재인지...


사실 안 전 검사장 추행 의혹은 내부적으로 '쉬쉬'했을 뿐 꽤 알려져 있는 상태였다. 몇 년째 내부게시판을 통해 '이 문제를 기억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린 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 임은정 부부장검사의 글 (2018.1.29./서 검사 폭로 당일)-SNS 게재
임은정 검사2017. 7. 24. 제가 검사게시판에 올린 '감찰 제도 개선 건의' 중 사례 2(법무부 감찰편) 관련 피해검사님이 어렵게 용기를 내어, 오늘 아침 검사게시판에 글을 올리셨네요. 피해검사님과 연락이 잘되지 않자, 저에게 전화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개인 인터뷰가 곤란하여 검사게시판에 올린 사례 2를 여기에 그대로 옮깁니다.

... 모 간부의 상가집 추행사건은 공연히 일어난 일이라,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하여 법무부 감찰 쪽에서 감찰 착수하여, 저에게 가해자 이름을 말해 주지 않은 채, "모 검사의 상가인 강남성모병원에서 간부가 부적절한 행동을 하였는데, 피해자가 누군지 모르겠다, 중앙지검 검사가 아닌 것은 확실하고, 주중에 강남성모병원에 온 것이니 수도권 여검사인 듯하다. 피해자를 찾아 달라"고 부탁을 하였습니다.

단서가 적었지만, 워낙 공연히 일어난 일이라 몇 시간 탐문만에 피해자가 바로 특정되었지요. 피해자를 설득하다가 점심시간이라 대화를 잠시 중단하였는데, 피해자와 다시 대화를 이어가기도 전에 모 검사장님한테 전화를 받았습니다. 가해자 이름은 그때 비로소 들었고요. 화를 내시다가 "임검사는 집무실이 없지? 올라와." 보안문제로 전화로 대화를 이어가는 게 부담스러우셨나봅니다. 그리고, 올라온 저의 어깨를 갑자기 두들기며, "내가 자네를 이렇게 하면, 그게 추행인가? 격려지? 피해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셔!!" 그리 호통을 치시더라고요. 제게 탐문을 부탁한 감찰 쪽 선배에게 바로 가서 상황을 말씀드렸지요. 결국 감찰이 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이것이 제가 직접 관여하며 겪은 일들입니다. ...


현직 검사 두 명이 제기한 글 속에 등장하는 핵심 당사자, 최 의원의 소환 조사는 그럼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서 검사의 폭로 이후 꾸려진 검찰 내 성추행 진상조사단(이하 조사단)은 한 달 넘게 최 의원에게 출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단은 안 전 검사장의 신병처리 결정을 위해선 최 의원의 소환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최 의원 측은 이미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는 최 의원 측에 십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최 의원이 공개적으로 밝힌 입장이란 다음과 같다.

● 최교일 의원의 입장 발표 (2018.1.31. 서 검사 폭로 이틀 후) - SNS 게재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서지현 검사는 서울북부지검에서 근무하였고, 저와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으며 지금까지 서지현 검사와 통화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연락한 사실도 없습니다. 검사 인사 때 통상 검찰국장이 직접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그 경위는 잘 모르지만 저의 검찰국장 재직 시 인사에도 특별한 불만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최근 검찰국장 재직 시 같이 근무했던 부속실 직원 및 검사 여러명에게 이 사건에 관하여 물어보았으나 전부 당시 들어본 적이 없는 내용이라고 했습니다. 이 사건은 임은정 검사에게 무슨 이야기를 한다고 하여 은폐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언제든지 문제가 되는 사건입니다. 만약 제가 이 사건을 은폐하려 하였으면 서지현 검사에게 압력을 행사했을 텐데 직접적이나 간접적으로 서지현 검사에게 연락한 적이 없습니다. ... 지금까지 기억나는 대로 관련내용을 모두 말씀드렸으며 이제 진상조사단이 만들어졌으므로 진상조사에서 모든 사실이 밝혀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서 검사를 알지 못하며, 접촉해 은폐하려는 시도가 없었다'는 제기된 적도 없는 의혹에 대한 해명이므로 차치하고, 결국 최 의원이 밝힌 입장의 핵심은 '임 검사를 불러 무슨 이야기를 했다 한들, 그게 은폐로 해석될 순 없다'가 될 것이다. 실제 그가 쓴 글에도 이런 부분이 나온다.

... 제가 임은정 검사를 불러 호통을 쳤다고 하나 제 기억에는 그런 일은 없습니다. ...저와 4년간 같이 근무한 검사가 4년 동안 화내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통상 화를 내지 않으며, 이 사건에 관하여 아무리 생각해도 제 기억에는 임은정 검사를 불러 질책한 사실이 없습니다. 그러나 임은정 검사의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상황이면 성추행 사건은 개인 프라이버시에 관한 것으로 당사자가 문제 삼지 않는데 이를 떠들고 다니는 것은 맞지 않다는 정도였을 것으로 생각되고 호통을 쳤다는 것은 수긍할 수 없습니다.

서 검사에 대한 안 전 검사장의 인사개입 의혹 관련, '범죄성립 요건을 보완하라'는 검찰총장 지시가 내려지면서 현재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다. 최 의원에 대한 조사 필요성도 그만큼 커졌다. 그의 불응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한 달 이상 시간이 흘렀다. 결국 조사단은 최근 서면 조사로 갈음하자는 최 의원 측 요구를 받아들였다.

조사단이 참고인 신분인 최 의원의 출석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 양 당사자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의혹을 제기한 쪽은 주고받은 워딩과 앞뒤 정황을 제시하는 반면, 의혹을 받는 최 의원은 그 날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말한다. 의혹이 허위라면, 현직 국회의원 신분으로 세평에 가장 신경 써야 할 공인(公人)인 최 의원으로선 상당히 치명적인 일이 된다. 그가 소환 조사에 응해 적극 입장을 피력해야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수사 검사와 문답을 주고 받는 형식인 소환 조사와 비교했을 때, 서면 조사가 진실을 밝혀내는 데 어떤 한계를 가지는지는 서울중앙지검장까지 지냈던 그가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한 때 몸담았던 조직 내 후배의 상처에 일말의 공감 내지는 책임을 느꼈다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가져온 이번 일의 엄중함을 알고 있었다면, 이른 시일 내 조사에 응해 수사가 지체되지 않도록 했어야 했다. 아직 검찰 조직을 제대로 파악 못한 기자의 나이브한 접근인 걸까.


서지현·임은정 두 검사는 조사단 출범 직후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피해 당사자인 서 검사는 지난주 토요일(24일) 있었던 비공개 소환 조사를 포함 총 2차례, 임 부부장검사도 지난달 말 비공개 추가 소환까지 알려진 것만 2차례다. 두 사람은 조사단에 수많은 자료를 제출하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 소환 조사(지난달 6일)가 있었던 날, 임 부부장검사의 인터뷰 중 한 대목이다.

최 의원의 무마 의혹은 사실입니까?

제 기억은 그렇습니다. 이 부분 관련해서는 (당시 서 검사의 근무지였던) 북부지검에서 법무부에 보고했다고 하잖아요. 두 개의 축이 만나는 정점 위 누군가가 저를 부른 거니까요. 거기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판단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조사단에 당부한 내용이 있습니까?

= ... 왜 많은 검사들이 안에서 해결을 못하고 밖으로 나가는가, 왜 우리 스스로 자정 능력이 없는가. 여기에 대해서 제도 개혁을 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 공연히 추행을 한 사람에 대해 전혀 감찰이 안 되고, 심지어 인사자료에 들어가지도 않았는지. 검사장이 되고 승진해서 검찰국장이 되어서 검사들의 성희롱 등등에 대해서 징계위원이 되고, 검사의 적격에 대해서 심사위원이 되는. 이 현실이 안태근 전 검사장 한 사람의 문제는 아니고, 여러 들키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사례들이 있을 것 아닙니까? 그런 일이 있을 때... 왜 감찰 제도가 작동 안 한 것인가. 그 부분에 대한 조사를 정말 잘해주시라고 거듭 당부드리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