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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인종차별 욕설' 첫 징역형…백인 여성이 흑인 경찰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흑인 경찰관에게 인종차별적 욕설을 한 백인 여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고 로이터통신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전했다.

현지 법원은 이날 백인 부동산 중개인 비키 맘버그에게 흑인 경찰관에게 모욕적인 중상을 한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남아공에서 인종차별적 언어 사용으로 징역형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현지 검사와 법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앞서 이번과 같은 혐의로 유죄가 인정된 사람들은 벌금형을 받았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판결을 "이정표가 될 판결"이라고 표현했다.

맘버그는 지난 2016년 한 쇼핑센터에서 차량에 도둑이 들자 경찰에 신고했고, 이에 출동한 흑인 경찰관에게 흑인 경찰관과는 상대하지 않을 것이고 백인 경찰관을 원한다면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

맘버그는 흑인은 "정말 쓸모없고", "우둔하다"면서 해당 흑인 경찰관을 수차례에 걸쳐 "깜둥이(카피르·kaffir)"라고 불렀다.

'카피르'는 과거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시대에 흑인을 부르던 속어로, 현지에서는 흑인에 대한 최악의 경멸적 발언 중 하나로 여겨지는 말이다.

해당 사건 당시 맘버그의 언행이 담긴 영상이 퍼져나가면서 전국적인 공분이 일었고, 맘버그는 인종차별주의의 상징이 됐다고 NYT는 설명했다.

맘버그는 이날 법정에서 판사가 판결문을 낭독하는 동안 눈물을 흘렸다.

그의 변호인은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1994년 넬슨 만델라가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면서 아파르트헤이트가 철폐된 이래 2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남아공이 인종 간 문제로 분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남아공에서는 흑인 중산층이 출현하고 있지만 인종 간 수입 격차는 여전히 뚜렷하다.

흑인은 5천400만 남아공 인구의 80%를 이루지만, 최상위 부유층은 전체 인구의 8%에 불과한 백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마이클 마수타 남아공 법무부 장관은 이번 징역형은 다른 이들에게 인종차별적 언행에 "억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남아공 정부는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발언을 금지하는 법안의 초안을 만들기도 했다.

이를 두고 현지에서는 민주사회에서 언론, 시민 자유의 한계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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