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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끝이 아닌 시작이기에…웃으며 '빙판' 떠난 모태범

[취재파일] 끝이 아닌 시작이기에…웃으며 '빙판' 떠난 모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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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범 은퇴식(사진=연합뉴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낸 ‘빙속 스타’ 모태범이 정들었던 빙판을 떠났습니다.

올해 29살인 모태범은 어제(26일) 국가대표 선수 인생의 추억이 가득한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은퇴식을 가졌습니다. 아쉬움이 가득할 법도 하지만, 밝고 쾌활한 성격 그대로였습니다. 평소처럼 환한 미소로 빙판에 마지막 추억을 새겼습니다. 그리고 경륜 선수로 새 출발을 알렸습니다.
모태범 은퇴식(사진=연합뉴스)
▶19년 정든 빙판…웃으며 ‘굿바이’

모태범은 친한 후배인 단거리 대표팀의 김준호와 마지막으로 스타트라인에 섰습니다. 출발 총성과 함께 빙판을 힘차게 차고 나갔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100분의 1초를 줄이기 위해 쉼 없이 땀 흘려온 지난 순간을 떠올리며, 100분의 1초라도 마지막 순간을 더 즐기기 위해 가장 느린 활주를 펼쳤습니다. 뮤지컬 ‘지킬 앤드 하이드’의 배경음악인 ‘지금 이 순간’이 링크에 울려 퍼지고, 전광판을 통해 19년 선수 생활을 담은 헌정 영상이 흘러나왔지만,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환한 미소로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이별을 고했습니다.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다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한 위기가 오히려 은퇴식을 더욱 유쾌하게 만들었습니다.

김준호 김태윤 정재웅 등 평창올림픽을 함께 했던 후배들이 화환에 이어 케이크까지 준비해 ‘빙속 레전드’의 은퇴를 빛내 더 뜻깊은 은퇴식이었습니다.

-은퇴한 소감이 어떤가요?
“눈물이 날 줄 알았는데 안 나더라고요. 그래도 조금 울컥하긴 하네요. 막상 마지막 활주라고 생각하니깐.. 2010년(밴쿠버올림픽)에 제가 잘 탔지만 벌써 8년이란 시간이 지났다는 게 믿겨 지지가 않네요. 그만큼 제가 나이를 먹었다는 것도 실감이 안나요”

-은퇴를 결심한 이유는요?
“스케이트가 싫어서 그만 하는 건 아니고요. 다른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서 이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모태범 은퇴
-19년 스케이트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지금 이렇게 관심 가져주시고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게 밴쿠버 올림픽이잖아요. 금메달을 딴 날이 제 생일(2월 15일)이었습니다.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 가장 아쉬운 순간은요?
“소치죠. 소치올림픽 때 정말 아쉽게 4등 했잖아요. 그때가 가장 아쉬워요”

- 후배들이 은퇴식을 위해 화환을 준비했는데요.  ‘모태범’은 어떤 선수였나요?
“‘생각보다 괜찮은 놈이다’라고 다들 그렇게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일부러 은퇴식에 지인을 부르지 않았어요. 심지어 가족도 오지 말라고 했어요. 그냥 너무 티 내는 것 같아서 그랬는데 후배들이 화환은 몰래 준비한거더라고요. 감동 받았습니다.”

- 후배들이 든든하겠네요?
“이번에 평창올림픽에서 너무 좋은 결과 냈잖아요. 후배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저 이상으로 금메달 도전해도 큰 무리 없을 것 같아요. 지금 해주는 것처럼 최선 다해서 좋은 결과 얻었으면 좋겠어요. 진심으로..”
(사진 출저:모태범 SNS)
▶경륜 선수로 새 출발

모태범은 은퇴식에서 경륜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 훈련을 하며 수없이 타온 ‘자전거(사이클)’와 인생 2막을 시작합니다.

평소에도 취미로 사이클을 탄 모태범은 대표팀 동료 이승훈과 국내 도로 사이클 대회에 출전해 입상할 만큼 실력자이고, 마니아입니다. ‘단거리 스프린터’의 폭발적인 하체 힘과 순발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또 누구보다 즐기면서 도전할 수 있는 게 ‘경륜’이기에, 과감한 선택을 했습니다. 다음 주부터 동서울팀의 연습생으로 합류하는 모태범은 올해 가을, 선발 시험을 통과하면 경륜훈련원에 입소해 1년 가까이 테스트를 받고 합격해야 프로에 입문할 수 있습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서 ‘연습생’으로 변신한 모태범은 동계가 아닌 하계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바닥부터 새 출발을 다짐했습니다.

- 경륜에 도전하게 된 이유가 뭔가요?
“새로운 곳에 가서 다시 막내 때 느꼈던 그런 경쟁구도를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사이클 훈련을 많이 해왔고, 경륜 종목 자체가 단거리 경기이기 때문에 장거리인 사이클 보다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거에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 경륜 선수로 변신은 언제부터 생각했나요?
“1-2년 정도 전부터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거든요. 그때는 생각만 해봤고 평창동계올림픽 끝나고 난 이후에는 그 확신이 서더라고요”

- 앞으로 경륜 선수로 도전하는 과정을 소개해주세요.
“사실 경륜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1년이라는 시간을 연수원에 들어가서 테스트도 하고 거기서 합격해야 프로 경륜 선수로 뛸 자격이 주어지더라고요. 지금으로서는 그 시험에 붙는 게 가장 첫 번째 목표입니다. 연습생으로 시작하는 거니깐 돌격 앞으로.. 그냥 무조건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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