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페이스 메이커' 볼턴, 트럼프 대신해 북미 정상회담 판 흔든다

손석민 기자 hermes@sbs.co.kr

작성 2018.03.27 10:0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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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드리포트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호위무사’라고 전해 드렸는데 오늘(27일)은 외교안보라인의 또 다른 축인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이야깁니다. (▶ [월드리포트] 폼페이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호위무사)

대북 강경파 가운데 최강경파, 슈퍼 매파(super hawkish)로 불리는 볼턴이 국가안보보좌관 지명 후 처음으로 북한에 대해 말문을 열었습니다. 볼턴은 25일(이하 미국시간) 뉴욕의 라디오채널 '더 캣츠 라운드테이블'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은 시간을 벌려고 협상을 끌 것”이라며 경계심을 드러냈습니다. 본인이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후임으로 지명된 지(공식 업무는 4월9일부터) 사흘 만입니다.

볼턴은 인터뷰에서 "북한으로선 핵탄두들을 실제로 미국 내 표적까지 운반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필요한 것들이 상당히 제한돼 있다"면서 "따라서 그들은 시간을 벌려고 협상을 최대한 천천히 굴려 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보통의 경로는 그저 북한의 각본에 놀아나는 몇 달간의 준비 과정"이라며 "이는 그들이 이전에 많이 해온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이것이 그들이 지난 25년간 한결같이 해온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마디로 ‘북한 너희가 뭘 하려는 지 알고 있으니 북미 정상회담을 내걸고 딴생각하지 말라’는 노골적인 경고인 셈입니다. 미국 안보보좌관 볼턴 임명, 한반도그동안 볼턴이 걸어온 길과 해온 말들을 보면 그가 얼마나 북한에 대한 불신이 깊은지를 알 수 있습니다. 변호사 출신의 볼턴은 레이건과 부시 행정부에서 2001년~2006년 국무부 차관과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지냈습니다. 다른 사람과 타협하지 않는 독불장군(獨不將軍)식 스타일에 보수 진영에서도 가장 강성으로 분류된 그라, 부시 대통령이 2005년 상원의 반대를 피하려고 휴회 기간을 틈타 그를 유엔 대사로 임명했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워싱턴 유력 싱크탱크 관계자는 “맥매스터 전임 보좌관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대북 정책에 관한 한 가장 강경했는데, 맥매스터를 넘어서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볼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볼턴의 대북 발언을 살펴볼까요? 볼턴은 2007년에는 "북핵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북한 체제 붕괴와 한반도에서의 평화통일 뿐"이라고 했고, 이듬해에도 “북한 붕괴는 한반도 통일의 기회”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2월 공화당 행사에서는 “북한에 대한 군사 공격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때가 곧 올 것”이라고, 지난달 28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에선 “미국이 북핵으로 야기된 위협에 선제공격으로 대응하는 건 지극히 합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줄기차게 또 일관되게, 북핵 문제 해법과 관련해 정권 교체와 유사시 북한 폭격도 옹호했던 인물입니다.

지난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군사적 행동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군사적 행동은 위험하지만 보다 위험한 것은 북한이 핵 능력을 보유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두고 기존의 강경 자세를 누그러뜨렸다는 일부 해석이 많이 나왔지만 맥락을 들여다보면 ‘무엇보다 위험한 북한의 핵보유를 미국이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강합니다.

또 북미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선 “북한이 시간을 벌려고 한다고 판단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회담장을 떠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인터뷰가 이뤄진 시점에 주목할 필요도 있습니다. 볼턴은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위해 백악관을 출입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이미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면접을 마치고 낙점을 받은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감한 내용을 인터뷰로 밝힌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안보보좌관 볼턴 임명그럼 신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볼턴의 역할은 어디까지이고, 앞으로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요?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판을 흔드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최대 현안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인공인 트럼프 대통령이 하기에 부담스러운 말과 카드를 쏟아내며 북한을 초조하고 조바심내게 만드는 일이 볼턴의 임무라는 겁니다. 마라톤으로 비유하자면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인 셈입니다.

백악관도 대변인실 명의로 낸 자료에서 "볼턴이 위험한 게 아니라 이 세계가 위험한 것"(내셔널 리뷰), "볼턴 임명은 훌륭한 백악관 진용 보강"(워싱턴포스트) 등의 인선에 우호적인 언론보도를 전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은 “앞으로 볼턴이 북한에 대해 ‘미국이 줄 양보 카드는 없다. 굴복해라’는 메시지를 계속 던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뉴욕타임스도 “트럼프 대통령의 새 안보진용은 시간을 끄는 것을 혐오한다. 김정은이 북미 회담에서 핵무기를 당장 없애겠다고 하지 않으면 볼턴은 바로 다른 선택지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런 맥락과 일치하는 게 모두에서 인용한 25일 뉴욕 라디오 인터뷰입니다.

우려되는 바는 바로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북핵 해법=군사적 옵션’이라는 인식을 굳히게 만들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워싱턴 북미 관계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판을 끌어가는 국면이라 안보보좌관의 역할이 한정적이라고 해도 옆에서 계속 강경한 아이디어를 주입하면 그 자체로 리스크가 커진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로 돌아가면 그 다음 카드를 무엇으로 쓸 거냐고 할 때 볼턴이 북한 폭격을 거론했던 인사라 더더욱 위험하다”고 말했습니다.

CNN은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접에서 ‘안보보좌관이 되면 어떠한 전쟁도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볼턴과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사실이 아니다. 그런 약속을 주고 받지 않았다”고 반박성 보도를 했습니다. 벌써부터 볼턴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가시화하는 분위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