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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원 의장 선출 협력 伊 반체제·극우당, 정부 구성 손잡나

지난 4일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약진한 두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 동맹의 대표가 정부 구성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믿을만한 상대"라고 상대를 치켜세웠다.

상하원 의장 선출에서 매끄러운 공조를 보인 두 정당이 정부 구성에서까지 손을 잡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

마테오 살비니(45) 동맹 대표는 26일 북부 밀라노 지역언론 텔레롬바르디아와의 인터뷰에서 루이지 디 마이오(31) 오성운동 대표를 지칭하며 "지금으로써는 오성운동이 믿을만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나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사람들을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동맹과 오성운동이 주도한 협상 끝에 24일 새 의회가 상원 의장으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측근인 중도우파 전진이탈리아(FI) 소속 엘리자베타 알베르티 카셀라티(71)를, 하원 의장으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의 중진 로베르토 피코(43)를 각각 선출하며 정부 구성을 위한 첫걸음을 뗀 직후 나왔다.

이에 앞서 디 마이오 대표 역시 25일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인터뷰에서 "살비니는 (이번 투표 과정에서) 약속을 지키는 것을 아는 사람임을 드러냈다"며 살비니 대표를 향해 신뢰감을 내비친 바 있다.

이번 총선에서 32%가 넘는 표를 얻어 최대 정당으로 급부상한 오성운동의 디 마이오 대표와 총 37%를 득표해 최다 의석을 확보한 우파연합에서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한 정당인 동맹의 살비니 대표는 본격적인 정부 구성 협상을 앞두고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라이벌로 인식된다.

살비니가 이끄는 동맹은 총선에서 18%에 육박하는 표를 얻어 14%를 얻는 데 그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FI를 제치고 우파 진영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총선에서 어떤 진영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정부 출범을 위해서는 서로 다른 정당 간의 합종연횡이 불가피하다.

이런 와중에 살비니 대표는 이날 텔레롬바르디아와의 회견에서 "나는 총리로 나서 하루 24시간 일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이탈리아의 변화를 원하며, 이는 '살비니가 아니면 죽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해 미묘한 변화를 암시했다.

지금까지의 입장과는 달리 자신이 꼭 총리가 되는 방안을 고수할 생각이 없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총리가 되는 것은 영광이겠지만 다른 후보가 적합하다고 입증되면 반대할 생각은 없다"며 "우리에게 투표한 국민은 우리가 연금법안 폐지 등에 나설 것이라는 믿음에서 표를 줬다. 의회에서 누가 우리 정책에 동의하는지 보겠다"고 덧붙였다.

정책에 대한 인식만 같을 경우 오성운동과도 연대도 배제하지 않음을 의미한 것으로 읽힌다.

오성운동과 동맹이 확보한 의석수를 합치면 의석 절반이 충분히 넘어서 새 정부 출범이 가능하다.

디 마이오 대표 역시 동맹과 함께 정부 구성을 할 수 있느냐는 코리에레 델라 세라의 질문에 "우리는 연대를 위한 대화가 정치인이 아닌 시민에 우선순위를 두는 한 이탈리아의 이익을 위해 모든 진영에 논의의 창을 개방할 것"이라며 동맹과의 연대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또 최대 정당인 오성운동의 대표를 맡은 자신이 총리가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총선 전 오성운동 인사들로 꾸린 장관 후보들은 다른 정당과의 교섭에 따라 바꿀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디 마이오 대표는 그러나 우파연합의 또 다른 축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교섭할 의향은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오성운동은 총선 전부터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부패와 구습의 대명사로 맹비난해왔다.

살비니 대표는 지금까지 우파연합을 깨고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다짐해왔으나, 우파연합이 지난주 상원의원 선출 과정에서 분열상을 노출한 것에서 드러나듯 와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우파연합은 당초 베를루스코니 내각에서 경제부 장관을 지낸 파올로 로마니를 상원 의장으로 밀었으나, 2014년 국가예산 전용 혐의로 기소된 그의 전력을 문제 삼은 오성운동의 반대에 부딪히자 상원 의장 후보를 로마니 대신 엘리자베타 알베르티 카셀라티로 긴급히 교체했다.

살비니 대표는 그러나 이에 앞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상의 없이 로마니 지지를 철회하는 대신 제3의 인물인 안나 마리아 베르니니를 상원 의장 후보로 지지한다고 밝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진노를 불러일으켰다.

한편, 유럽연합(EU)에 회의적이고, 난민에게 적대적인 정당인 오성운동과 동맹이 손을 잡고 정부를 구성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가 나타나자 시장은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으나, 이탈리아 가톨릭 최고 기구인 이탈리아주교회의(CEI)의 괄티에로 바세티 의장은 "동맹과 오성운동이 공동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바세티 의장은 "공동선을 중시하고, 사람들이 염려하는 바와 복지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누가 집권해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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