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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이큰별PD "염순덕 피살사건, 최악의 군 의문사 사건"

'그것이 알고싶다' 이큰별PD "염순덕 피살사건, 최악의 군 의문사 사건"
17년 전 발생한 염순덕 상사 피살사건을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조명했다. 지난 24일 방송에서 제작진은 염 상사를 살해한 이들을 추적하는 한편, 사건을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덮으려고 했던 군 내부의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시청자들은 군대에서 청춘을 받친 염 상사의 사건을 한 달 만에 일반사고로 은폐하고, 추운 겨울 유가족을 길바닥으로 내몬 군의 비정한 행태에 분노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오는 31일 염 상사 사건 2부작을 예고하며 이 사건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17년간 봉인된 죽음-육군상사 염순덕 피살사건’을 연출한 이큰별 PD는 SBS funE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취재를 하면서 충격을 받을 정도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라고 취재에 관한 소회를 전하면서 “군에서 모든 걸 받쳤던 한 남성과 그 가족이 철저히 배신당했던 안타까운 사건”이라고 염 상사 사건을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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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7년 전 사건이었는데 염 상사 피살사건을 다루게 된 이유가 있었나.

“‘그것이 알고싶다’는 장기미제 사건에 대한 관심을 계속해서 기울이고 있다. 이 경우는 가족을 먼저 만나게 됐다. 이후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많은 충격을 받았다. 2년째 ‘그것이 알고싶다’를 연출하고 있는데 이렇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 사건은 처음이었다.”

Q. 군대 내에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취재가 쉽지 않았을 텐데.

“취재 과정에서 관련되어 만난 이들은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유가족 입장에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은 너무 무책임한 발언이었다. 17년 전 조사에서부터 사건이 꼬이기 시작한 것인데, 조사를 담당했던 군 관계자들은 천편일률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기억이 날 수밖에 없는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취재를 통해서 팩트로서 기억을 떠올려줄 수밖에 없겠다고 했다. 취재 과정에서 어렵게 얻은 군 내부 문건을 통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당시 상황을 기억하도록 했다.”

Q. 취재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군 판사, 군 검사 등 군법무관 출신들을 많이 만났다. 이 사건에 대해 분석 의뢰할 때 그들에게서 가장 많이 나온 얘기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군 의문사 사건 중에서도 최악의 사건이다’라는 말이었다. 국가 기관이 본인들을 이익을 위해서 얼마나 악마처럼 일을 처리할 수 있는지 그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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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당시 아내분이 서른두 살이었다. 큰 아이는 6살이었다. 가장이 돌아가시자마자 아내분은 전단지를 붙이며 생계를 꾸리셨다고 들었다. 막내가 올해 성인이 되었는데, 아내분은 차마 남편분의 사망을 아이들에게 알리지 못하고 15년 동안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셨다고 했다. 그 정도로 한 개인과 그 가정이 철저히 파괴되었는데, 사망 전까지 헌신했던 군은 그들을 철저히 배신했다.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하고, 과거 군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서 배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Q. 많은 제보들이 들어왔나?

“지난 방송 예고를 통해서 제보를 받았다. 내부 사정을 파악하고 있는 관계자들이 많은 연락을 해주셨다. 이 사건을 아직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취재를 하고 있으면 음료수를 가져다주시면서 ‘꼭 진실을 밝혀달라’고 부탁을 해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고, 황당하게 그 사건이 은폐되어 무려 17년 동안 미제사건으로 남았다는 것에 모두 가슴 아파하셨다.”

Q. 염 상사 피살사건 편이 이례적으로 2부작으로 편성되었는데.

“취재를 할 때는 2부작으로 할 생각이 없었다.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살인자를 찾는 데서 끝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인자를 당연히 찾고 추적하는 거지만, 이 사건은 살인자 못지않게 높은 곳에서 추악한 일을 한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부를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던 건, 취재 과정에서 충격적인 반전을 만나면서부터다. 제작진도 충격이 컸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또 문서로서 이런 내용들이 사실로 밝혀졌다. 제대로 보강 취재를 해서 보다 실체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분량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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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조심스럽지만 살인사건 용의자 중 한 명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사망 소식을 들었다. 그 내용도 2부에서 담을 예정이다. 당시 용의자는 기무사 원사로 재직하고 있고, 2016년 시작된 재조사 당시에도 극렬히 조사를 거부하던 사람이었다. 2001년 군대에서만 이 사건을 은폐하려던 게 아니라 재조사가 시작됐던 2016년 이후의 군대도 특별히 달라진 게 없었다. 재조사 시작 2년 뒤에도 협조는 지지부진했고 결국 한 명이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특히 2016년 이후 군이 이 사건과 관련해 수상쩍게 움직이는 정황들이 포착됐다. 그 부분을 2부에서 다룰 예정이다.”

Q. 이번 편을 취재하고 연출하면서 느낀 부분은?

“염 상사는 군에서 두 번 배신을 당한 셈이다. 사망 당시에 군에서 철저히 버림을 받았고, 2016년 재조사가 시작됐을 때에도 또 버림을 당했다. 나도 군대를 다녀왔고,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군인 가족이 되거나 군인과 연관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군대 내 억울한 죽음이 너무 많다. 그 죽음을 군은 덮어버리고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 2001년 염 상사 사망 사건이 끝이 아니라 군 의문사로 힘들어하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있다. 2부를 열심히 준비해서 사법체계와 군대 모두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또 한가지 염 상사의 유가족에게도 육군본부 차원에서 지금이라도 사과, 예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방송 이후 유족과는 연락을 했는지?

“지금 가족들을 만나러 내려가는 중이다. 방송에서 고인의 사망 당시 사진들이 나왔기 때문에 유족들이 괜찮을지 조금 우려된다. 염 상사 유족들은 ‘그것이 알고싶다’가 방송되길 그 어느 사람들보다 오매불망했다. 그래서 아내분은 모자이크도 원치 않으셨다. 힘든 결심을 하신 거다. 다음 주 방송이 끝이 아니라, 유족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있다.”

염 상사는 2001년 12월 11일 밤 11시 40분경 가평군 102번 도로에서 대추나무 몽둥이에 가격당해 살해당했다. 강력한 피의자는 사망 직전 술자리를 함께했던 수송관 홍 준위와 기무사 대원 이 중사였고, 지난달 이 중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살인사건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이 사건은 2016년부터 경찰 재조사가 진행 중이다. 홍 준위와 이 중사의 알리바이를 진술했다던 당구장 주인을 통해 두 사람의 거짓 알리바이임이 드러났고, 사체 머리맡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에서 두 사람의 DNA가 검출됐다.

염 상사 피살사건은 조사 당시 헌병대와 경찰의 공동 수사단이 꾸려졌지만 헌병대는 염 상사 사건은 한 달 만에 일반 사망 사건으로 결론지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군 내부 문건을 통해 군대 내부에서 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시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SBS funE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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