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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130 : 영원히 36살…'젊은 소설가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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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자는… 베르나르의 시 초고에, 내가 소설 끝부분에 인용한 '지난날의 장미는 이제 그 이름뿐,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 덧없는 이름뿐'이라는 부분이 '지난날의 로마는 이제 그 이름뿐'이라고 돼 있었다면서 결국에는 그 편이 잃어버린 바빌론을 상기시키는 시의 나머지 부분에 더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내 소설의 제목은, 만약 베르나르의 초고를 봤더라면 '로마의 이름'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텍스트는 세상에 던져졌고, 경험적 작가는 침묵을 지켜야만 한다."   
 

이탈리아 태생의 언어학자이자 기호학자, 미학자, 역사학자, 철학자이면서 소설가이기도 한 움베르트 에코가 서거한 지 이제 2년이 넘었습니다. 지난 2월 19일이 2주기였는데 문득 그가 그리워져 책장에 있던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젊은 소설가의 고백]입니다. 
 
1932년에 태어나 84세로 생을 마친 에코가 스스로를 젊은 소설가라고 하는 이유는 뭘까요.
 
"나의 첫 소설 '장미의 이름'이 출판된 해는 1980년이다. 즉 내가 소설가로 입문한 게 고작 28년 전의 일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매우 젊고 전도유망한 소설가로서, 지금까지 다섯 편의 소설을 출판했고 앞으로도 50년 동안 훨씬 더 많은 책을 써내려갈 사람이다."

"'당연히'라는 표현의 아이러니한 울림을 이해하는 독자가 얼마나 될까?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원고가 정말 존재하는지를 묻는 독자 편지도 허다하게 받아보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암시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는 독자라도 소설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저 내가 던진 윙크를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다."

"텍스트는 내 손을 떠났다. 어쩌면 독자들이 옳을 수도 있다. 피상적인 농담을 한 책임은 나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렇게 피상적인 농담이 아닐 수도 있다. 아니, 잘 모르겠다. 이미 모든 상황은 내 손을 벗어났다."

"텍스트를 창작하는 알 수 없는 과정과 통제를 벗어나 표류하는 미래의 해석들 사이에서, 텍스트는 '텍스트로서' 여전히 위로가 되는 존재이자, 우리가 굳게 고수할 수 있는 요소이다."
 

움베르트 에코의 독자라면 정말 재밌게 읽으실 수 있는 책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입문하실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더는 그의 새 책을 읽을 수 없다는 게 아쉽지만, '두 번 세 번 읽어도 새로운 해석을 줄 수 있는 진짜 좋은 책'이라는 점이 위안이 됩니다. 
 
*청림출판사, 레드박스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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