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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미 전역 뒤덮은 '총기규제' 시위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미 전역 뒤덮은 '총기규제' 시위
지난 2월 17명의 사망자를 낸 플로리다 더글라스 고교 총격사건 생존 학생들이 주도한 총기규제를 위한 행사가 현지시간으로 24일,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한 미 전역에서 일제히 열렸습니다.

'우리의 생명을 위한 행진'이라는 주제의 이 행사에는 초·중·고교생은 물론이고 교사와 학부모, 연예인, 일반시민을 포함한 각계 각층 인사들이 참석했습니다.

주 행사가 열린 워싱턴DC에서만 주최 측 추산으로 80만 명이 쏟아져 나왔다고 미 NBC방송은 보도했습니다.

워싱턴DC 행사는 정오부터 의회 의사당 주변 무대를 중심으로 치러졌습니다.

엠마 곤살레스 등 총격 사건 생존학생들을 비롯해 20명의 청소년이 연이어 연단에 올라 참사 순간을 증언했습니다.

곤살레스는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면서, 숨진 친구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면서 17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데 걸린 6분 20초에 맞춰 연설을 했습니다.

이어 나선 아리아나 그란데, 마일리 사이러스 등 유명가수들의 공연이 끝난 뒤, 시위대는 인근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일대를 행진하며 총기규제 입법을 주장했습니다.

행사에는 미국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터 킹 목사의 9살짜리 손녀 욜란다 르네 킹도 깜짝 등장해 발언대에 올랐습니다.

욜란다는 1968년 암살자의 총격에 쓰러진 킹 목사의 50주기를 2주 가량 앞둔 이날, 할아버지의 1963년 명연설인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를 인용한 총기규제 지지 발언으로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시위 행렬은 의사당에서 2.5㎞가량 떨어진 백악관 인근까지 이어졌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 휴양지인 마라라고 리조트로 떠나 부재중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에 인근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으로 갔으며, 미 전역을 휘감은 이 행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백악관은 성명을 내 "수정헌법 1조, 즉 언론·출판·집회의 자유의 권리를 행사하는 많은 용감한 미국인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신원 조회 강화를 비롯한 총기규제 노력을 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필라델피아와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800여 곳에서도 행진이 이어졌으며, 뉴욕 행진에는 영국의 록 밴드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가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습니다.

조지 클루니와 인권 변호사인 부인 아말 클루니, 스티븐 스필버그를 빌소한 할리우드 배우와 감독, 유명 방송인들도 거액의 기부금을 쾌척해 행사를 도왔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도 잇따라 응원 글을 올렸습니다.

공화당 인사들은 말을 아꼈으나, 플로리다 주가 지역구인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파크랜드 고교 학생들과 집회를 칭찬하면서도 "총기 금지는 수정헌법 2조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에서는 지난 1999년 콜로라도 주 컬럼바인 고교 총격 참사 이후 지난 20년간 200여 명의 학생이 학교 총격 사건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기간 193개 학교에서 18만7천 명의 학생이 총격 사건을 경험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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