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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쿠르드계 새해축제 '그늘'…"쿠르드 공격, 납득 못해"

쿠르드 최대 명절인 '네브루즈'(뉴로즈, 노루즈)가 터키군의 시리아 쿠르드 도시 점령으로 그늘졌습니다.

21일(현지시간) 새해 명절 네브루즈를 맞아 최대도시 이스탄불과 남동부 디야르바크르에서는 쿠르드계 수만명이 운집했습니다.

네브루즈는 옛 페르시아 제국 일대의 새해 명절로, 춘분 전후와 겹칩니다.

새 생명이 움트는 계절을 기쁨으로 맞이하는 명절이나 이날 행사는 시리아 북서부 쿠르드 도시 아프린이 터키군에 점령된 소식에 예년의 축하 분위기와 달랐습니다.

터키군은 이달 18일 아프린에서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몰아내고 도시를 장악했습니다.

터키군의 점령을 앞두고 아프린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쿠르드인을 중심으로 25만명이 도시에서 도망쳤습니다.

행사장에는 삼엄한 경계도 펼쳐져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전날 터키경찰은 네브루즈 축제를 틈타 소요를 모의했다는 이유로 35명을 연행했습니다.

쿠르드족 등 소수집단을 대변하는 '인민민주당'(HDP)의 공동대표 페르윈 불단 의원은 디야르바크르 행사장에서 "아프린은 평화의 마을이었다"면서 "자치를 누리고 형제애를 실천하며 사는 아프린 주민을 공격한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네브루즈 축제 참가자들은 쿠르드 전통 의상을 입고 손가락으로 승리의 '브이'자를 보이며 행진했습니다.

HDP의 깃발이 나부꼈지만 전과 달리 압둘라 외잘란의 깃발은 사라졌습니다.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 지도자 외잘란은 가중처벌 종신형을 선고 받고 터키 마르마르해의 '감옥 섬' 임랄르에서 복역 중입니다.

이스탄불 네브루즈 행사에 참가한 야샤르 타느르쿨루는 AFP통신에 "유럽은 왜 우리에게 귀 기울이지 않는가?"라고 물으며, "아무도 우리 상황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토로했습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네브루즈 맞이 성명에서 "우리의 축제는 (중략) PKK의 것과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터키정부는 시리아 북부 만비즈의 YPG에 관해 미국이 터키 요구를 수용했다는 발언에서 한 걸음 물러섰습니다.

터키정부는 만비즈에서 YPG를 철수시키라고 미국에 강하게 종용했으며, 최근에는 터키군과 미군이 공동으로 만비즈에 주둔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은 미국이 이 제안에 합의했다고 여러 차례 공개 발언했으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국무장관으로 내정된 후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발언 수위를 조절했습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이날 앙카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국이 (YPG 철수) 로드맵에 동의했다면 합의를 봤다고 말할 수 있다"며, "현재는 서로 양해가 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미군을 등에 업은 쿠르드·아랍연합 '시리아민주군'(SDF)은 2016년 8월 만비즈를 점령한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를 몰아내고 도시를 장악했습니다.

터키정부는 1천500만∼2천만명에 이르는 자국의 쿠르드족을 자극할 수 있는 YPG를 최대 안보위협으로 인식합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YPG가 만비즈에서 나가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다른 도시에서도 철수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해, 아프린 이후 군사작전을 확대할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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