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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홍보처장, 전 교황 베네딕토 16세 서한 조작 논란 끝 사퇴

교황청의 언론·홍보 책임자가 퇴위한 교황 베네딕토 16세 서한을 둘러싼 조작 논란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리오 에도아르도 비가노 교황청 홍보처장의 사임을 승인했다고 현지시간 21일 밝혔습니다.

비가노 처장은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5주년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학을 주제로 교황청이 지난 12일 발간한 11권짜리 서적을 소개하는 행사에서 베네딕토 16세가 보낸 사적인 서한을 공개하면서, 편지 일부를 누락해 서한의 진의를 왜곡했다는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비가노 처장이 당시 낭독한 편지에서 베네딕토 16세는 "이 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심오한 철학적, 신학적 훈련을 받은 사람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학적인 깊이를 결여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어리석은 편견'일 뿐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베네딕토 16세는 또 "우리 둘의 스타일과 성격이 비록 다를지라도, 이 책을 통해 나의 재위 시절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대 사이에 내적인 연속성이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비가노 처장은 그러나 시간이 없어서 발간된 서적을 읽을 수 없었기 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학을 다룬 책에 대한 공식 논평을 할 수 없다는 베네딕토 16세의 편지 속 나머지 구절은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또, 베네딕토 16세의 편지에는 11권의 책의 저자 중에 독일 출신의 페터 휘너만이 참여한 것에 유감을 표하는 내용도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휘너만은 베네딕토 16세 재위 시절 그의 신학을 맹렬히 공격한 신학자로 꼽힙니다.

아울러, 비가노 처장은 이후 기자단을 상대로 배포한 베네딕토 16세의 서한 내용과 해당 편지를 찍은 사진에서도 해당 부분을 일부러 생략해 그의 진의를 왜곡하고, 포토 저널리즘에 위반하는 행동을 했다는 역풍에 휩싸였습니다.

일각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미디어에 '가짜 뉴스'와 정보 왜곡의 해악에 대해 경고한 마당에 교황청의 홍보처가 앞장서서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격이라고 지적하며, 이번 사건을 '편지 게이트'로 명명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그렉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비가노 처장의 사임으로 당분간 교황청 홍보처는 루시오 아드리안 루이스 몬시뇰이 이끌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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