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금까지의 내용 정리해드리면 국민연금은 황당한 계산에 이어서 이중잣대도 적용했습니다. 제일모직은 후하게, 삼성물산은 짜게 평가한 겁니다.
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 지금부터 탐사보도팀 이병희 기자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당시 합병과정을 다시 짚어봐야 될 것 같은데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 당시 반대 목소리도 꽤 있었어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2015년 5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비율이 발표되자 삼성물산 3대 주주 엘리엇펀드가 반대하고 나섭니다.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다는 겁니다.
그러자 삼성은 애국심 마케팅을 하면서 돈만 밝히는 국외 펀드가 삼성그룹을 장악하려 한다는 식의 분위기를 만들죠. 국정농단 수사와 재판에서 드러났지만, 당시 청와대도 그래서 합병 발표 전부터 이 사안에 관심을 가졌고,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압박이 가해졌던 겁니다.
<앵커>
그렇게 찬성,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다 보니 아무래도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한 문제였어요?
<기자>
네,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표 대결 구도에서 삼성물산의 지분 11%가량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선택이 합병 성사를 좌우했습니다.
그래서 삼성 입장에서는 국민연금의 찬성을 이끌어 내는 게 절체절명의 과제였습니다.
그래서 삼성과 국민연금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돌이켜보면, 보시는 것처럼 5월 26일, 합병을 결의한 날, 삼성물산 김신 사장이 국민연금공단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남을 갖습니다.
그리고 조금 지나서 7월 3일에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합병 반대를 권고했는데, 이 기관은 투자자에게 영향력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삼성은 무척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흘 뒤인 7월 6일, 복지부 국장이 국민연금 기금 운용본부 관계자들을 불러서 "당신들 반대하겠다는 거야?"라는 직접적 압박을 합니다.
바로 다음 날인 7월 7일에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홍완선 본부장 등 국민연금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1시간 30분간 면담합니다.
그리고 다음 날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공단 관계자들이 영향력을 더 쓸 수 있는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압력을 넣었고 결국, 보시는 것처럼 7월 10일 찬성 결정이 나왔습니다.
<앵커>
이렇게 날짜별로 쭉 이어보니 이해가 쉬운데, 이건 어디서 확인된 내용인가요?
<기자>
저희 취재팀이 지난 재판의 판결문 그리고 청문회 속기록을 확인해서 재구성했습니다.
<앵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설 정도였다고 하니, 삼성이 얼마나 절박했는지 짐작이 갑니다. 이병희 기자와는 잠시 뒤에 다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삼성 합병' 기획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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