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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청호 '녹조라떼' 오명 씻을까?

[취재파일] 대청호 '녹조라떼' 오명 씻을까?
대청호는 충북 청주 현도와 대전 신탄진 사이를 흐르는 금강을 막아 40여 년 전인 1980년 12월 만들어졌습니다. 홍수조절과 수력발전, 생활용수 등 여러 가지 목적을 가지고 다목적 댐을 건설하면서 자연스레 생긴 인공호수입니다. 대청호의 중요성은 무엇보다 충남북과 대전, 세종을 아우르는 중부권 주민들의 식수원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하지만 대청호는 몇 년 전부터 '녹조라떼'라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여름철마다 반복되는 녹조 발생 때문에 생긴 오명입니다.

대청호 녹조는 충북 청주 문의와 대전 추동, 충북 보은 회남, 충북 옥천 추소리 등 네 곳의 수역에서 집중적으로 관찰됩니다. 문의와 추동 쪽에는 수돗물용 취수를 하는 곳이어서 녹조에 대한 긴장감이 높습니다. 지난해 대청호에 내려진 조류경보 일수는 119일이나 됐습니다. 2016년 91일에 비해 한 달가량 더 녹조가 지속됐다는 것입니다. 물 1리터 속에 남조류 세포 수가 1천 셀 이상 2주 연속 검출되면 조류경보 '관심'이 발령되고, 1만 셀 이상이면 '경계' 단계로 올라갑니다.

녹조 모니터 수역 네 곳 중 가장 심각한 곳은 충북 옥천 추소리입니다. 대청호에서 가장 상류 지역으로 취수탑과는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다 보니 공식적인 조류경보 발령지역에서는 제외돼 있습니다. 하지만 추소리의 경우 남조류 세포 밀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녹조 제거를 위해 수차를 돌리고, 녹조 제거 선을 투입하는 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녹조가 줄어들지 않자 환경부가 좀 더 근원적인 대책을 내놨습니다. 녹조를 발생시키는 원인물질이 대청호로 흘러들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입니다. 녹조는 일반적으로 식물성 플랑크톤인 남조류가 대량 증식해 물빛이 녹색을 띠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에 필수적인 게 바로 영양염류인 인과 질소입니다. 영양염류가 풍부하고 수온이 높고, 일조량이 많으면 녹조가 발생하는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취재파일] 대청호 '녹조라떼' 오명 씻을까?
환경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3개월간 추소리 상류지역 하천인 소옥천에 대한 오염원 조사를 벌였습니다. 소옥천은 지난 2012년 충북대가 대청호로 유입되는 하천 9곳에 대한 녹조유발물질인 '총인' 부하량 분석에서 72%를 차지한 하천이라고 환경부는 밝혔습니다. 오염원 조사결과 소옥천 주변 한우농가는 200여 곳으로 나타났고, 축사 주변에 쌓아둔 방치 축분이 연간 4천여t이나 됐습니다. 소 배설물인 분뇨속에는 녹조유발물질인 '총인'이 들어있습니다. 방치 축분 4천여t에서 발생되는 '총인'은 6.6t이고, 농가에서 소 분뇨로 퇴비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총인' 배출 부하량은 연간 5.1t에 이른다고 환경부는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 소옥천 주변 한우 농가들은 축사에서 나오는 분뇨를 농사용 거름으로 사용했습니다. 분뇨를 쌓아두고 썩혀서 퇴비를 만들거나 아니면 소 분변을 건조시켜 농경지에 뿌려 주는 방법으로 활용했습니다. 농민들은 고추, 콩 같은 밭작물은 물론 벼를 재배하는 데에도 소 분변은 없어서는 안 되는 거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영농철을 앞둔 요즘 소옥천 주변 농경지에는 소 분변이 여기저기 뿌려져 있습니다. 분변에 빗물이 스며들자 검붉은 물이 흘러나와 농경지를 흥건하게 적셨습니다. 또 바닥에 고인 검붉은 물은 빗물을 따라 하천으로 흘러들 수밖에 없어 보였습니다.
[취재파일] 대청호 '녹조라떼' 오명 씻을까?
환경부는 축산분뇨에서 나오는 총인이 하천을 따라 대청호 상류 추소리 수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가축분뇨를 전량 거둬들이겠다는 것입니다. 수거한 소 분뇨는 공장에서 퇴비로 만들어 다시 농민들에게 돌려줍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시범사업입니다. 농민들의 반응도 좋았습니다. 자신들이 직접 소분변을 논밭에 뿌려주지 않아도 되고 분변을 이용해 퇴비를 만드는 고생도 덜게 됐으니 농민들이 환영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취재파일] 대청호 '녹조라떼' 오명 씻을까?
충북 옥천군에 있는 퇴비공장은 하루 200톤가량의 소 분뇨를 처리해 퇴비 60t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습니다. 농민들에게 전달할 퇴비는 소 분뇨량에 비례해 쿠폰으로 지급됩니다. 필요할 때마다 퇴비로 바꿔 쓰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퇴비나눔센터는 다음 달 2일 문을 열고 본격 운영을 시작합니다.

물론 퇴비 속에도 '총인'은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흙과 섞여서 작물의 성장에 이용되는 순환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하천으로 흘러들 배출 부하량은 방치된 축분에 비해 훨씬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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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오는20년까지 총인의 오염 부하를 68% 줄여 추소리 수질을 38%가량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숫자의 목표를 떠나 상수원 유역에 지저분하게 방치되고 논밭에 뿌려진 소분뇨를 전량 수거한다는 것만으로도 정책의 심리적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속적이고 촘촘한 오염원 관리로 '녹조라떼'란 더러운 이름이 중부권 식수원인 대청호에 더 이상 따라다니지 않았으면 합니다. 물 환경 보호에 대한 중부권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더해져야 대청호를 지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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