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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문정지구 엉터리 관리하고 세금 들여 되사겠다니

[취재파일] 문정지구 엉터리 관리하고 세금 들여 되사겠다니

노동규 기자 laborstar@sbs.co.kr

작성 2018.03.20 07:39 수정 2018.03.23 04:0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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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문정도시개발지구, 이른바 '문정지구'는 서울시가 10년 공들인 사업이다. 총면적 54만 8천 239㎡에 법조기관과 녹지, 신성장동력산업 등을 집적시킨다는 서울 동남권 최대 개발이다. 관련 고시에 밝힌 조성 목적은 다음과 같다.

"신성장동력산업 및 공공행정 지원시설을 계획적으로 유치하여 서울시 지속적 성장을 위한 비즈니스 공간 조성"

이 구상의 핵심은 '앵커 시설'에 있다. 문정지구 안에 신성장동력산업지대를 구축한다며 일부 건물의 입주업종을 제한하는 것이다. 지구단위계획으로 7개 블록 1만 1천 615㎡ 규모에 대해 '이용 용도를 특정'했다. 기업체 회의 공간, 산업교육시설, 연구소나 도서관 같은 스마트시티 관련 업체 등만 모아 미래 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취지다.

실태는 달랐다. 앵커시설엔 엉뚱한 업종이 대거 입주해 있었다( ▶ 신성장동력산업 공간이라더니…결혼식장·학원 '떡하니'). 산업 컨벤션 앵커시설엔 불법 예식장이 들어섰다. 스마트시티 관련 업체는 안 보이고 일반 업체들이 난립해 있다. 산업교육시설로 쓴다던 곳에선 일반인 대상 취업학원까지 입주해 있다.
송파구 문정동 신성장동력산업지구, 임대업 만연, 결혼식장시행사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김세용 사장)는 문정지구 토지 매각·분양 뒤에도 5년 동안 입주관리를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용역을 통해 지금까지 3차례 '엉터리 업체'가 입주한 걸 확인한 게 전부다. 고시는 앵커시설 건물관리자가 이용현황을 종합해 분기별 1회 이상 SH공사에 신고하도록 하고, 입주기업 또한 사무실 임대·매매 때마다 열흘 안에 SH공사에 신고하게 돼 있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SH공사는 이에 대해 "건물 임대와 재임대로 이어지는 사인 간의 계약을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뒤늦게 용도 외 업체들을 퇴거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건물 일부를 앵커시설로 제약받는 조건으로 취·등록세 등 세제 감면 혜택을 받은 건축주는 건물 짓고 분양 마친 뒤 대부분 청산했다. 이들로부터 분양받거나 임대, 재임대해 영업 중인 업체들만 남았을 뿐이다. 지난 1월 송파구청으로부터 고발당한 예식업체의 경우 재임대로 업체를 운영 중인데 "임대인에게 앵커시설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퇴거당하면 수십억 원을 날릴 판이다. 이들은 임대인이나 서울시·SH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벼를 판인데, 정작 지구단위계획을 짠 서울시는 문정지구 입주실태를 챙기는 담당 공무원조차 두지 않고 있다.

'SBS 8뉴스' 보도 뒤 확인한 내용엔 말문이 막힌다. 서울시·SH공사의 앵커시설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는 "SH공사가 잘못 쓰이고 있는 앵커시설을 다시 매집해 직접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세금을 쓰겠다는 얘기다. 애초 계획대로 관리를 안 해 이 상황을 초래했다는 반성은 찾을 수 없다. 문정지구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지역 사무실 매매 프리미엄은 이미 분양가 대비 최대 1억 5천만 원 선까지 뛴 상황. 1만 6천여㎡를 프리미엄 얹어 다시 되사겠다는 발상은 과연 미세먼지 잡겠다며 공짜 대중교통에 150억 헛돈 썼던 서울시의 공기업답다 해야 할까. 이러니 서울시가 세금 알길 우습게 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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