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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의시사전망대] "유권자들 속이는 뻥튀기 의정보고서"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8:05 ~ 20:00)
■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 방송일시 : 2018년 3월 16일 (금)
■ 대담 : SBS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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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8명 의원이 확보했다고 언급한 예산, 총 107조
- 민주평화당 의원 중에는 혼자 14조 예산 확보
- 유권자들은 의원들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어
- 의정보고서 속 의원들은 모두 상 받은 우수 의원
- 시상하는 단체 중 사무실, 홈페이지 없는 곳도 있어
-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상 주겠다며 입금 요청
- 법안 최다 발의, 1년 9개월 동안 1,400여 건
- 사인만 하는 공동발의도 법안 발의에 포함


▷ 김성준/진행자:

SBS 8시 뉴스에서 우리 국회의 실태를 심층적으로 점검하는 ‘20대 국회 잠금 해제’, 이런 연속 기획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의원들이 자기의 치적을 담은 의정보고서 같은 게 있지 않습니까. 여기에 실리는 지역구 예산 또는 수상 경력, 어떤 법안들을 발의했다. 이런 것들을 저희가 꼼꼼히 살펴봤더니 엉터리, 뻥튀기. 이런 것들이 수두룩했다고 합니다. 이런 기막힌 실체를 SBS 정치부 국회팀이 집중 취재했습니다. 이 가운데 이세영 기자와 함께 관련한 얘기를 직접 한 번 나눠보기로 하겠습니다. 여러 가지 항목들이 있었는데 우선 예산 얘기부터 해보죠. 의정보고서를 보면 의원들마다 무슨 다리를 지은 예산을 따왔다, 도로 짓는 예산을 따왔다. 이렇게 자랑을 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어느 정도 심하던가요?

▶ SBS 이세영 기자:

그래서 저희가 국회의원 총 293명 중 212명의 의정보고서를 분석해봤습니다. 그런데 3/4인 158명이 예산을 언급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안 한 사람이 있다는 게 의외네.

▶ SBS 이세영 기자:

안 한 사람도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비례대표인가?

▶ SBS 이세영 기자:

비례대표도 자기가 점 찍어둔 지역에 대한 예산을 적기도 하고요. 그것보다는 자기가 어떤 식의 법안을 발의했는지, 이런 쪽을 많이 홍보하는 경우도 있는데. 일단은 대부분 예산을 언급합니다. 조 단위 예산을 확보했다, 자기가 주역이다, 새 시대를 열었다. 이런 표현들을 많이 쓰는데요. 그래서 이 158명이 언급한 예산을 다 더해보니 107조였습니다. 107조 이 돈이 어떻게 생각하시면 되냐면. 전국 지자체를 다 총괄하는 행안부, 그리고 부처 중에서 가장 큰 돈을 굴리는 곳이 복지부인데. 그 둘의 예산을 합한 것과 거의 비슷하거나 더 많다고 보시면 됩니다.

▷ 김성준/진행자:

107조. 우리가 지금 정부 예산이 몇 조죠? 하여튼 정부 예산의 엄청나게 많은 부분을 다 따왔다, 이것이군요.

▶ SBS 이세영 기자:

예. 그리고 민주평화당 가장 많은 액수를 적은 의원 같은 경우에는 본인이 무려 14조를 혼자서 땄다.

▷ 김성준/진행자:

거기는 뭐 그렇게 공사할 게 많았나?
 
▶ SBS 이세영 기자:

네. 그래서 14조 원을 땄다고 자랑하는 의원에게 찾아가서. 아니, 의원님 어떻게 혼자서 14조 원을 다 따셨습니까 하고 물어봤더니. 그 의원도 정확하게 자신의 기여한 부분을 말을 못하고 어떻게 얘기했냐면, 그 14조 중에서 6억을 했는지, 5억을 했는지. 이것을 분리하기는 어렵지 않느냐. 그래서 실제 자기가 14조를 땄다는 게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고. 그렇지만 정확하게 너 혼자 했느냐고 물을 때는 또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고.

▷ 김성준/진행자:

도대체 무슨 말이에요?

▶ SBS 이세영 기자:

그래서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사실은 이 의정보고서를 받아보는 유권자 시민들 입장에서는 그 의원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14조를 땄다고 했을 때 그러면 세부 내역을 갖고 와라. 그리고 얼마만큼 기여를 했느냐. 이걸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의원들 같은 경우에 자기 지역구라든지. 만약에 제가 대전의 어느 한 의원이라고 하면 대전시 예산 전체를 제가 딴 것처럼 홍보해도 시민들이 알 수가 없다. 이런 내용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이 분은 국회의원 어느 분인지는 모르지만 8시 뉴스에 그렇게 비판하는 기사가 나갔어도 좋아했겠다. 지역구 의정보고서 보는 사람 별로 없는데 SBS 8시 뉴스에서 14조 원 따왔다고 뻥튀기 한다고 다 홍보를 해주면. 그렇지 않겠어요?

▶ SBS 이세영 기자:

그렇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의원 같은 경우는 의정보고서에 당시 예산 과정에서 이 의원이 예결위 소소위 간사였거든요. 그래서 지역구 예산을 많이 챙겼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그 비판 기사를 의정보고서에 실었어요. 자신이 많이 지역구 예산을 땄다는 근거로. 그런 방법도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현명한 방법이네요. 그런데 아무래도 예산을 많이 따는 의원들은 집권당 의원일 가능성이 많지 않을까요?

▶ SBS 이세영 기자:

네. 그렇습니다. 또 하나 신기한 게 보면 민주평화당 의원들이 의정보고서에 적은 예산이 2조 6,490억으로 가장 많았어요. 말씀하신 대로 집권 여당보다. 그런데 민주평화당의 전신이 국민의당 아니겠습니까? 이 국민의당이 지금 정국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잖아요. 그래서 이번에 예산안이 통과될 때도 국민의당이 그런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었는데. 그래서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에 예산안이 통과될 때 호남 쪽의 예산, 특히 SOC 예산이 많이 늘어난.

▷ 김성준/진행자:

정부의 다른 예산을 통과시켜주는데 국민의당 의원들이 손 들어주는 대가로 지역 예산을 주고. 이런 것이군요. 그러면 그건 진짜 따온 거네요. 실제로. 어떻게 했든 간에. 일종의 표를 거래한 면은 있는 거지만. 돈 자랑은 그렇고요. 상 자랑도 그렇게 많이 한다면서요?

▶ SBS 이세영 기자:

그렇습니다. 의정보고서 보면 사실은 모두가 우수 의원입니다. 모두가 상을 받았다고 자랑하는데요.

▷ 김성준/진행자:

자랑스러운 의원, 무슨 우수 의정 활동 의원. 별 상이 다 많았는데.

▶ SBS 이세영 기자:

바른말고운말 상 이런 게 있는데. 이 가운데 좀 시상을 하는 단체가 정체불명인 경우가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한국언론기자협회라는 게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언론기자협회요?

▶ SBS 이세영 기자:

네. 사실 일반 시민 분들은 좀 낯설고.

▷ 김성준/진행자:

한국기자협회가 아니고.

▶ SBS 이세영 기자:

네. 기자인 저도 낯설거든요. 한국기자협회랑은 또 다른 단체입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는 사실 가보면 홈페이지도 마련되어 있지 않고. 사무실도 없고. 이런 경우가 많거든요.

▷ 김성준/진행자:

그러면 왜 상을 주죠?

▶ SBS 이세영 기자:

그래서 한 번 취재를 해봤더니. 의원실에 일단 전화가 걸려온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상부터 주겠다. 이렇게 연락이 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상패 명목으로, 우리가 국회의원에게 상을 줄 테니 50~100만 원을 입금해 달라. 이런 경우도 있고.

▷ 김성준/진행자:

그러면 또 입금을 하는 모양이죠?

▶ SBS 이세영 기자:

네. 그래서 또 받은 의원들에게 물어봤더니. 왜 상을 받았는지 아시냐고 물어봤더니 사실 모르는 의원들이 많더라고요.

▷ 김성준/진행자:

자기가 왜 상을 받았는지 모르는 거예요?

▶ SBS 이세영 기자:

일단 주니까 받았다. 이런 입장이고요. 그래서 저희가 또 시상을 한 단체 대표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이게 어떻게 해서 의원에게 상을 주게 되느냐 했더니 작은 단체라서 객관적인 심사가 없다. 우리 옛날에 초등학교 개근상도 주고, 그런 개념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이렇게 얘기했거든요. 즉 다시 말해서 주는 사람 마음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약간 주먹구구식으로 시상이 되고 있는 부분인데 의원들은 어쨌든 우수상을 받았다. 이렇게 떵떵 자랑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것도 의정보고서에 당연히 포함을 시키겠죠.

▶ SBS 이세영 기자:

그렇죠.

▷ 김성준/진행자:

참, 좋네. (웃음) 이번엔 법안 얘기로 들어갑시다. 이제부터 사실은 예산하고 상도 상이지만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법안을 만드는 건데. 법안 발의한 사람들 보면 굉장히 많이 발의하는 의원도 있더라고요. 최다 발의가 얼마나 됐습니까?

▶ SBS 이세영 기자:

최다 발의가 1,400여 건 정도.

▷ 김성준/진행자:

얼마 동안에요?

▶ SBS 이세영 기자:

20대 국회 동안이니까 지금 1년 9개월 정도 됐거든요.

▷ 김성준/진행자:

20대 국회 들어 1년 9개월 동안 1,400건이요?

▶ SBS 이세영 기자:

예. 이게 무슨 법안을 발의하는 머신, 기계도 아니고. 1년 9개월 동안 1,400건의 법안을 발의하려면 적어도 하루에 두 개 이상 법안을 뚝딱뚝딱 만들어야 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법안을 하루에 두 개 프린트하기도 힘들겠다.

▶ SBS 이세영 기자:

법안이 사실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만드는 게 간단한 일이 아닐 것 같은데.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면. 대표 발의가 있고 공동 발의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대표 발의자는 그 법을 처음부터 고안하고 심사를 거쳐 대표 발의한 의원이고. 공동 발의라는 개념은 그 대표 발의한 의원에게 의원이 동참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그 과정을 보면 본회의장에 국회의원들이 서명서 같은 것을 들고 다닙니다. 

그래서 이렇게 친한 의원들에게 사인을 해 달라고 해요. 그러면 그 법안에 동참할 것이냐 그 사인인데. 서명을 하면 그 순간 사인을 한 의원은 공동발의자가 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공동 발의라는 것은 사실 법안 만드는 처음 시작 단계부터 열심히 같이 고민하고 만드는 게 아니라. 다 만들어진 법안에 대한 정말 간단한 설명만 듣고 사인하면 공동 발의자가 되는 건데. 이 공동 발의를 의정보고서에 적는 의원도 있고, 안 적는 의원도 있습니다. 

공동 발의 말고 자신이 대표 발의한 법안 건수만 적는 의원들은 공동 발의라는 것 자체는 자기가 그렇게 공을 많이 들인 게 아니기 때문에. 자기가 공을 들인 대표 발의자 중심으로 의정보고서를 적는가 하면. 이제 공동 발의 역시 자기가 공을 들였다. 이렇게 해서 1,400여 건 법안 발의. 이런 것을 치적으로 내세우는 의원들도 많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1,400여 건은 정말 하루에 두 건씩 도장 찍어주기만 해도 바쁠 지경 아닌가 싶은데.

▶ SBS 이세영 기자:

도장을 열심히 찍어줬다.

▷ 김성준/진행자:

예. 앞으로도 우리 세금으로 일하는 국회의원들 철저하게 감시해서 좋은 기사 많이 써주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하죠. 지금까지 SBS 이세영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 SBS 이세영 기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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