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소지섭은 2011년 개봉한 멜로 영화 '오직 그대만이'를 찍으면서 느꼈던 막연한 불안감에 대해 말했다. 당시에도 멜로 영화는 개봉은 물론 기획도 드물었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행복함을 느꼈지만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만나기까지 무려 7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으면 하는 이유에 대해 "단순히 내 영화가 아니라, 동종 장르의 기획이 이어지기 위해서라도 좋은 본보기가 되기를 바란다. 멜로 영화에 대한 관객의 수요가 있고, 호응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멜로는 안방극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장르인 탓에 유료 콘텐츠인 영화에서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다. 남녀 배우 모두 멜로 영화 출연을 원하지만, 기획 자체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다.
큰 키와 넓은 어깨와 선이 굵은 얼굴까지…. 소지섭은 남성미가 돋보이는 외모를 가진 배우지만, 여성의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매력도 충만한 배우다. 그런 그가 멜로 장르를 좋아하는 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소지섭은 자신의 자아와 정서가 형성될 무렵 멜로 영화를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인생 멜로 세 편을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두 번째 영화는 미키 루크, 킴 베이싱어 주연의 '나인 하프 위크'(1986)다. 1980년대 중반 전 세계에 에로티시즘의 열풍을 일으킨 영화다.
"남자에게 사랑에 빠진다는 경험을 하게 된 유일무이한 영화였던 것 같아요. 그 영화에서 미키 루크는 너무나 멋지고 섹시해요. 그 영화를 보고 난 이후 미키 루크의 영화를 다 수집할 정도로 좋아했어요."
세 번째 영화는 '첫 키스만 50번째'(2004)였다. 소지섭은 "어느 날 집에 있다가 영화나 볼까 하는 마음에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어요. 신나게 웃으면서 봤어요. 그리고 어쩌다 또 한 번 보게 됐는데 그땐 되게 슬프게 다가오는 거예요. (단기 기억상실증으로 인해) 매일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게 기쁘기만 한 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떤 영화는 처음 볼 때와 두 번째 볼 때가 완전히 달라요. 제겐 이 영화가 그랬어요."라고 설명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어쩌면 소지섭에게 '인생 멜로'가 될지도 모를 작품이다. 이번 영화에서 소지섭은 아내를 잃고 아들을 홀로 키우는 남자 '우진'으로 분했다. 2001년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호흡을 맞췄던 손예진과 무려 17년 만에 재회해 화제를 모았다.
소지섭은 이번 영화에서 20대 초반의 풋풋한 대학생 연기부터 30대 중반의 아버지 연기까지 소화했다. 실제 나이보다 2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첫사랑에 빠진 남자를 연기 했음에도 그 시절의 순수와 순정을 잘 살려낸 연기로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우진과 수아가 처음으로 손을 잡게 되는 버스 정류장 장면을 좋아해요. 그 장면을 준비하면서 옛 추억도 떠오르면서 설레더라고요. 요즘 시대의 사랑은 빨리 만나고 헤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안 그런 사람도 분명 있어요. 우진처럼 첫사랑과 결혼하는 경우도 있을 거고요."
배우 소지섭에게 멜로 영화란 어떤 의미일까.
"남녀 간의 사랑, 가족 간의 사랑에 관한 영화는 인류가 멸망하지 않은 한 계속 만들어질 것 같아요. 저에겐 계속 출연하고 싶고, 만나고 싶은 장르죠.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보고 나가는 관객들의 모습을 상상해봤어요. 얼굴은 웃고 있는데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 51K 제공>
(SBS funE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