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단역배우 자매 사건 재수사 청원 봇물…"#미투운동 가늠자 된 사건"

단역배우 자매 사건 재수사 청원 봇물…"#미투운동 가늠자 된 사건"
단역배우가 상습 성추행을 당하다가 목숨을 끊은 이른바 '단역배우 자매사건'에 대한 재수사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15일 방송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손수호 변호사는 2004~2009년까지 벌어진 단역배우 자살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손 변호사는 "이 사건은 #미투운동의 가늠자"라면서 재수사를 통한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은 2004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대학원생 A씨는 여름방학을 맞아 모 방송국 백댄서로 활동하던 동생의 권유를 받아 2004년 7월부터 드라마 보조출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2007년 7월부터 3개월 동안 경남 하동에서 보조출연 활동을 하고 돌아온 A씨는 집에 돌아온 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죽여야 돼'라고 소리치는 등 이상증세를 보였다.

A씨는 정신과 상담을 받았고, 치료 과정에서 기획사 보조반장 이 모 씨를 비롯해 남성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정황이 드러났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A씨가 11월까지 촬영지 인근 모텔, 차량 등에서 다른 보조반장, 캐스팅 담당자 등에게 여러 차례 성폭행, 성추행을 당했다는 점이다. 

A씨는 당시 일기를 적었는데 성폭행을 한 사람은 4명, 성추행을 한 사람은 8명이었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A씨의 모친은 이들을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허술한 수사로 범행을 파헤치지 못했고, A씨가 심각한 2차 피해를 받게 했다.

심지어 이 모 씨는 A씨 모친에게 폭행과 협박을 했다. 또 수사 과정에서 A씨는 가해자들과 대질심문 등으로 인해 2차 가해를 당하던 끝에 고소 1년 7개월 만에 고소를 취하했다.

결국 A씨는 2009년 8월 28일 오후 8시 18분 18층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나는 그들의 노리개였다. 나를 건드렸다. 더이상 살 이유가 없다."고 적었다.

A씨가 사망한 뒤 동생은 "언니가 보고 싶다. 언니가 보고 싶어서 먼저 간다."면서 "엄마는 복수하고 와라. 엄마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세상을 떠났다.

평소 지병을 앓던 아버지 역시 두달 뒤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사실상 홀로 남은 어머니가 가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했지만 소멸시효 때문에 패소했다.

오히려 가해자들은 A씨 모친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재판부는 "공권력이 범한 참담한 실패와 이로 인해 가중됐을 A씨 모녀의 고통을 보면서 깊은 좌절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내용을 자세히 전한 손수호 변호사는 "결국 법원도 공권력의 잘못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사건이 구체적으로 폭로된 것도 제대로 파헤치지 못하고 있는데 이걸 본 다른 사람들, 어떻게 피해 사실을 말할 수 있을까. 진상이 꼭 밝혀져야 하겠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편 단역배우 자매 사건은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와 있다. 현재 7만 명 넘는 이들이 이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요구하는데 서명했다.

청원인은 관련 보도 내용을 정리한 뒤 "여전히 가해자들과 부실 수사를 한 사람들은 잘산다. 반드시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SBS funE 강경윤 기자)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