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는 북풍이 몰아치는 겨울에도, 태풍이 몰려오는 여름에도 변함없이 펄럭입니다. 눈보라와 폭풍우 속에서도 언제나 제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백운대 태극기는 수명이 매우 짧습니다.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찢어지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강한 계절에는 일주일이 멀다 하고 태극기를 갈아줘야 합니다. 북한산 인수대피소 직원들이 비바람에 훼손된 태극기를 교체하는 일을 담당합니다. 태극기가 찢어져 방치되면 탐방객들 호통이 빗발칩니다. 그때마다 새 태극기를 들고 백운대 정상으로 뛰어 올라가야 하는 그들의 수고로움도 만만치 않습니다.

獨立宣言記事 (독립선언기사)
己未年 二月十日 朝鮮獨立宣言書 作成 (기미년 2월10일 조선독립선언서 작성)
京城府 淸進町 六堂 崔南善 也 (경성부 청진정 육당 최남선 야)
庚寅生 (경인생)
己未年 三月一日 塔洞公園 獨立宣言 萬歲導唱 (기미년 3월1일 탑동공원 독립선언 만세도창)
海州 首陽山人 鄭在鎔 也 (해주 수양산인 정재용 야)
丙戌生 (무술생)
1919년 2월 20일 경성 청진정(지금의 청진동)의 최남선이 독립선언서를 작성하고, 1919년 3월 1일 해주 수양산 출신의 정재용이 탑동(지금의 탑골) 공원에서 독립만세를 선창하며 운동을 이끌었다는 내용입니다. 암각문 위아래 네 모서리에 각각 한 자씩 새긴 敬天愛人(경천애인)까지 포함하면 모두 73자입니다. 가로 1.5m, 세로 2.7m 면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독립운동가인 정재용 선생이 3.1 운동의 역사적 사실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1920년대 중후반에 직접 새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현재 육안으로 암각문의 전문을 알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00 宣言記事
己未年 二月十0 朝鮮獨立0言書 作成
000 000 六0 000 也
000
己未年 三月一日 塔洞公園 獨立宣言 萬歲導唱
00 00山人 000 也
000
0으로 표시한 부분은 마모돼 사라졌습니다. 나머지 글자도 온전하지 않은 것이 많습니다.

북한산 백운대는 태극기와 3.1 운동 암각문이라는 만세운동의 실제 흔적이 함께 있는 유일한 역사 문화 유적으로 꼽힙니다. 맑은 날 백운대에 올라 서울 시내를 바라보는 풍경은 오래도록 기억될 절경입니다. 때문에 날씨 좋은 휴일에는 하루에만 만 명 이상이 백운대를 찾는다고 합니다. 암각문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탐방객들이 누려야 할 호사를 뺏을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귀중한 역사 유적이 연기처럼 사라져 가는 현실을 방치해서도 안 될 일입니다.
내년 3.1 운동 백주년 사업을 기획하는 정부 기관과 민간단체의 움직임이 부산합니다. 그 가운데 상징성 높은 백운대 3.1 운동 암각화를 영구 보존하는 대책이 포함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