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비애견인들도 애견인들에게 가장 큰 불만은 우리와 똑같은 것 같습니다. '우리 개는 절대 안 물어요'라는 애견인들의 생각이죠. 그래도 우리 사회에선 지난해 유명 연예인 가족의 반려견이 이웃 주민을 물어 숨지게 한 사고로 인해 애견인들의 이런 태도가 조금은 환기됐다고 생각됩니다만, 중국은 아직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국인들이 자신들의 애견 문화를 되짚어봐야 할 만한 법원 판결이 나와 소개합니다.
병원에 입원한 천 씨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경막하출혈, 뇌좌상, 후두골골절, 망막출혈에 고혈압과 당뇨병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결국 입원 치료 23일만에 숨지고 말았습니다. 병원측이 밝힌 사인은 노인들이 낙상으로 주로 발생한다는 '급성 경막하출혈'. 뇌를 둘러싸고 있는 경막 안쪽에서 혈관이 터져 출혈이 발생했다는 거죠. 샤 씨의 반려견이 갑작스럽게 개가 달려드는 바람에 천 씨가 놀라 넘어졌고, 그로 인해 경막하출혈, 즉 뇌경막 안쪽에 혈관이 터져 숨졌다는 얘깁니다.
문제의 반려견은 만 1살이 된 골든리트리버였습니다. 1살이라고는 하지만 다 큰 골든리트리버와 체구는 비슷했습니다. 샤 씨는 반려견을 키울 때 구비해야 할 '강아지 신분증'이 없는 상태였고, 사고가 발생할 당시엔 개 목줄을 묶지 않았습니다. 숨진 천 씨의 가족들은 샤 씨를 상대로 "반려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천 씨가 숨졌다"며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당연히 샤 씨도 억울하다며 반론을 제기했죠. 반려견이 천 씨에게 갑자기 다가간 건 제3자가 개를 놀려서 생긴 우발적인 일이라는 주장입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런 상황은 숨진 천 씨의 가족들이 소송을 샤 씨와 함께 개를 놀린 사람에게도 청구할 수 있게 할 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샤 씨의 책임이 없어지는 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샤 씨는 또 천 씨의 고혈압과 당뇨병까지 이번 사건과 연관 지을 수 없는 거 아니냐며 손해배상 책임을 감경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도 역시 받아들이지 않고, 샤 씨에게 36만 위안, 우리돈 6천백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즉각 샤 씨는 항소했습니다. 2심 재판을 진행한 거죠. 그러나 2심 재판부 결론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공공장소에서 개 목줄이 없는 골든리트리버가 갑자기 달려들어 70대 노인이 놀라 넘어졌고, 그로 인해 숨졌다는 사실은 모두 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천 씨가 넘어지기 전에 개와 약간의 거리가 있었고, 그 상황에서 어떤 방어조치라도 취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정도는 감안해줘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1심 판결에서 샤 씨의 책임을 20% 정도를 경감해줘서 28만 위안, 우리돈 5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형사소송으로까지 번지진 않았습니다. 천 씨의 가족들이 형사 고소를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민형사 사건은 엄밀히 다른 사안입니다만, 우리나라 판례엔 반려견 관리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사람이 개에게 물려 크게 다치게 한 사건에 유죄 선고를 한 사례가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반려견은 애견인들에게 가족 이상인 거 같습니다. 점점 더 각박해지는 도시 생활 속에선 더더욱 그렇겠죠. 다만 남의 일에 신경 안 쓰는 중국인 특유의 생활태도가 남의 불편도 신경 쓰지 않는 걸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반려견이 소중할 수록, 반려견을 키우는데도 책임이 뒤따른다는 걸 중국인들이 이번 판결을 통해 한 번쯤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사진=바이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