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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쓰고 문 대통령 친서 읽은 김정은…손 흔들며 특사단 배웅

안경 쓰고 문 대통령 친서 읽은 김정은…손 흔들며 특사단 배웅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대표단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으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수석특사로 하는 특사단은 5일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 12분까지 총 252분간 북한 조선노동당 본관의 진달래관에서 김 위원장을 면담하고 만찬회동까지 했다.

남한 인사가 북한 노동당사 본관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조선중앙TV가 6일 공개한 영상을 보면 김 위원장은 면담장 복도까지 나와 우리 특사단 일행을 맞이했다.

김 위원장은 정 실장에게 먼저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고 정 실장이 자신의 손을 잡자 다시 두 손으로 정 실장의 손을 잡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특사단원 전원과 악수하고 함께 면담 장소로 이동했다.

면담에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배석했다.

면담 시작에 앞서 정 실장이 문 대통령의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자 김 위원장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으로 문 대통령의 친서를 받아들고 다시 한 번 정 실장과 악수했다.

자리로 돌아온 김 위원장은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문 대통령의 친서를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문 대통령의 친서는 A4 용지 한 장 분량이었으며, 친서를 모두 읽은 김 위원장은 옅은 미소를 띤 채 여동생인 김 제1부부장에게 친서를 건넸다.

앞서 문 대통령도 지난달 10일 청와대에서 김 제1부부장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별다른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은 채 본인만 내용을 확인한 뒤 그대로 친서를 반으로 접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송인배 제1부속실장에게 전달했다.

특사단과 김 위원장의 면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김 위원장은 자주 웃음을 보였고 큰 몸짓을 섞어가며 대화에 임했고, 특사단의 표정도 여유로웠다.

이 면담에서 정 실장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수첩이 한때 국내 언론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특사단과 김 위원장의 면담 사진을 확대한 결과 정 실장이 수첩에 적은 메모의 내용 일부가 확인된 것이다.

정 실장의 수첩에는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미연합훈련으로 남북관계가 단절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 '또 한 번의 결단으로 이 고비를 극복 기대', '작년 핵·미사일 실험→유일한 대응 조치, 다른 선택 無' '새로운 명분 필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를 두고 국내에서는 김 위원장이 특사단에 한미연합훈련의 재연기 또는 중단을 요구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6일 오후 특사단이 돌아와 방북 결과를 언론에 브리핑하면서 이 같은 의구심은 해소됐다.

정 실장은 언론발표문을 낭독한 후 가장 먼저 '문제의 수첩'을 거론하면서 "북한이 연합군사훈련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런 요지로 북측을 설득해야겠다고 준비하고 있었다"며 "그 문제가 제기될 경우 우리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메모해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정 실장의 수첩에 적힌 메모는 김 위원장의 발언이 아니라 정 실장이 미리 준비한 발언 요지였던 것이다.

5일 만찬에는 면담에 참석한 인사 외에도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 김창선 서기실장이 추가로 참석했다.

만찬은 대형 원탁 테이블에 우리 특사단과 북측 인사들이 둘러앉은 채 진행됐다.

만찬주로는 포도주와 수삼주 등 네 가지 종류의 술이 나왔고, 김 위원장은 포도주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정 실장과 건배했다.

만찬 후 김 위원장은 특사단이 차를 타는 장소까지 걸어 나왔으며, 특사단이 탄 차가 출발하자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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