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내일(5일) 1박2일 일정으로 방북하기로 하면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들에게 어떤 메시지에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오늘(4일) 브리핑에서 특사단의 김정은 위원장 면담 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면담은 확실시된다는 게 대부분의 관측입니다.
과거엔 특사가 방북하더라도 북한 최고지도자를 만날 수 있을지 마지막 순간까지 장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때로는 면담이 좌절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특사로 방북했던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도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특사단 파견은 김 위원장이 여동생 김여정을 남측에 특사로 파견한 데 따른 답방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사정이 다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여정 특사와 오찬을 함께하는 등 수차례 만난 점을 고려하면 특사단의 김정은 위원장 면담은 이미 확정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면담이 이뤄지면 우리 당국자가 김 위원장을 만나는 최초의 사례가 됩니다.
관심은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느냐입니다.
이번 특사단 방북을 통해 확인될 그의 직접 생각의 내용에 따라 향후 한반도 정세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각각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과 폐회식을 계기로 방남한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부위원장 등으로부터 받은 방남 결과를 토대로 향후 대미·대남 행보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지난달 4일 평앙 무궤도전차 탑승을 마지막으로 한 달째 이른바 '현지지도'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그만큼 고민이 깊다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김 위원장이 우리 특사단을 만나 조건을 내걸지 않고 미국과 비핵화 대화에 나서겠다고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작년 7월 4일 '화성-14' 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하고 나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켓을 협상탁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북한의 이런 기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 특사단의 구체적인 방북 예정 발표가 있기 하루 전인 3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지난 수십 년간에 걸치는 조미(북미)회담 역사에서 우리는 단 한 번도 미국과 전제조건적인 대화탁에 마주앉은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핵문제는 논외'라는 식으로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도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우리가 지향하는 대화는 국가들 사이에 평등한 입장에서 호상(상호)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논의 해결하는 대화"라고 밝혔는데, 이는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를 자신들이 원하는 체제보장 등과 함께 논의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큰 틀에서는 이 정도 선에서 특사단에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국면전환을 모색하는 분위기의 연장선에서 이번에 핵실험·미사일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잠정 중단) 의지를 특사단에 밝히며 미국과의 대화 여건 조성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선 나오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특사단과의 만남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김정일의 유훈'이라는 점을 재확인다면 북미대화에 있어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2013년 6월 미국에 고위급회담을 제안할 때를 비롯해 과거엔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 최근 2∼3년 간은 북한 매체들에서 이런 입장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특사단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북한이 (협상의) 출구는 비핵화임을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명분을 북한이 제공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특사파견 한 번으로 북미 간에 비핵화 대화가 성사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 "특사는 실마리를 찾기만 해도 성공"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