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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미투운동 직격탄 맞은 배우들

교수님,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미투운동 직격탄 맞은 배우들
청주대 제자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배우 조민기가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의 뜻을 내비쳤다. 경찰이 사건을 내사에서 수사로 전환하자 경찰에 진술하는 학생들도 급격히 늘었다. 재학생부터 졸업생까지 10여 명은 조민기 교수에게 당했다며 결정적인 진술을 내놨다.

#미투운동(나도 당했다)를 통해 일부 배우들의 민낯이 드러났다. 대중은 경악했다. 출중한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가정적인 이미지를 내세웠던 연예인들이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현실은 참담했다. 특히 이들 가운데 일부는 후학을 양성하는 교수로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제자들을 성추했단 사실이 전해지며 더욱 충격을 줬다. 

청주대 교수였던 배우 조민기는 #미투운동 초기 가해자로 지목됐다. 청주대 학생들이 고백한 조민기의 행동은 상식 밖이었다. 학교 근처에 마련해둔 오피스텔에 여학생들을 불러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서 신체접촉을 하며 춤을 추도록 하며 여학생들을 괴롭혔다. 한 여학생은 “예쁘지 않다며 성추행은 하지 않았지만 ‘야, 넌 줘도 안먹는다’고 말했다.”며 조민기가 저질렀다는 끔찍한 언어폭력을 폭로하기도 했다.

촬영현장 여성 스태프들의 성추행 폭로 당했던 조재현 역시 경성대 교수로서 성추행을 했다고 지목됐다. 경성대 졸업생은 조재현이 조언을 구하러 만난 첫 자리에서 호텔로 부르고 “배역을 주겠다”며 성관계를 시도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조재현은 학생들이 사회에 제대로 첫 발을 내딛기도 전 인권과 꿈을 철저히 짓밟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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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일화 역시 세종대 교수 임용 나흘 전 성추행이 폭로되며 자진사퇴했다. 최일화가 과거 대학 교수로 출강할 당시 종강파티 등에서 여학생들의 신체를 만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심지어 일부 여학생들의 집에 들락거렸다는 폭로까지 나왔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으로서 막강한 지위를 가졌던 최일화가 저질렀던 추악한 행동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

이밖에도 명지전문대 교수로 재직하던 최용민 역시 성추문으로 교단을 떠났다. 극단 신인 여배우가 최용민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내놨고, 최용민은 이를 인정하고 자리에서 내려왔다. 최용민을 비롯해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 남성 교수 전원이 성추문으로 진상 조사대상이 되었다는 보도도 전해졌다.

이쯤 되면, 묻고 싶다. 왜 이런 문제가 벌어지는 건지. 연기자의 꿈을 키우는 학교 내에서 위계폭력으로부터 학생들을 지킬 수 있는 보호막은 왜 없었던 건지.

지난 2일 방송된 KBS ‘연예가중계’에서 한 청주대 연극과 학생은 대부분의 '사고'는 공연이나 워크숍이 끝난 뒤 뒤풀이 자리에서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연기자의 꿈을 키우는 학과에서는 선후배 간에 위계질서가 매우 엄격한 편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학과 교수와 제자의 관계는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을 정도로 위계가 엄격하다. 특히 배우 출신 교수의 경우, 학교에 이어 사회에서도 그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발휘하는 그 권력은 막대하다.

학생들이 불쾌한 감정을 겪고도 더 큰 불이익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하기에 쉽지 않은 형국. 여기에 회식이나 공연 뒷풀이 파티 등을 명목으로 한 술자리나 노래방 회식 등이 자주 벌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뒤늦었지만 학교들은 자체 진상조사를 펼치고 있다. 조민기가 몸담았던 청주대 교수평의회와 정성봉 총장 등은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세종대도 내부 회의를 거쳐 최일화의 임용 취소를 결정했으며, 세종대 영화과 교수회는 제자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태훈에 대해서 최고 수위의 징계를 요구하라고 결의했다.

#미투운동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교수라는 이름으로 자행됐던 위계 폭력이 드러날 수 있었을까. 과거 자신이 당한 피해를 폭로하기 위해 용기를 내는 이들에게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

(SBS funE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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