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매체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경상도 사투리는 대부분 부산, 경상남도 방언이기 때문이다. 변변한 연습장 하나 없는 인구 절벽 위기의 초미니 고장 선수들이 생소한 사투리를 외쳐대며 쟁쟁한 외국팀을 차례차례 격파해 나가는 걸 지켜보는 것은 스토리가 있는 감동이다. 마이너가 메이저를, 비주류가 주류를 전복시킬 때 느끼는 쾌감이랄 수 있다.
한 개그맨은 사회 곳곳에 배어있는 이런 현상을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일갈해 한 때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개그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개그 방송 프로 사투리 코너를 보면 천편일률적으로 사투리 쓰는 사람을 희화화한다. 사투리 자체를 웃음거리로 삼는 것은 물론 지방 사람이 어색한 억양으로 서울말, 표준말 하려고 애쓰는 것을 비웃는 식이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한 때 영화, TV드라마 속의 폭력배 같은 악역이나 험한 직업 군은 예외 없이 특정 지역 사투리를 쓰는 걸로 그려지는 현상까지 나타나기도 했으니 말이다. 정치적 편견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진 비판 받아 마땅한 일이었다.
우리나라 정규 교육과정에 사투리 수업이 있다는 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다. 초등학교 국어과목 성취기준에 따라 교사들은 학생들과 각 지역 사투리 수업을 해야 한다. 일례를 들면 명필 한석봉과 그 어머니의 “나는 떡을 썰 테니 너는 글을 쓰거라”를 각 지방 사투리로 역할극을 하도록 하면 학생들이 조를 짜서 그 지역 사투리를 조사한 뒤 연습한 것을 발표한다. 교사는 정확한 억양과 어휘구사, 표정 연기 등을 보고 학생들을 평가하는 식이다.
세종시 연세초등학교에서 국어교과를 담당하고 있는 김누리 교사는 사투리 수업의 교육적 효과를 이렇게 말한다. “내 세대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주위에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생활을 많이 해서 따라서 하기도 했고…… 그래서 대충 들으면 어느 지역 방언, 사투리인지 아는데 요즘 아이들은 잘 모른다. 알더라도 사투리는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란 편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역 방언도 소중한 문화유산인데 세대가 바뀌면서 사라지고 있다. 과거 보다 사투리 교육이 더 필요한 이유다.”
언어는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고를 규정한다고 한다. 경북 의성 출신 컬링 여자대표팀이 이룬 이번 쾌거를 기화로 우리 사회에 다양성이 더 확산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비 인기종목 컬링처럼, 그들이 사용한 사투리처럼 그 동안 그늘에 가려져 있던 사회 곳곳의 비주류, 마이너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한 단계 더 높여야 한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1등이 아니면 ‘다른 것’이 아니라 ‘틀렸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게 참다운 올림픽 정신이 아니겠는가? 또 그것이 탈중앙화, 분권화를 추구하는 디지털 세대의 시대 정신과도 맞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