샨시성 시안시에 있는 한 대학에서 전자정보기술 대학원 과정을 수료한 365명은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직장을 구했습니다. 이들 중 절반은 자율주행자동차,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번역 등 AI 산업에 종사하게 됐습니다. 학생들은 적게는 2곳, 많게는 7곳의 회사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제시받은 평균 연봉은 30만 위안(약 5천 100만 원), 중국 일반인의 평균 월급보다 무려 11배나 됩니다.
2000년대 초반만해도 지구상 새로 만들어지는 AI 회사 둘 중 한 곳은 미국 기업이었는데, 지금은 네 곳 중 한 곳만 미국 기업이고, 네 곳 중 다른 한 곳은 중국 기업입니다. 시진핑 주석이 2014년부터 'AI굴기'를 외친 이래 중국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결과인 겁니다. BAT로 불리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세계적인 규모의 회사들이 중국의 AI 산업을 이끌고 있고, 연간 수 천 개씩 창업회사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AI 회사들은 취업 조건을 완화해 신입 사원을 뽑고 있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AI 회사 취업생 중 95%가 학사 학위거나 그보다 낮은 학력이고, 회사 3곳 중 1곳은 이 분야 경력이 없어도 채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이른바 스펙 좋은 졸업생들은 이렇게 좋은 시절이 따로 없을 정도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기업을 골라서 가는, 이른바 고용주와 노동자의 갑을 관계가 완전히 바뀐 상황을 누리고 있는거죠. 연봉도 어마어마하게 폭등했고, 연봉 외 다른 부대 계약 조건도 매우 훌륭합니다.
폭발적인 성장일로의 중국 AI 산업의 치명적인 고민은 바로 여기서 발견됩니다. AI 산업의 핵심은 창의력인데, 대부분 중국 AI 회사들은 이미 현존하고 있는 기술을 적용하는 일을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거죠. AI 산업의 외형은 엄청나게 커졌지만, 그만큼 창의적인 재능을 기대할 만한 맨파워가 부족하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구인업체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AI산업 종사자들의 40%가 월급 1만 위안에서 1만 5천 위안 정도의 임금 수준입니다. 일반 대학졸업자들 평균 임금보단 조금 높지만, AI산업 종사들이 창의적인 일을 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게 수치상으로 드러났다는 분석이 곁들여졌습니다.
서구의 한 매체도 "이들 회사들의 기초 체력은 구글, 페이스북 등이 금지된 '무균실'에서 길러졌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지금처럼 순항할지 알 수 없다"고 냉정하게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AI 산업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분명 존재합니다. 일단 거대한 내수 시장과 14억 명의 인구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는 AI 기술자들에게 천혜의 선물입니다. AI 산업 인력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자원이 중국보다 풍부한 곳은 없습니다. 중국 정부는 AI 산학 합동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연구와 산업을 함께 병행 발전시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입니다.
몇 번의 실패 정도는 거뜬히 버텨줄 수 있는 정부의 강력한 투자 의지는 무엇보다 큰 강점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중국의 치명적인 고민은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치유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CCTV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