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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문 대통령, 트럼프와 통화하면 ○○ 있다는 것"

[취재파일] "문 대통령, 트럼프와 통화하면 ○○ 있다는 것"
평창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방한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일행이 27일 북으로 귀환한 뒤 청와대가 남·북·미 사이의 협상 상황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현재) 김 부위원장과 합의를 했다든지 뭔가 안을 만들어 북쪽이나 미국 쪽에 전달한다든지 할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우리 생각을 솔직히 북한에 전달하고 북한도 자기들이 생각하는 바를 우리에게 얘기하는 과정에서 논의들이 진행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전체적으로 북·미 대화를 위한 여러 가지 조건들, 북·미대화를 위해 어떤 단계를 거쳐야 할 것인지 등의 대화가 오갔다"고 설명했습니다. 일종의 남북 간 탐색적 대화인 셈입니다.

향후 협상 방침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중매를 서는 입장이고 북·미 양측 입장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북쪽에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고 북측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우리가 아는 미국 입장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북측 대표단 얘기를 종합해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분석이 이뤄지면 미국 쪽에도 이런 상황을 설명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靑 "北 대표단 논의 내용 취합 분석에 시간 필요"

설명대로라면 우리 정부가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미국에 이런 상황을 설명하는 일입니다. 당연히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가 언제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미 고위급 대표단이 다녀간 만큼 우리도 나름대로 취합하고 분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임을 내비쳤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하지만 연일 쏟아지는 미국의 대북 발언을 근거로 우리 정부의 대응이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26일 북·미 직접 대화와 관련해 "그들(북한)은 대화를 원하고 있지만 우리는 오직 적절한 조건 아래에서만 대화하기를 원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적절한 조건'에 대해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의 조건은 비핵화(Our condition is denuclearization)"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그것은 최대의 압박일 뿐 아니라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강조했습니다.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대리도 28일 "비핵화라고 하는 표현된 목표가 없는, 시간벌기용 (북·미)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가세했습니다.

미국이 북한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기 전에 벌이는 일종의 기싸움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있지만 문 대통령도 김영철 부위원장 일행을 만나 비핵화 필요성을 직접 언급했던 만큼 이에 대한 북측의 반응과 협상 가능성 등에 대해 하루 빨리 미국과 조율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 靑 관계자 "트럼프는 사업가…카드 갖고 설득해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출입기자들이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거나 통화할 때면 인사말처럼 건네는 말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언제 통화하시느냐'입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까지 같은 질문을 1천 번 이상 받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가 정말로 그렇게 시급한 건지는 냉철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문 대통령이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설명했습니다. 먼저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 (북한의)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협조를 당부하고 이렇게 해서 문제가 풀린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청와대 미국 통상 압박 과감한 대응조치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가이지 않나. 우리가 뭔가 카드를 쥐고 그 패를 보여주면서 '이게 당신에게 유리하다. 그러니 이 패를 받아라' 이렇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업가 기질을 갖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번지르르한 말보다 실질적인 카드가 있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반대로 미국으로부터 뭔가 양보를 얻어내 그것을 북한에 제시해 받게 하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런 만큼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거는 시점은 뭔가 물밑 협상을 통해 북한이든 미국이든 설득할 수 있는 실질적 성과물을 손에 쥔 뒤가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통화를 하게 되면 그건 문 대통령이 뭔가 카드를 손에 쥐고 있다는 방증일 거라며 그 점을 주의해 보라고 귀띔했습니다.

● 정상 간 통화…'양날의 칼'

사실 정상 간 통화는 상황에 따라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습니다. 통화 그 자체로 양국의 굳건한 관계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통화 후 불협화음이나 알맹이 없는 통화는 오히려 양국 간 위기감만 고조시키기도 합니다. 양국 사이에 별다른 이견이 없는 상황이라면 자주 통화할수록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처럼 북·미 양측을 중재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 어떤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어쨌든 당분간 한·미 간 정상통화는 힘들 걸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 안보실장과 국정원장, 통일부 장관 등 여러 사람이 김영철 부위원장을 만났으니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 말입니다. 다만,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전화통화가 북·미 대화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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