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 한마디로 장관 자리는 날아가고, 다시 '그런 세계'로 돌아갈 뻔했던 송 후보자는 국방개혁의 적임자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워 무사히 장관 자리에 안착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인은 모르는 그런 세계', 다른 말로 얘기하면 고위 공직자 출신의 '전관 예우의 세계'는 정치부를 떠나면서 기억에서 희미해지는 듯 했습니다. 이른바 '복피아'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지난해 말부터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가천대 길병원과 보건복지부의 유착 의혹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혐의는 가천대 길병원이 2013년 10대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로비를 했다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가천대 길병원에 근무하는 보건복지부 고위공직자 출신들이 모종의 역할을 한 걸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당시 연구중심병원 선정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있던 공무원에게 길병원이 법인카드를 제공하고, 공무원은 이 카드로 거액을 사용한 혐의도 포착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단순 혐의 차원에 끝날지, 더 많은 공무원들과 '전관들'이 얽힌 '로비 사건'이 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수사에서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 있습니다. 실제로 대학병원에 상당수 보건복지부 고위 공직자들이 포진하고 있다는 겁니다. 가천대 의대에는 복지부 기조실장 출신, 보건의료정책 본부장 출신, 노인정책팀장 출신 등이 교수와 부총장급 대우를 받으며 재직했거나 재직 중에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현직에 있을 당시 대학병원을 포함한 병원들을 관리 감독하고 평가하는 업무에 종사했던 사람들입니다.
당연히 공직자 취업 제한 규정에 걸릴 법도 하지만 이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공직자윤리법에는 퇴직 전 5년 동안 맡았던 업무와 밀접한 기관에는 퇴직 후 3년 동안 재취업할 수 없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만, 대학은 예외입니다. 대학교수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에는 공직자윤리법의 취업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겁니다. 대학병원 역시 의과대에 포함되는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보건복지부 고위 공직자 출신들이 쉽게 취업할 수 있었던 겁니다. 교수 '타이틀'을 제공하는 '우회취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대학교수 자리라는 '편법'이 아니어도 복지부나 식약처 공무원들이 유관 업체에 재취업하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인사혁신처의 재취업심사를 통과하면 되는데, 재취업 심사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최근 5년 동안 재취업심사를 받은 보건복지부 4급 이상 공무원은 15명인데 취업제한 결론이 난 사람은 두 명에 불과했습니다.
고위공무원들에게는 항상 열려 있는 재취업의 문,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역시 '네버엔딩 철밥통'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