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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월드③] '불가' 입장 180도 바꾼 공군…청와대 주도적 개입

<앵커>

롯데의 숙원사업이던 제2롯데월드 건설이 번번이 좌절됐던 가장 큰 이유는 군의 반대였습니다. 제2롯데월드와 성남 서울공항은 직선거리로 5.7km 떨어져 있습니다. 서울공항에 이·착륙하는 전투기 안전을 위해서 높이가 203m 이상인 건물은 들어설 수 없다는 게 공군 입장이었습니다. 게다가 서울공항의 동편 활주로는 각도 상 항공기가 뜨고 내릴 때 제2롯데월드 건물이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어 위험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습니다. 이런 이유로 롯데의 555m짜리 초고층 건물 건설 계획은 20년 가까이 막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공군의 태도가 180도 달라집니다. 이렇게 활주로를 오른쪽으로 3도 정도만 틀면 별문제가 없다고 했고 빌딩 고도제한 규정 역시 미국 연방 항공청 규정이라서 국내에는 구속력이 없다고 밝힌 겁니다. 공군이 이렇게 전격적으로 태도를 바꾼 배경에는 역시 청와대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었던 거로 드러났습니다.

계속해서 이한석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09년 공군은 제2롯데월드 건설을 위해 서울공항 활주로 각도를 바꿀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상희/국방장관 (2009년 4월 국회 국방위) : 성남 기지의 활주로를 3도 전환했을 때 절차상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이 된 겁니다.]

같은해 1월 17일 한 일간지는 동편 활주로 각도 조정은 참여정부에서 검토했다가 안전을 장담할 수 없어 접은 거라고 보도했습니다.

다음날 공군이 작성한 보도자료 초안입니다. 2004년 6월 NSC 실무회의에서 활주로 방향 조정에 대해 논의는 했지만 대안으로 선정한 적은 없다는 내용입니다.

그러자 청와대 국방비서관은 그게 그 말이라는 질책성 메모와 함께 동편 활주로 각도 변경은 2008년 새로 검토했다는 문구를 넣으라고 지시합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서편 활주로만 논의했고 동편 활주로는 논의한 적이 없는 것처럼 왜곡시킨 겁니다.

[이종석/전 NSC 사무차장 : 활주로를 좀 틀면 어떨까라고 판단을 해서 그때 그 문제를 제기했던 거죠. 참여정부 시절에 (활주로 각도를) 트는 걸 검토하지 않았다는 건 큰 거짓말입니다.]

청와대는 이전 정부와 다른 말을 해야 하는 공군을 위해 예상 질문과 답변까지 뽑았습니다.

제2롯데월드 건설에 대한 군 내부의 공감대가 형성됐느냐에는 공군 장병은 국익을 위한 정책 결정을 이해하고 수용할 것이라는 답을, 공군 입장이 바뀐 배경에 외압이 없었는지에는 안보·경제적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최선의 해결 대안을 모색한 것이라는 모범 답안지가 있었습니다.

제2롯데월드 반대로 경질됐다는 설이 돌았던 김은기 당시 공군참모총장은 취재진에게 공군 수뇌부의 입장 선회 배경을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면서도 제2롯데월드 불가는 모든 공군의 공통된 의견이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 영상편집 : 최진화, 자료제공 :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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