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낯선 용어에 조악한 글씨…옛 한글 자료는 번역 필요"

한글 기록 유산 대중화 모색하는 '옛 한글 문헌연구회' 출범

"낯선 용어에 조악한 글씨…옛 한글 자료는 번역 필요"
▲ 한글소설 '허인전'

"너 사실의 도라오니 홍최 나아와 가마니 문왈 쇼져야 의졔랄 강?의 잠으고 자영이 마젼의 꿀녀시니…" 작자 미상의 한글소설 '명행정의록'의 한 구절이다.

18세기 영조 혹은 정조 연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소설은 한글로 필사됐으나, 읽기 힘들고 의미는 더더욱 파악하기 힘들다.

하지만 한글자료는 한문자료와 비교하면 번역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이 적다.

'한글을 한글로 번역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도 있다.

10여 년 전 모임을 결성해 옛 한글자료를 연구했던 학자들이 한글기록유산의 대중화를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규모를 확대해 '옛한글문헌연구회'를 26일 출범했다.

연구회장은 임치균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맡았고, 국문학·국어학·고문서학 연구자들이 참여한다.

이날 서울 중구 대우재단빌딩에서 출범식을 겸해 열린 학술대회에서 임 교수는 "옛 한글은 어떤 표준화된 표기법도 없이 쓰였으며, 띄어쓰기도 돼 있지 않고 글씨가 조악한 경우도 있다"며 "오늘날 쓰는 한글과는 표기에서부터 어휘, 문장에 많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이어 지금까지 번역된 한글 고전소설을 분석해 '홍길동전'과 '심청전', '흥부전' 등은 10권 내외가 출간됐으나, 번역된 작품의 범위가 넓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한글자료의 번역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무엇보다 다양한 이본(異本) 가운데 내용이 가장 완결돼 있다고 판단되는 선본(善本)을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글 고전소설만큼은 연구자가 아닌 일반 교양인을 고려해 번역이 이뤄져야 하고, 당연히 의역이 필요하다"며 "한글 고전소설을 제대로 옮기려면 국어학적 지식은 물론 한문학, 고문서학, 역사학에 대한 조예가 깊어야 하고, 전문가 사이의 학제간 협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전경목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옛 한글 고문서에 대한 주제 발표에서 "한글 고문서는 한문이나 이두로 쓴 고문서 형식에 따라 기술됐기 때문에 그 형식을 알지 못하면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옛한글문헌연구회는 다음 달 15일부터 한 달에 두 차례 강독 세미나를 개최하고, 한글 강독 교재와 '옛한글문헌연구총서', '옛한글문헌자료총서', '옛한글 교양문고'를 펴낼 예정이다.

(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