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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방관자'였단 생각에 괴로워…침묵하지 마세요

저는 비겁했습니다
저는 연극 스태프였어요.
연희단에 소속돼 있지는 않았지만
그 작품 할 때 같이 있었죠.
발성법을 가르치면서
여자 배우들을 많이 만졌던 거 같아요.
뭐라고 하고 싶었는데
다들 너무 신처럼 떠받드니까…
괜히 제가 그랬다가 
그 배우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고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까
‘나 역시도 방관자였을 수 있겠구나’란 생각에
사실 너무 괴로워요.
권력 구조가 있는 분야는
다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어요.
말을 안 할 뿐이지.
그렇지 않아요?
지금 연극계에서
폭로가 제일 많이 터진 건
사실 그 사람들은
용기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너무 순수하고 가난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다지 잃을 것이 없거든요.
유명하고 힘있는 사람들 중에
누가 ‘미투’를 하고 ‘위드유’를 해요?
다 침묵하고 있잖아요.
왜냐하면, 그들도
최소한 방관자이기 때문에
그냥 다 쉬쉬하고 있는 거잖아요.
침묵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보고도 못 봤다고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냥 그 자리에서 부당하다고 느끼면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한 번쯤은 감싸주셨으면 해요.
저는 힘이 없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만약, 영향력 있는 분이
지지를 해주면
그게 더 파급이 세지 않을까요?
앞으로 저는 침묵하지 않을 거예요.
그래야 저도 제 분야에서 일할 때,
제자들이나 후배들 앞에서
떳떳할 수 있을 거 같아요.


A 씨는 밀양에서 연희단거리패와 함께 연극을 준비했습니다. 그는 이윤택 대표가 발성법을 가르칠 때 여배우들을 성추행하는 것을 목격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결국 자리를 피했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자신 역시도 방관자였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는 절대로 침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오직 떳떳하게 사는 것만이 자신이 속한 연극계와 후배, 제자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기획 하현종, 채희선, 박채운 / 그래픽 김태화 / 보조 이승환 인턴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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