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의도된 왕따일까, 단순한 작전 실패였을까.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결과를 놓고 파문이 식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 전날 함께 작전을 짰다는 주장과 경기 당일에야 들었다는 주장이 팽팽합니다.
경기 직전 단순한 의사소통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사태가 커져 버렸습니다.
그제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는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이 나섰습니다.
세 명 모두 한국체대 동문입니다. 1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마지막 주자인 노선영은 뒤처지기 시작했고, 김보름과 박지우가 앞서나가면서 큰 간격이 벌어진 채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한 팀'이 돼 결승선을 통과해야 하는 팀추월에서 마지막 선수가 뒤처지는 장면이 연출된 겁니다.
노선영이 처진 상황을 앞선 두 선수가 챙기지 않았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고, 김보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태도 논란까지 불러 일으켰습니다.
빙상연맹이 어제(2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의 해명을 들었지만 정작 노선영이 기자회견 참가를 번복하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됐습니다.
백 감독은 경기 전날 노선영이 원해서 마지막 자리에 넣었다고 말했지만, 노선영은 SBS와 인터뷰에서 "시합 당일날 워밍업 시간에 어떻게 하기로 했느냐 물어보셔서 저는 처음 듣는 얘기인데요 했더니…"라며 반박했습니다.
이미 여자 팀추월은 노선영이 애초 빙상연맹의 행정실수로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불화가 예견됐습니다.
출전권을 놓친 노선영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팀추월 훈련을 제대로 못 했고, 김보름 등 특정 선수들이 훈련의 특혜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노선영이 대표팀에 재합류하면서 팀추월팀이 다시 꾸려졌지만 좋은 팀워크를 갖출 시간은 부족했습니다.
팀추월 진실공방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올림픽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거짓말의 당사자가 드러나면 후폭풍도 거셀 전망입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선수를 앞세워 상대 진영에 상처를 주기 위한 파벌 싸움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공교롭게도 최근 빙상계 파벌 싸움의 대상자로 지목되는 사람들 모두 한국체대 동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체대와 비한국체대로 양분됐던 빙상계 파벌 싸움이 이제는 일부 빙상 관계자나 지도자 자신들의 이권에 맞춰 선수를 앞세운 대리전 양상으로 흐르는 모양새라는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