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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터뷰+]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③ : '형의 기타'와 '어머니의 기타'

[人터뷰+]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③ : '형의 기타'와 '어머니의 기타'
[人터뷰+]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③:'형의 기타'와 '어머니의 기타'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과의 연작 심층 인터뷰 세 번째 순서에서는 음악 하는 자세에 대한 생각의 변화, 그가 연주하는 악기(기타), 가족과 함께하는 개인적인 삶 등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들어봤다.

▷ (박진원 논설위원) 봄여름가을겨울은 지금까지 8개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2008년, 10년 전에 나온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리고 7집하고, 8집 사이에도 상당히 긴 시간(6년)이 있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퓨전재즈록 밴드의 음반이 쭉 나오다가 어느 시점부터 멈춰 있는 인상입니다. 더군다나 20주년하고 30주년 사이에는 정규 음반이 없었던 상황이죠.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게 한국의 음악계 현실 때문인지, 아니면 작업하시는 방식 때문인지, 아니면 음악에 대해서 느끼고 계신 게 뭐가 달라진 건지?

▶ (김종진) 네, 바로 그거죠. 음악계의 현실 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고요. 아마 저의 삶이 바뀌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을 해요. 1집부터 한, 10년 동안은 엄청나게 다작하면서 음반이 나왔고요. 그 이후에 한 10년 정도는 좀 정체기에요. 하지만, 그때는 그 다작했던 시기보다 일종의 정수를 더 뽑아내려고 노력했던 그런 시기였고, 그 이후의 10년은 이제 음악가로서 어떤 것이 진짜 음악가인가, 스튜디오 작품을 내는 것이 맞는 것인가, 아니면 라이브로 매일매일 연주하면서 사는 것이 진짜 뮤지션의 모습인가,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음반을 내는 패턴이 달라졌던 기억이에요.

▷ 말씀을 들어보면 전형적인 록이나 팝 뮤지션보다는 재즈 뮤지션적인 사고를 하고 계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2005년부터 10년 동안은 거의 매해 연말에 그 전해 늦가을에 있었던 재즈클럽 공연을 담은 라이브 앨범을 발표해 왔습니다. 이처럼 연작 라이브 앨범을 발표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 그전까지는 우리 봄여름가을겨울이 철저하게 스튜디오 연주자로서 대중에게, 그리고 뮤지션들에게 진짜 스튜디오 앨범들의 스탠다드는 이래야 된다고 제시해왔던 모습이었고요, 그 정점은 우리가 활동한지 10년째 되는 해에 발표한 6집, 깡통에 들어있는 앨범이었습니다. 저희 판단으로는 거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했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때까지는 다듬어진 완성품을 사람들한테 서빙했던 거죠.
[人터뷰+]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③:'형의 기타'와 '어머니의 기타'
그때까지 하고 나서는 뮤지션이 어때야 되는가라는 것을 20주년이 되면서 전태관 씨와 진지하게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우리가 한 가지 좀 후회스러웠던 것은 아까 말씀 드렸듯이 저는 철저하게 나이트클럽 뮤지션의 영향을 받아서 음악을 했는데...(뮤지션의 본질을 잊고 살고 있었다는 거죠)

봄여름가을겨울을 창단하고 봄여름가을겨울 1집을 냈을 때, 전태관 씨와 맺은 약속이 두 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남의 반주를 하지 않는 밴드다, 그리고 우리는 나이트클럽에서 연주를 하지 않겠다는 거였어요. 나이트클럽에서 연주를 하지 않겠다는 게 뭐냐면 남들이, 사람들이 술을 먹는 데 가서 반주하는, 도구로써의 연주자로는 살지 않겠다는 거였어요. 우리가 연주하는 게 좋아서 술 시켜 먹는 건 OK이지만 음악이 주(主)가 되야 한다. 주(主)와 부(副)에서 음악이 주(主)인 삶을 살겠다는 거였는데 그러다 보니까 10년, 20년 동안 활동을 하면서 어떻게 보면 나이트클럽 뮤지션은 마치 진짜 뮤지션이 아닌 것처럼 그렇게 살아왔는데 돌이켜보니까 그게 아니었단 말이에요.

실제로는 진정한 뮤지션은 매일매일 연주하면서 거기서 얻은 샐러리로 가족들의 생계를 부양하는 게 진정한, 가슴 찡한 뮤지션의 모습인데 그걸 왜 거부하고 살았는가...그래서 우리 스스로를 비판하고, 오히려 우리가 스튜디오 앨범을 내지 않고, 라이브 앨범을 계속 매년 발표하면서 진정한 음악가의 모습은 이런 거라는 것을 또 제시를 해보겠다는 생각이었던 거죠.
 
▷ 이제 악기, 기타에 대한 질문을 하고자 합니다. 기타리스트로서 어떤 기타를 연주하시고, 선호하십니까?

▶ 제가 제일 좋아하는 기타는요, 제가 형의 기타라고 부르는 기타인데요, 저희 형은 저보다 6살이 많은 통기타 세대, 그 형이 연주하던 클래식 기타(72년 일본산 아베(阿部) 거트(gut) 기타, 일본의 클래식 기타리스트 아베 야스오(阿部保夫 1925~1999)가 감수)를 제가 지금도 연주를 해요. 그 기타를 제일 좋아합니다.

그리고 제가 대학교 들어가서 기타가 너무 갖고 싶은데 집에서는 기타를 사주지 않으니까 장학금을 받아서 산 기타가 있어요. 그건 제가 어머니의 기타(1976년산 펜더 텔레캐스터(Fender Telecaster))라고 불러요. 어머니께 장학금 갖다 드려야 되는데 그 돈으로 기타를 사서 어머니, 이거 장학금이에요, 그러면서 보여드렸더니 어머니가 망연자실하시면서, '아, 정말 얘가 음악에 인생의 모든 것을 걸었구나'하시면서 그때부터 제가 음악 하는 데 엄청난 도움을 주셨거든요. 그래서 그 기타를 어머니 기타라고 불러요.
[人터뷰+]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③:'형의 기타'와 '어머니의 기타'
또 하나는 하이럼 블럭(Hiram Bullock 1955~2008, 미국의 펑크, 퓨전재즈 기타리스트)이라는 제가 굉장히 존경하는 기타리스트의 기타(62년산 펜더 스트라토캐스터(Fender Stratocaster)), 그게 일렉트릭인데, 그 세 가지 기타를 평생 갖고 가야 될 기타라고 생각합니다.
▲ '하이럼 블럭의 기타'를 연주하는 김종진
 
전에는 이제 일렉트릭 기타리스트로 여러 곡을 계속 발표 해왔는데 요즘에는 우크렐레라든지, 어쿠스틱 기타라든지, 그런 것들이 손에 더 많이 잡히는 편이에요.
 
 
▷ 지금까지 뮤지션으로서의 삶에 대한 얘기를 쭉 들어왔는데 개인적인 삶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배우자도 유명한 연예인(2006년 배우 이승신 씨와 재혼)이시고 슬하에 자제들도 있는 걸로 압니다. 가족의 하루하루의 삶은 어떤 모습인지, 음악 안 하실 때는 뭐 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 저는 프리랜서로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24시간 일을 해요. 음악 일을 하고 있어요. 그게 뭐, 정해진 어떤 회의나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되는 건 아니고요. 제 방에 앉아서 음악을 생각하고 계속 구체화하고 질문하고 그런 게 24시간 대부분이에요. 그러다 보면, 음악에 한 번 빠져 들어서 끝을 봐야 될 때는 24시간 잠을 안 자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이승신 씨가 저하고 결혼을 하고 처음에는 굉장히 당황하더라고요. '아니 왜, 결혼을 했는데 잠을 자러 침대에 오지 않는 걸까?'하고요.

그리고 어떤 때는 24시간을 넘게 잠을 자기도 해요. 이제는 곧 적응을 하고 저한테 굉장히 잘 맞춰줘요. 저는 이승신 씨와 결혼을 하고, 두 가정이 하나로 뭉치고 나서 제 인생이 완전히 변했어요. 그전에는 세상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여성과 남성, 그리고 세대와 세대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나를 통해서 그런 것을 바라봤는데 이승신 씨와 우리 가족을 만나고 나서는 내가 아니라 우리 가족을 통해서 세상을 알게 됐고, 그런 게 저의 음악에도 큰 영향을 미쳤어요. 좀 너무 뜬 구름 잡는 것처럼 얘기를 했지만, 그냥 사는 모습은 똑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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