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최순실 1심 선고] ② 삼성의 청탁은 왜 이번에도 인정되지 않았나

류란 기자 peacemaker@sbs.co.kr

작성 2018.02.18 16:06 수정 2018.02.19 14:5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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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최순실 1심 선고] ② 삼성의 청탁은 왜 이번에도 인정되지 않았나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가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에게 적용된 제3자뇌물죄를 유죄로 인정하게 된 데엔 무엇보다 '부정한 청탁' 여부 판단이 결정적이었다. 단독 면담의 당사자인 신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월드타워 면세점의 신규 특허와 관련된 대화를 나눈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여타의 정황들을 종합해 봤을 때 대가 관계를 입증하기에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대통령의 K스포츠재단에 대한 지원 요구와 롯데그룹의 지원이 이루어진 시기와 지원의 규모, K스포츠재단에 대한 지원 과정에서 나타난 롯데그룹 관계자들의 모습,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할 만한 정황, 기부금 반환 경위 등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 결국 대통령의 피고인 신동빈에 대한 K스포츠재단의 하남 거점 체육시설 건립자금 지원 요구 행위 및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지원한 롯데그룹의 행위는, 그 지원이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와 관련된 대통령의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관한 공통의 인식 또는 양해 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 충분하고, 결국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대통령과 피고인 신동빈 사이에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 최순실 씨·신동빈 회장 1심 판결문 中

재판부는 단독 면담 당시 '명시적 청탁'이 오갔을 개연성에 대해 '상당한 의심이 가기는 하다'면서도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제한적으로 판단했다.
법원, 재판, 생중계"...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위 단독 면담을 위하여 준비한 '롯데그룹 관련 말씀자료'에도 롯데그룹의 주요 현안으로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상실'이 기재되어 있는 점, 피고인 신동빈은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 3일 전인 2016. 3. 11.에도 안종범을 만나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상실로 인한 애로사항에 관하여 이야기한 점...등을 종합하여 보면 2016. 3. 14. 단독 면담에서 월드타워 면세점의 특허 취득에 관한 명시적인 청탁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상당한 의심이 가기는 한다...."

"...정책본부에서 작성한 'VIP 간담회 자료'에 기재되어 있는 면세점 관련 내용(면세점은 현재 세계 3위, 경쟁력 향상을 통해 세계 1위로 만들어 국가위상을 높이고 고용창출에도 기여하겠음)을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취득에 대한 직접적·명시적인 청탁으로 연결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점, 안종범 수첩의 2016. 3. 14.자 부분에도 '롯데'나 '면세점'에 관한 아무런 기재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신동빈이 2016. 3. 14. 단독 면담을 하면서 대통령에게 월드타워 면세점의 특허취득에 관한 명시적 청탁을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 최순실 씨·신동빈 회장 1심 판결문 中
최순실● 기업의 '제3자뇌물 공여' 사건…결국 '당시 현안'과 '부정한 청탁'이 핵심

이번 선고 이후 언론이 가장 주목한 것은, 신 회장과 '같은' 혐의(제3자뇌물죄)로 재판을 받아 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같은' 재판부(형사합의22부)의 '다른' 판단(롯데-유죄, 삼성-무죄)이었다. 검찰의 공소 사실만 보면 이 부회장의 범죄 혐의가 신 회장보다 훨씬 무거웠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영재센터 후원금, 최 씨 승마지원금(승마지원금은 단순뇌물죄가 적용됐다) 등 이 부회장의 뇌물 총액은 433억 원에 달했지만, 신 회장은 K스포츠재단에 지원한 70억 원이 유일한 범죄 혐의였다.

최순실 씨 1심 재판부는 롯데와 달리 삼성이 최 씨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것에 대해선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며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 재판부는 같은 공소사실(재단 출연, 영재센터 후원)을 두고 최 씨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강요에 대해선 '유죄'를 선고했다. 이 부회장으로선 본인 재판을 맡았던 1,2심 재판부의 판단에 이어 이번 최 씨 1심 재판부까지 뇌물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3차례에 걸쳐 받은 셈인데, 결론은 달랐다. 역시 관건은 '현안'과 '부정한 청탁'의 여부였다.

특검은 기소 당시 부정한 청탁의 대상인 이 부회장의 현안으로서 1) 이 부회장이 최소한의 개인 자금을 사용해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들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통상 승계작업이라고 지칭한다)을 '포괄적 현안'으로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승계작업은 2)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엘리엇 등 외국자본에 대한 경영권 방어 강화, 삼성물산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주식 처분 최소화 등의 '개별적 현안'으로 구성된다.

특검의 주장/ 승계작업은 아래와 같은 순서로 계획· 진행되었다
[비핵심 계열사 매각 및 이재용이 대주주인 비상장 계열사 상장을 통한 상속세 재원 등 마련 → 합병비율을 이재용에게 유리하게 조정하여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 삼성물산 합병으로 인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 시 삼성물산 의결권 손실 최소화 →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 (중간금융지주회사법 통과 후)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 순]

● 최 씨 1심 재판부, 이 부회장 항소심과 같은 판단 "경영권 승계작업 실체 인정 어려워"

관련해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증언, 안종범 업무수첩, 단독 면담을 위해 작성된 대통령 말씀자료 등이 주요한 증거로 채택됐지만 개별적 현안들의 묵시적, 명시적 청탁의 존부에 대해 최 씨 1심 재판부는 모두 '없다'고 결론내렸다. 이 부회장이 2015.7.25. 단독 면담 등에서 대통령에게 관련한 청탁을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지난 5일 있었던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와 같은 맥락의 판결이다.
삼성물산 제일모직특히 관심을 끌었던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대한 판단도 이 부회장의 1,2심과 같았다.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 항소심과 이 부회장 등 재판에서 합병을 앞두고 이 부회장이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직접 만났고,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관계자들이 합병 뒤 처분 주식수를 줄이려 공정위와 청와대에 로비한 정황이 여러 차례 언급됐지만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관련해, 재판부가 삼성 합병 등 4개 현안이 2015년 7월 25일 과 2016년 2월 15일 독대 이전에 종결된 점을 근거로 제시한 것을 두고 '실무선에선 이미 조율이 됐을 수도 있는데, 단지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를 기준으로 청탁의 가능성을 판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사건 합병 안건이 2015. 7. 17.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찬성 의결되었고, 그에 따라 2015. 7. 24. 삼성그룹에서 이 사건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 문제에 관하여 공정거래위원회에 최초로 유권해석을 의뢰하였으며, 바로 다음 날 대통령과 이재용의 단독 면담이 있었고, 이후 2015. 10. 14.에 가서야 위 문제에 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최초 검토 결론이 나온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2015. 7. 25. 대통령과 이재용의 단독 면담 당시 최초 유권해석을 의뢰해 놓은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아 절차의 초입에 있던 위 문제가, 이재용이 직접 대통령에게 청탁해야 할 정도로 시간을 다투는 다급한 현안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울러 이 부분 현안은 공정거래위원장의 위 2015. 12. 23. 최종 결재로 종결되어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대통령과 이재용의 2016. 2. 15. 단독 면담 당시에는 이미 삼성그룹의 현안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 - 최순실 씨·신동빈 회장 1심 판결문 中


최 씨 1심 재판부와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는 앞서 이 부회장 1심 재판부가 인정했던 '포괄적 현안'에 대한 청탁까지도 인정하지 않았다.

"... 형법 제130조의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는 취지는 처벌의 범위가 불명확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특히 이 사건과 같이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그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하여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존재해야 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공통의 인식과 양해의 대상으로서의 '승계작업'이 명확하지 않게 되면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의 존부 판단에 영향을 주어 처벌의 범위가 불명확해지게 되므로 제3자뇌물수수죄에 있어서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는 취지에 반한다. ..."

"...더욱이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있어 대통령과 이재용 사이에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바, 이러한 의미의 '승계작업'은 명확하게 정의된 내용으로 그 존재 여부가 증거에 의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인정되어야 한다...." - 최순실 씨·신동빈 회장 1심 판결문 中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은 부정한 청탁의 대상으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이므로 그에 대한 당사자들의 인식도 뚜렷하고 명확하여야 하고, 개괄적이거나 광범위한 내용으로 인정한다면 이는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게 되어 피고인들의 방어권 확보에 현저히 곤란을 초래하게 되어 부당하다...." - 이 부회장 항소심 판결문 中

이재용지난해 8월 선고 당시 '나무는 없지만 숲은 있다는 이야기'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던 이 부회장 1심 판결이 현재 시점으로는 삼성의 승계 작업에 대한 부정 청탁을 유일하게 인정한 판결인 셈이다. 최 씨 1심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특검이 주장한 개별 현안들이 이 부회장의 삼성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직·간접적으로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었다면서도, 그것이 포괄적 현안에 대한 청탁을 인정하는 것으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개별 현안들 중 삼성SDS 및 제일모직의 유가증권 시장 상장, 이 사건 합병 및 외국자본에 대한 경영권 방어 강화, 이 사건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삼성물산 주식 처분 최소화 및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그것이 성공에 이르는 경우 이재용의 삼성전자 또는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직·간접적으로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된다. ..."

"...그러나 위와 같이 직·간접적으로 지배력 확보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었다는 사정은 개별 현안들의 진행과정에 따른 결과를 놓고 볼 때 그러한 효과가 확인된다는 것이고, 그와 같이 확인된 결과는 개별 현안들의 진행에 따른 여러 효과들 중의 하나일 뿐이어서, 결과적으로 확인된 그와 같은 사정만 가지고 특검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재용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라는 목표성을 갖는, 위 개별 현안들을 통하여 이루고자 하는 의미의 '승계작업'이 존재한다고 바로 인정할 수는 없다. ..."

 "...미래전략실 소속 임직원들이 이재용을 이건희 회장의 후계자로 인정하면서 개별 현안들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사정이나, 위 개별 현안들이 추진될 무렵 금융·시장 감독기구의 전문가들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이재용의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의 확보와 관련이 있다고 평가·분석하고 있었다는 사정 등을 더해 보더라도 '승계작업'의 존재를 인정하기 부족함은 마찬가지이다. ..."  - 최순실 씨·신동빈 회장 1심 판결문 中


앞서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던 항소심 판결에 대해선 특검과 삼성 양측 모두 지난 8일,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경영권 승계와 부정 청탁의 실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2심에 대해 특검 팀은 "편파적이고 무성의한 판결"이라고, 삼성 측은 "일부 받아들여지지 않은 부분을 밝히겠다"며 각각 상고 방침을 밝혔다.

▶ [취재파일][최순실 1심 선고] ① '같은 뇌물' 롯데엔 왜 유죄가 선고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