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자신이 겪었던 아픈 성범죄 경험을 공개해서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미투 운동이 이제 연극계로 번졌습니다. 우리 연극계에 대표 연출가라고 할 수 있는 이윤택 씨의 성추행 사실이 폭로됐습니다. 이윤택 씨는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권애리 기자입니다.
<기자>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10여 년 전 연극 '오구'의 지방 공연 때 겪은 일을 공개했습니다.
당시 연출가가 숙소였던 여관방에서 자신을 호출해 안마를 요구했고 성적 행위까지 시도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대표는 연출가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오구'라는 연극명과 "그는 내가 속한 세상의 왕이었다"는 표현으로 이윤택 씨를 암시했습니다.
기자가 만난 한 여성 연극인은 이 씨의 성폭력은 연극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연극 기획자 : (성폭력) 그런 일로 (이윤택 씨 극단에서) 뛰쳐나온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다 알고 있어요, 솔직히. 파장이 두려워서 말을 못 하는 것도 있고….]
이 씨가 2015년 이후 국립극단의 작품 연출에서 배제됐던 이유도 성폭력과 관련됐다는 게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당시 극단의 한 직원이 이 씨에게 성폭력을 당하자, 이 씨와의 협업을 중단하는 선에서 덮었다는 겁니다.
이 씨는 활동 중인 극단을 통해 "반성하는 의미에서 활동을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지금 연출 중인 연극 '수업'도 공연을 중단했습니다.
[(김수희 씨 등이) 자신의 경력을 걸고 그런 얘기를 해줘서 너무 고맙죠.]
김 대표 폭로 이후 연극계에선 SNS를 통해 '미투' 선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