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특히 서울의 일상을 외국인의 시선으로 담아낸 두 권의 책이다. 똑 같은 내용을 한 권은 영어로, 또 다른 한 권은 한국어로 쓴 이란성 쌍둥이다. 한-일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에「호랑이 나라」라는 제목으로 나왔던 책인데, 이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서울 이야기」와 「SEOUL STORY」로 제목을 바꿔 다시 출간했다.
소재와 주제별로 각각 두 쪽 이내의 분량으로 짤막짤막하게 쓴 에세이를 모아 놓았다. KTX를 타고 서울과 평창을 왕복하는 길에 다 읽을 수 있을 만큼 책장이 쉽게 넘어간다. 영어본과 한국어본이 쪽수까지 거의 동일하게 편집돼 있다. 외국인과 한국인이 나란히 앉아서 읽다가 손으로 짚어가며 질문하고 설명하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
'종종 그렇듯이 정말 맛있는 식당들은 보통 두 번 눈길을 줄 것 같지 않을 그런 작고 소박한 식당들이다. 내가 좋아하는 식당 중 하나는 경복궁 근처 좁은 골목길에 사람들이 잘 알아 볼 수 없게 숨어있는 식당이다.'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은 안전하고 역동적이고 거대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서울은 '멍한 고양이나 새, 또는 강아지가 아닌 포효하는 호랑이와 같은 곳'이다. 그래서일까? 서울에 대한 그의 사랑은 각별하다. '의심할 여지없이, 서울은 이제껏 내가 살아온 도시 중 최고다.'
그의 문화적 감수성은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이다. '그냥 요를 펴서 바닥에 깔고 쉬면 된다. 가볍고 적절한 쿠션을 가진 요는 내가 사용해본 침구 중 가장 편하다.' '한국에 있는 베개의 대부분은 곡물 껍데기로 속을 채웠다. 그래서 베개를 베고 쉴 때면 부드럽고, 마치 나무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듯 살랑살랑 소리가 난다.'
서울사람들을 바라보는 눈길엔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서울은 아줌마 없이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라고 잘라 말하고는 잊을 수 없는 일화를 소개한다. '누군가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줌마는 손에 1,000 원짜리 지폐 두 장을 들고 있었다. 전날 물건을 살 때 돈을 더 냈는데 아줌마는 그 돈을 돌려주려 했던 것이다.'
정겨움이 흥취를 자아낸 듯 유쾌하고 재치 넘치는 시로 서울을 읊기도 한다. '이제 그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마우스를 굴리는 손 말고는. PC방에 틀어박힌 채 하루하루 땅덩이의 궤도를 돌고 있을 뿐.'(PC방의 워즈워드)이라고 PC방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심지어는 'A는 아줌마, 힘세고 뻔뻔해 B는 비빔밥, 노래를 만들자.~'(서울의 노래 ABC)라고 알파벳 노래까지 지어 부른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1,300만 명에 달한다. 한국을 상징하는 명승고적과 랜드마크, 맛집을 보고 느끼고 맛봤을 것이다. 하지만 대로변 뒤 좁은 골목길에 펼쳐진 남루한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생활하는 한국인의 감성에 젖어 본 외국인은 드물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외국인이라면 흔해빠지고 소박하면서도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서울의 속살을 느끼며 특별한 추억을 쌓을 수 있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