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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취업해야지?…"고향보다 독서실이 좋아요"

"쏟아지는 질문 부담" 취준생들 귀성 포기한 채 책과 씨름

"친척들이 취직했냐고 계속 물어보잖아요. 궁금해서 묻는 거지만 마치 고문처럼 느껴져요. 설 연휴 홀로 지내는 게 쓸쓸하지만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것이 오히려 마음은 편해요" 청주의 모 대학교 4학년 정예지(24·여)씨는 이번 설에 가족과 친지를 만날 생각은 일찌감치 접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4일 다른 가족은 경남 진주에 모여 모처럼 회포를 풀 계획이지만, 정씨는 어김없이 도서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유아교육과인 정씨는 졸업을 앞두고 유치원 교사가 되려고 매일 오전 7시께 도서관으로 '출근'한다.

저출산으로 아이들이 줄어 공립유치원 교사 임용의 문은 그야말로 '바늘구멍'이라고 정씨는 설명했다.

정씨는 "처우가 좋은 사립 유치원에 가려고 해도 면접 스터디, 피아노와 미술 공부 등 할 일이 많다"면서 "명절은 취업한 뒤에 즐겨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대학 도서관 열람실은 방학 기간임에도 정씨 같은 취업 준비생들로 북적였다.

1평 남짓한 공간을 제공하는 독서실부터 5∼6명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스터디룸까지 취준생들로 가득했다.

정씨가 다니는 대학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명절 연휴에도 취준생들을 위해 문을 연다.

충북 중앙도서관에도 교사, 경찰, 소방관이 되려는 공시생 등 취업 준비생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공시생 김모(30·여)씨는 "취직했는지 자꾸 묻는 것도 부담이고, 물어보지 않아도 스트레스받는 것은 마찬가지"라면서 "두 달 뒤 시험이 있어서 공부에 열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주에 사는 김씨는 명절이면 전국 각지에서 서울로 가족들이 모이지만 올해는 가지 않기로 했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지난 추석 취업준비생 1천1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80%가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명절에 가장 듣기 싫은 말로는 '언제 취업할 거니'(73%)를 가장 많이 꼽았다.

'살 좀 빼라', '아무개는 어디 취업했다더라'라는 말 등이 뒤를 이었다.

한 대학 취업지원팀 관계자는 "취준생에게 명절은 행복한 시간이라기보다 오히려 가혹한 시간이 될 수 있다"면서 "매년 명절 연휴마다 독서실을 지키는 학생들이 꾸준히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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