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신형 민간 여객기 수호이 슈퍼젯100이 1대가 12일(현지시간) 오전 이란 테헤란 메흐라바드 공항에 착륙했다. 이 여객기가 이란에 도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후 돌아간 이 여객기엔 제작사 수호이의 임원진과 기술팀이 탑승했다.
이란항공사연합회의 마그수드 아사디 사마니 사무총장은 "수호이 슈퍼젯100의 가격은 2천만∼2천500만 달러(약 217억∼271억원) 정도다"라면서 "(이란에 판매하기 위해) 미국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판매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란 국영항공사 이란항공은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2016년 12월 프랑스 에어버스(100대), 미국 보잉(80대)과 여객기 임대·판매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초 에어버스 새 여객기 3대가 이란에 인도돼 운영되고 있으나, 이후 추가 인도분이 없다.
이란에 적대적인 미 정부의 압박으로 이들 서방 항공기 제작회사와 이란의 계약이 성사될지가 불투명해졌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 따르면 미국 회사가 이란과 거래하려면 OFAC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에어버스는 미국 회사가 아니지만 부품의 30%가 미국산인 탓에 역시 OFAC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런 점을 종합해보면 이날 수호이 슈퍼젯100이 이란으로 비행한 것은 이란이 이들 계약이 취소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러시아 여객기 구매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마니 사무총장도 "몇몇 이란 항공사가 수호이 슈퍼젯100을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장관도 2016년 11월 "기꺼이 이란에 수호이 슈퍼젯100을 판매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여객기는 2011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했다.
러시아 국영항공사 아예로플로트, 멕시코 인터젯, 아일랜드 시티젯 등이 도입했다.
2012년 5월 수호이가 판촉 차원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할림 공항에서 승객 45명을 태우고 시범 비행하다가 추락, 탑승객 전원이 숨지는 사고가 나면서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에어버스, 보잉과 계약과 관련해 파르자네 샤라프바피 이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8일 로이터통신에 "보잉 여객기는 올해 말부터, 에어버스는 내년에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샤라프바피 CEO는 핵합의 파기와 미국의 과징금 부과를 우려한 서방 은행이 이란항공에 여객기 구매를 위한 항공기금융을 제공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혹에 대해 "금융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란항공이 여객기 제작 개시에 필요한 착수금 지급을 지연한다는 질문엔 "(보잉과 에어버스에) 보증금은 아직 지급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란항공의 착수금 지급이 계약 이행의 관건으로 본다.
이란항공이 지난해 인수한 에어버스 새 여객기 3대는 애초 다른 항공사가 주문했다가 취소한 제품으로 알려졌다.
미국 OFAC이 허가한 보잉과 에어버스, ATR의 여객기 판매 승인은 2020년에 만료된다.
샤라프바피 CEO는 "예정대로라면 2020년까지 에어버스 37∼38대, 보잉 15대, ATR가 20대 이란에 인도될 것"이라면서 "판매 승인을 갱신할지는 미국에 달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