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4일 총선을 앞두고 이탈리아에서 반(反)이민, 반이슬람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부 토리노에 위치한 이집트 박물관이 아랍어 사용자에게 할인 혜택을 부여한 조치로 논란에 휩싸였다.
12일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고대 이집트 유물을 소장한 박물관 가운데 카이로 박물관에 이어 전 세계에서 2번째로 큰 토리노의 이집트 박물관은 아랍어 사용자들에 한해 1명의 티켓으로 2명이 입장할 수 있는 판촉 활동을 최근 시작, 거센 찬반 양론의 중심에 섰다.
극우 정당들은 이 박물관의 이런 방침이 이탈리아인들을 역차별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 9일 이 박물관 외부에서 열린 항의 시위에는 극우 정당 중 하나인 이탈리아형제당(FDI)의 조르지아 멜로니 대표가 가세, 크리스티안 그레코 관장과 거센 설전을 벌이며 논란을 부채질 했다.
멜로니 대표는 시위대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레코 관장에게 "이번 조치는 이탈리아인들을 차별하는 것이자, 오직 특정한 종교 신자들에게만 혜택을 주고 있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멜로니 대표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 마테오 살비니가 대표를 맡고 있는 극우정당 동맹당과 함께 우파연합을 결성, 이번 총선에 나선다.
그는 이탈리아 주요 정당 가운데 이번 총선에서 유일한 여성 총리 후보로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레코 관장은 멜로니 대표의 공격에 "이번 일은 문화적 소외층에게 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또 "모든 아랍어 사용자들이 이슬람 신자인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날 두 사람의 설전 이후 페데리코 몰리코네 FDI 대변인은 11일 "토리노 이집트 박물관의 조치는 이념 편향적이며, 반(反)이탈리아적"이라며 자신들이 집권할 경우 그레코 관장을 해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레코 관장을 옹호하는 세력이 발끈하고 나섰다.
민주당 소속인 다리오 프란체스키니 문화부 장관은 12일 트위터에 "그레코 관장은 국제적 감각을 가진 경험 많고, 독립적인 인사"라는 글을 올려 그에 대한 지지를 드러냈다.
좌파 신생 정당인 자유와평등(LEU)의 스테파노 슈바르츠 의원은 종교에 무관하게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그레코 관장 옹호 집회를 토리노 이집트 박물관에서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멜로니 대표는 "우리가 이집트 박물관장을 내쫓으려 한다는 보도는 언론이 만들어낸 거짓"이라며 "좌파들이 이 박물관의 바보같은 시도를 은폐하기 위해 일부러 거짓을 떠벌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