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에서 보여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의 '미소공세'에 미국 여론이 반으로 갈라졌다.
'북한의 이방카' '외교 무도회가 열렸다면 김여정이 금메달을 땄을 것' 등 CNN을 위시한 진보 매체들이 김여정의 등장과 정상회담 초청 등에 대해 긍정적 보도를 내놓자 폭스뉴스 등 보수 매체와 강경파들이 '북한의 속기사인가' '독재를 미화하는가' 등 어조로 반격하며 논란이 번지고 있다.
폭스뉴스는 12일(현지시간) 'CNN이 김정은의 여동생에 대한 과장된 기사로 비판받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정은의 여동생이 동계올림픽 쇼를 훔쳤다'는 이틀 전 CNN의 기사를 대표적으로 지목하며 이 기사가 진보·보수 양쪽에서 거의 즉각적인 후폭풍에 직면했지만, 기사는 여전히 홈페이지에 걸려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논란이 된 이 기사에서 외교 무도회가 열렸다면 김여정이 금메달을 땄을 것이라며 그녀의 활약에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폭스뉴스는 이 기사에서 CNN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수용소를 운영하고 권력유지를 위해 고위관계자를 처형한 점은 지적했으나 선친인 김정일이 해왔던 공포정치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방송은 칼럼을 통해 김정은 독재정권에서 굶주림과 살인, 고문이 계속됐는데도 서방 언론이 올림픽에 독재자가 등장하자 최면에 걸렸다고 비판했다.
보수 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11일 사설을 통해 '감옥국가'인 북한이 서방 언론 등 덕분에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맞먹는 이미지 변신 효과를 거뒀다고 지적했다.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전 유엔대사는 의회전문매체 '더 힐'에 기고한 '우리의 올림픽 미화로 북한 승리, 미국 패배'라는 글에서 "평창올림픽에서 한국과 유력 미국 언론은 전적으로 미화적 사고를 보여줘 북한 선전기구의 속기사들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자유 언론의 대표자들이 평양의 메시지 전달을 강화했다"며 "북한의 목표는 한국과 미국, 도쿄의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대처를 갈라놓고, 북핵의 급박성으로부터 미국과 국제사회의 시선을 흩뜨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CNN과 함께 워싱턴포스트(WP)도 김여정이 '모나리자'의 얼굴로 한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며 그녀를 '북한의 이방카'로 소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은이 올림픽에 대규모 대표단을 보내기로 했을 때 전 세계는 그가 올림픽을 독차지할까 봐 걱정했다"며 "그게 정말 김정은의 의도였다면 그에게 김여정보다 더 나은 특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 신문은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할 때까지 압박을 강화한다는 해묵은 메시지를 갖고 온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달리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예상치 못한 방북을 초청하고 화해의 메시지를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역사학과 교수는 NYT에 "펜스 부통령이 남북 단일팀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면 비핵화 대화에 정말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그게 미국의 입지를 위축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