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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땀 흘리는 선수들…뜻밖의 복병 '대관령 칼바람'

<앵커>

평창 올림픽 소식, 스포츠부 유병민 기자와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대회가 나흘째 접어들었는데요, 강원도의 날씨, 특히 대관령의 칼바람이 대회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요?

<기자>

개막 직전까지 강추위를 걱정했는데 대회가 시작되니 대관령의 칼바람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는 스키 종목이 줄줄이 취소됐고, 스노보드 선수들은 강풍에 진땀을 흘렸습니다.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오늘(12일) 새벽 긴급 공지를 띄웠습니다. 오전에 평창에서 열릴 예정이던 알파인 여자 스키 대회전 경기가 강풍으로 취소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대관령의 칼바람은 어제부터 거세게 불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어제 정선에서 예정됐던 알파인 스키 전체 첫 종목인 남자 활강도 취소됐습니다.

스키 종목은 선수들이 시속 100km 이상으로 질주하는 만큼 작은 변수가 큰 영향을 끼칩니다. 특히 강풍은 경기력을 넘어 선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이틀 연속 경기 취소가 결정됐습니다.

스키뿐 아니라 스노보드도 강풍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오늘 오전에 열린 여자 슬로프스타일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점프하다 넘어지는 아찔한 장면이 반복됐는데요, 그러다 보니 선수들은 안전한 점프 연기를 펼치는 데 집중했습니다.

미국의 제이미 앤더슨 선수가 최종 합계 83.00점으로 소치에 이어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는데요, 이 점수는 소치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점수보다 낮았습니다. 경기도 중요하지만, 안전이 최우선이겠죠.

<앵커>

강풍 말고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 열린 썰매 종목 루지에서 이변이 발생했다고요?

<기자>

그야말로 이변이었습니다. 남자 루지의 '황제'로 불리는 독일의 펠릭스 로흐 선수가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에 실패했습니다. '악마의 커브'로 꼽히는 9번 커브에서 실수가 치명타였습니다.

출발선에 있는 이 선수. 21세기 최고 루지 선수로 불리는 독일의 펠릭스 로흐입니다. 스무 살이던 지난 2010년 밴쿠버에서 최연소 금메달을 따냈고 2014년 소치에서도 금빛 질주를 했는데요, 이번 평창에서도 1차 시기부터 3차 시기까지 합계 1위를 달려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이 유력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로흐의 꿈은 마지막 4차 시기, 9번 커브에서 산산이 무너졌습니다. 살짝 발을 끌면서 9번 커브를 빠져나왔고, 이 때문에 썰매가 흔들리면서 10번과 11번 커브를 통과했습니다.

0.001초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루지에선 그야말로 치명적인 실수인데요, 결승선을 통과한 로흐는 머리를 쥔 채 괴로워했고, 은메달을 예상하다 행운의 금메달을 따낸 오스트리아 글라이셔는 펄쩍펄쩍 뛰면서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평창 슬라이딩센터의 9번 커브는 지난해 테스트이벤트 때 전복 사고가 속출한 악마의 코스로 유명합니다.

회전 각도는 12도로 완만하지만, 길이가 짧아서 원심력을 이겨내기 어렵고 곧바로 이어지는 구간도 미세하게 휘어져 좌우로 부딪히기 일쑤입니다.

스켈레톤의 윤성빈 선수가 사상 첫 썰매 종목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는데요, 로흐의 사례가 큰 교훈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우리 윤성빈 선수, 악마의 코스 잘 이겨내 주길 바라고요, 그리고 저는 사실 우리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도 좀 이변을 기록해주지 않을까 봐 좀 기대를 하고 있는데요, 골문을 지키는 우리 맷 달튼 선수의 이야기를 해주신다고요?

<기자>

골문을 지키는 맷 달튼 선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캐나다 출신 귀화 선수입니다. 우리 이름은 한라성인데요, 이제는 한국인이 된 맷 달튼 선수가 헬멧에 이순신 장군 그림을 새겼는데, 국제올림픽위원회 IOC에서 이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맷 달튼 선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자신의 장비를 새로 단장했습니다. 곳곳에는 태극 문양을 넣었고, 빨강과 파랑으로 칠해진 헬멧의 옆면에는 서울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 그림을 넣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외적을 막아낸 이순신 장군처럼 대표팀의 골문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담았는데요, 지난 3일 열린 카자흐스탄과 평가전에서도 달튼 선수의 헬멧이 단연 화제였습니다.

그런데 평창 올림픽에서는 이순신 헬멧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IOC가 정치적인 이유로 이순신 그림을 허락하지 않았는데요, 올림픽 헌장 5장 51조 3항엔 '어떤 종류의 정치, 종교, 인종 차별적인 선전도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올림픽 정신과 스포츠의 순수성을 지키겠다는 뜻입니다.

이 조항을 위반하거나 위반 위험이 있는 선수들에게 수정 조처가 내려지고 있는데요, 피겨 아이스 댄스의 민유라-겜린 선수는 연기 음악인 아리랑에서 '독도'가 언급된 가사를 삭제하고 연기에 나서게 됐습니다.

또한, 이스라엘 출신의 스켈레톤 아담 에델만 선수는 기둥을 쓰러뜨리는 삼손이 그려진 헬멧을 가져왔는데, 사용 불가 통보를 받았습니다.

달튼 선수, IOC의 통보를 받고 크게 낙심했다고 하는데요, 그러나 이순신 장군은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지운 게 아니라 스티커를 붙여 가렸는데, 올림픽이 끝나면 스티커를 바로 떼버리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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