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차림은 풍성한 편이다. 장르도 히어로물, 범죄드라마, 코미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하다. 가족 단위 관객이 가장 많이 움직이는 시즌답게 전체관람가와 15세 관람가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설 연휴, 후회 없는 두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어떤 영화를 봐야 할까.
오는 14일 개봉해 설 연휴를 정조준하는 영화만 3편이다. 최고 기대작은 2018년 마블 스튜디오의 첫 번째 히어로 영화 '블랙 팬서'다. 2016년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에서 첫선을 보여 화제를 모은 블랙 팬서의 솔로무비로 기획 단계에서부터 관심을 모았다. 와칸다의 국왕이자 어벤져스 멤버로 합류한 블랙 팬서 티찰라(채드윅 보스만)가 희귀 금속 비브라늄을 둘러싼 전 세계적인 위협에 맞서 와칸다의 운명을 걸고 전쟁에 나서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이제껏 나온 마블 영화 중 사유의 폭이 가장 넓다. 최강 희귀 금속 비브라늄을 노리는 전 세계의 위협에 맞선 티찰라와 와칸다를 지배한 뒤 비브라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용하려는 에릭 킬몽거의 날 선 대립이 영화 내내 이어진다.
'블랙 팬서'는 아이언맨을 능가하는 재력과 캡틴 아메리카에 필적하는 신체 능력을 가진 히어로를 내세우지만 기대와 달리 액션 비중이 그리 높지는 않다. 그러나 지난해 부산에서 촬영한 카체이싱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블랙 팬서의 남다른 능력을 강조한 액션신이 펼쳐지며 짜릿한 박진감을 선사한다.
이야기가 허술하고, 연출 역시 투박한 면이 있지만 강동원이라는 스타를 내세워 감정적 동화를 유발한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추억의 노래로 엮어낸 OST다. 비틀즈의 명곡 '골든 슬럼버'와 故 신해철의 '그대에게', '힘을 내'가 영화 내내 흐르며 관객의 감정선을 건드린다.
김주혁은 백성들의 정신적 지도자 '조혁'으로 분해 흥부에게 "글로 세상을 바꿔보라"고 조언한다. 뻔한 권선징악으로 치닫는 이야기와 직접적인 메시지 설파가 아쉬움으로 다가오는 영화지만, 고인의 깊이 있는 연기를 볼 수 있다는 미덕이 있는 작품이다.
설 연휴 한 주 전 개봉해 미리 흥행 바람을 탄 영화도 있다. "명절엔 조선명탐정!"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조선명탐정3'가 대표적이다. 매편 설에 개봉해 300만 이상의 흥행 성적을 거뒀던 '조선명탐정' 시리즈가 흡혈귀라는 소재를 더해 새롭게 태어났다.
'조선명탐정3'는 괴마의 출몰과 함께 시작된 연쇄 예고 살인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김민(김명민 분)과 서필(오달수 분), 기억을 잃은 괴력의 여인 월영(김지원 분)이 힘을 합쳐 사건을 파헤치는 코믹 수사극. 전편과 마찬가지로 김명민, 오달수의 콤비 플레이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지만 기본 이상의 재미가 보장된 영화다.
두 시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다면 이만한 선택지는 없다. 3편에는 김지원이 여주인공으로 새롭게 가세해 기대 이상의 호연을 펼쳤다. 개봉 첫 주 1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해 시리즈 중 가장 빠른 속도로 흥행 중이다.
패딩턴에게 위기가 발생하고 패딩턴과 브라운 가족이 힘을 합쳐 악당을 제압하는 이야기 구조는 전편과 다를 바 없지만 에피소드가 한층 풍성해지고, 아이디어에 재기가 넘친다. 패딩턴의 슬랩스틱 코미디에 시종일관 웃음이 터지고, 동화 같은 알록달록한 분위기에 한껏 취한다. 여기에 영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히어로 휴 그랜트가 악당으로 분해 뜻밖의 재미를 선사한다.
선량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패딩턴과 그런 패딩턴을 가족처럼 보듬는 브라운 가족의 끈끈한 유대를 보고 있으면 더불어 사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재미부터 감동까지, 전체관람가에 기대하는 모든 것이 가득한 선물같은 영화다.
(SBS funE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