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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터뷰+]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① : 데뷔 30주년…암 투병 중인 전태관과 기념 음반

[人터뷰+]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① : 데뷔 30주년…암 투병 중인 전태관과 기념 음반
[人터뷰+]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① : 데뷔 30주년.. 암 투병 중인 전태관과 기념음반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있던 30년전, 1988년 6월 15일 노란색 바탕에 기하학적 문양만 그려진 커버에 담긴 음반 한 장이 발매됐다. 앨범 커버뿐 아니라 담겨 있는 곡들도 기존의 가요 음반과는 많이 달랐다.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등 퓨전재즈 풍의 멜로디의 노래들과 함께 3곡의 연주곡이 실렸다. 한국 퓨전재즈록 분야를 개척한 작품으로 꼽히는 봄여름가을겨울의 데뷔작이다. 정식 멤버가 기타리스트와 드러머 둘 뿐이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데뷔 음반을 통해 <거리의 악사>, <항상 기뻐하는 사람들> 등 연주곡도 히트곡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봄여름가을겨울은 이어지는 작품마다 참신한 연주와 제작기법을 제시하며 한국 퓨전재즈와 펑크록의 지평을 넓혀갔다. 2002년엔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발표해 IMF 경제위기로 위축됐던 이 땅의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은 데뷔 30주년을 맞아 올해 기념음반을 낼 계획이다. 10년 만의 정규 음반이다. 밴드의 음악적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보컬리스트 겸 작곡자인 김종진을 만나 음악가로서의 발자취와 앞으로의 포부와 계획 그리고 개인적 생활 등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김종진과의 연작 심층인터뷰 첫 순서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소회와 활동 계획, 2012년부터 암 투병 중인 파트너 전태관의 근황, 봄여름가을겨울 데뷔까지의 과정 등을 들어봤다.

[人터뷰+]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① : 데뷔 30주년.. 암 투병 중인 전태관과 기념음반
<6월쯤 10년만의 정규음반 발매>
 
▷(박진원 논설위원) 봄여름가을겨울의 첫 음반이 나온 지 올 6월이면 만 30년입니다. 데뷔 30년을 맞는 감회가 어떤지, 이와 관련해서 올해 특별한 공연이나 작품을 구상하고 계신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종진) 아, 정말 세월이 이렇게 빠르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30년이 그냥 금방 눈 깜짝한 것처럼 지나갔네요. 제 생각에는 음악은 하나도 변한 거 없는데 세상이 많이 바뀐 것 같고요. 이제 30주년이 됐으니까 저희 봄여름가을겨울하고 같이 이렇게 시간을 보내주신 팬들, 그분들의 추억을 꺼내보는, 그리고 그걸 통해서 내가 얼마만큼 그래도 지나간 것들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그런 앨범을 준비해볼까 해요.
 

▷ 올해 음반을 낼 계획이라고 하셨는데 봄여름가을겨울의 또 하나의 축인 전태관 씨가 많이 편찮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전태관 씨 병세와 근황은 어떤지요? 이번 30주년을 기념하는 음반 작업에서 전태관 씨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도 궁금합니다.
 
▶ 전태관 씨는 한 5년 전쯤에 신장암이 와서 당시에 수술을 해서 잘 이겨내는 줄 알았는데 전이가 됐어요. 여기저기 전이가 되고 있는데 지금 잘 싸우고 있고요. 승률은 백전백승입니다. 이게 한 번이라도 지면 큰일이 나는 경기이기 때문에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 뮤지션들 전부 손에 조마조마하게 땀을 흘리면서 보고 있는데 정말 잘 싸우고 있고요.

하지만 드러머로서 치명적인 어깨 관절을 갈았어요, 관절 교체를 했기 때문에 플레이어로서는 그렇지만, 뮤지션으로서 평생을 살았잖아요? 음악은 스킬(skill, 기술)만으로 되는 건 아니니까 30주년 작업하면서도 전태관 씨와 음악적인 이야기들, 음악의 프로듀서로 조언을 계속 얻고,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 그런 것들이 충분히 묻어나는 그런 앨범을 만들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 새 음반은 올 몇 월쯤에 기대하면 되겠습니까?
 
▶ 하하, 저희는 항상 계획하고 살지만, 완성이란 것이 때를 맞춰서 오지는 않더라고요. 저희의 앨범이 30년 전, 6월에 나왔었거든요. 6월에 앨범을 발표하는 게 목표인데, 그렇게 뜻대로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人터뷰+]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① : 데뷔 30주년.. 암 투병 중인 전태관과 기념음반
<봄여름가을겨울 前史>

▷ 말씀하신 대로 30년 전 6월에 데뷔앨범이 나왔습니다. 그전에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셨습니까? 전태관 씨를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도 궁금합니다. 봄여름가을겨울 전사(前史)라고 할까요, 봄여름가을겨울 데뷔 전의 음악 활동에 대해 소개해 주시죠.
 
▶ 다 그렇겠지만 음악이 좋아서,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할 정도로 음악만 생각하면서 살았던 청년 시절이었죠. 학교를 다니면서 기타를 연주했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기타를 치기 위해서 대학을 들어갔다고 할 정도로 음악을 사랑했어요. 그리고 대학(고려대 사학과 81학번)에 들어가서도 공부보다는 음악이 너무 좋아서 음악 하는 선배님들 찾아다니고 그랬는데 그때 한상원 씨라는 걸출한 기타리스트를 만나게 돼요. 그러면서 그분한테 전도가 돼서 공부보다는, 역사나 철학이라는 전공보다는 음악을 택해야겠다, 그렇게 하고 주변 분들을 만나는데 그때 드럼을 같이 치던 분이 전필립 씨라고 지금 파라다이스 그룹의 회장님이세요. 아는 형님이었는데 그분이 미국의 버클리 음대로 유학을 가겠다고 해서‘안 된다. 절대 안 된다. 만약에 꼭 가야 된다면 드러머 한 명을 대체품으로 심어놓고 가라’고 했더니, 크리스마스 파티에 드러머 한 명을 데리고 왔는데 그게 전태관 씨였어요. 1982년 크리스마스 이브로 기억이 됩니다.

그때 전태관 씨를 만났는데 그때는 제 또래에서는 흑인 음악이라고 할까, 블랙 뮤직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웠어요. 그리고 제가 1962년생인데, 같은 62년생으로 그렇게 음악적으로 의기투합한 사람을 만날 수가 없었어요. 그때부터 맺은 인연인데 저는 군대, 해군 홍보단에 가서 음악과 군복무를 했고, 전태관 씨는 계속 학업을 계속 했어요. 그런데 제가 제대한 해와 전태관 씨가 졸업한 해가 딱 맞았어요. 그때, 김수철 씨가 ‘같이 음악을 하자’며 저희를 불러 주셨죠. 그래서 김수철과 작은 거인으로 잠깐 활동을 했는데 김수철 씨가 그때 워낙 대단한 히트곡이 많으셨고, 그랬기 때문에 방송국에서 밴드보다는 김수철 씨의 솔로 보컬을 많이 듣고 싶어 했어요.

그런 와중에 故 김현식 씨가 저희 활동하는 것을 보고 저희를 불렀어요. ‘형이 하고 싶은 것은 솔로가 아니라 밴드다, 진정한 밴드다. 그리고 밴드를 만들면 나는 그 밴드의 보컬리스트일 뿐이고, 음악도 같이 만들자’면서. 그래서 김수철 씨한테 사정 설명을 하고, ‘형님, 김현식 씨하고 같이 음악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어떻습니까?’, 그랬더니 ‘아, 그거 굉장히 좋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꿈을 펼칠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보내주셨어요.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이름은 이제 김현식 씨 1집에 들어 있는 바로 그 곡, 저희가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그 곡을 저희 밴드의 이름으로 넣은 거고요. 마침 그때, 네 명의 멤버였어요. 그 최초의 멤버가 여러분이 잘 아시는 故 유재하 씨, 그리고 제가 기타 쳤고요, 전태관 씨가 드럼, 그리고 베이스는 장기호 씨(서울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 1980~90년대 <샴푸의 요정>으로 유명한 그룹 '빛과 소금'에서 활동). 그랬는데 앨범을 만들 즈음에 유재하 씨가 김현식 씨한테 애정이 너무 많아서 자기가 만들어놓은 곡을 전부 다 줬어요. 그런데 김현식 씨는 밴드의 리더로서 형평성을 따지다 보니까 각 한 곡씩만 쓰게 됐어요. 그랬더니 그때 재하, 유재하 군이 ‘나는 이렇게 많은 곡을 줬는데 종진이는 한 곡밖에 안 줬잖아요. 그런데 다 한 곡씩만 쓰면 좀 그러네’, 그러더니 약간 삐쳐서 탈퇴했어요. 그리고 나가서 김현식 씨한테 드렸던 모든 곡으로 자기의 독집 앨범을 낸 거죠. 그리고 유재하 씨 대신 들어온 분이 키보드 플레이어 박성식 씨인데, 그분이 한 곡을 김현식 씨한테 드렸는데 그 곡이 바로 ‘비처럼 음악처럼’이에요. 그 ‘비처럼 음악처럼’으로 <김현식 3집>, 즉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이 큰 인기를 누렸죠.
[人터뷰+]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① : 데뷔 30주년.. 암 투병 중인 전태관과 기념음반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할까, 김현식 씨가 그때 마약 흡입으로 구속이 되죠. 그런데 저희는 매일 연주하고 싶은 청년들이었으니까 현식이 형이 그렇게 형무소에 가 있는 동안 저희는 연주가 하고 싶은데 리더가 없으니까 어떻게 할 줄을 몰랐어요. 그리고 또 장기호 씨, 박성식 씨는 각각 한 가정의 맏아들로서 책임이 있으니까 더 버티지 못하고 사랑과 평화로 옮겼는데, 저희는 좀 철없는 막내들이라 '그냥 계속 이 팀을 하자', 그래서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을 하면서 그 팀의 색깔들이 더 생기고, 그게 확고해지고, 우리의 방향성 같은 게 생기고 하니까 거기에 완전히 홀리게 된 거죠. 그래서 '이 팀으로 한 번 지구 끝까지 한 번 여행을 해보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人터뷰+]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① : 데뷔 30주년.. 암 투병 중인 전태관과 기념음반
▷ 그 무렵 많은 밴드 하던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던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에서도 활동하셨죠?
 
▶ 김현식 씨가 불미스러운 일로 음악 활동을 할 수가 없었을 때, 저희는 너무 연주가 하고 싶은데 마침 저의 음악의 멘토이자 당시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멤버였던 베이시스트 송홍섭씨가 저를 불러주셨어요. 그래서 그 조용필 선배님의 공연을 반주한 것은 물론이고 정말 큰 경험을 했어요. 위대한 탄생이라는 팀이 조용필 씨의 백 밴드일 뿐 아니라 그 당시에 스튜디오에서 많은 히트 곡을 녹음하고 편곡해준 유명한 세션 팀이에요. 그때 그 이호준(건반) 씨 같은 엄청난 대가들이 활동하던 팀이었는데 위대한 탄생의 리더가 이호준 씨였어요. 그때, 제가 활동한 시간은 한, 1년 남짓이었는데 그때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모든 것을 배웠죠. 바로 봄여름가을겨울이 1집을 발표하고 음반을 내면서 어떻게 활동하고 어떤 사운드를 내야 된다는 것이 그 1년 사이에 완전히 확고하게 굳어졌어요.

[人터뷰+]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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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人터뷰+]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② : 한국 퓨전재즈록의 태동과 진화…'불가능'의 추구
▶ [人터뷰+]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③ : '형의 기타'와 '어머니의 기타'
▶ [人터뷰+]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④ : 소릿골에 새겨진 발자취 (1집~4집)
▶ [人터뷰+]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⑤ : 은반에 새겨진 발자취 (5집~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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